염병스런 열병. 12

어제 꾼 꿈으로 오늘 꿈을 굽다

좋은 꿈 꾸었다고 믿어요.

희망이란 단어를 여기저기 새겨놓고서 아무도 몰래 당신이라고 칭했죠.

세상에 붙여진 고유명사는 죄다 당신이라고.

불행, 절망, 좌절이란 단어들을 모두 내쫓아 버렸네요.


꿈을 지배하고 싶어요. 부족회의를 거쳐 어제 꾼 꿈으로 빠져든다는 어느 아프리카 부족처럼 어제 꿈을 죄다 나열하고 싶네요. 그리고선 둘러싼 부족민들에게 당신, 당신 외치면 검게 물든 손이 내 손을 물들이는

그리고 어제 꾼 꿈속으로 들어가 오늘 꿈으로 만들어버리는 마술을 부렸으면


기억과 역사는 승자의 편이라고 하죠. 패자의 수명은 얼만큼일까? 물으면

없는 당신은 대답하지 못하겠죠. 나는 오늘 꿈에서 나오지 못하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어요


불행을 부르고 절망을 다시 불러모으죠. 희망만 가지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주저앉은 몸 일으켜 꿈을 봉인해야죠.

이젠 희망을 숨겨놓고서 희망의 반대말에 매달려야 할 시간. 좋은 꿈을 꾸었으니 다시 악몽으로 들어가야 할 시간.


안녕, 희망. 안녕,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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