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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복현 시인 Oct 17. 2024

안녕, 로봇!

안녕, 로봇!


 


로봇이 친구라면 참 좋겠다.
 
걷기도 잘하고, 말도 할 줄 알고
내 말도 곧잘 듣는, 그런 로봇
 
내 친구 동식이처럼
말도 안 듣고, 화도 잘 내고
싸우려고만 덤비는, 그런 친구 말고
언제나 내가 시키는 대로 곧잘 하고

거역하지 않는 로봇이 좋아
 
 물론 다른 친구들도 좋지만
 내 맘 알아주고 반대하거나
 도망치지도 않는, 그런 친구가
 로봇이 아닐까 생각한다.
 

“안녕, 로봇!
 내 친구가 되어줄래?”  






어쩌다 꾀병
 



콜록콜록 기침 소리 듣고

어머니께서 가만히 다가와 내 이마에
손을 얹어 짚어본다.
 
“애고 이를 어찌해, 감기로구나
열이 높아 오늘은 학교 못 가겠구나” 하신다.
 
나는 속으로 공부하기 싫은데 잘 되었다 싶어
일부러 더 아픈 척 소리 내어
앓는 소리를 내면서 어리광을 부렸더니
 
그래, 내가 선생님께 전화할 테니
오늘 하루는 학교 가지 말고 푹 쉬어라,
맛난 것 사 줄 테니, 뭐 먹고 싶은 것 있니?

하시는 게다.
 
옳거니, 잘 되었다.
이런 때 호강 한 번 하는 게다.
많이 아픈 듯이 잔뜩 얼굴을 찡그리다가
옆으로 돌아누우며

속으로 빙긋이 웃는다.
 
“엄마, 나 매콤한 통닭, 떡볶이,
그런 거 먹으면 나으려나요?”
 
호호호 어쩌다 꾀병,
이것 참 즐겁군!






봄비
      




 쪽쪽이 쪽쪽, 쪽쪽쪽
 
 이 소리가 무슨 소리?
 
 새싹이 봄비 엄마 젖 는 소리
 
 
 사드락 뿅뿅, 사드락 뿅뿅
 
 저 소리가 무슨 소리?
 
 봄비가 꽃잎에 입 맞추는 소리



                                                                                              



모기    




모기는 간호사도 아닌데

허락 없이 주사를 놓는다.     


아무에게나 살며시 다가가

냉큼 주삿바늘을 꽂고

피를 빨아먹은 다음 달아난다.     


간호사 선생님이 주는 주사는

아플 때 나으라고 주는 주사     

모기가 몰래 놓고 도망치는 주사는

온갖 병을 퍼뜨리는 주사     


주사를 못 놓으면

화가 나서 잉잉대며 돌아다니는

모기는 정말 못됐어!   






리모컨    




리모컨은 편리해

멀리서도 스위치만 누르면

금세 나타나는 텔레비전 화면     


보고 싶은 친구도

짜잔! 하고 나타나는

리모컨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야,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실수로 리모컨을 잘못 눌러

철수 대신 갑자기 영희가 불쑥!

나타나면 어쩌지?      


왜 불렀니? 물어보면

보고 싶어 불렀다고 말할 수도 없고..     

에이, 그럴 땐 정말

창피해서 어쩌지!






솔과 달      


          


소나무가 팔을 뻗어

푸른 손바닥을 펴더니

둥그런 황금 달을 받아 들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소나무 위에 까치집이

등불을 켠 듯이

밤새도록 환하다.






눈 내리는 저녁   




세상에나, 세상에나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더니

온천지가 순식간에

하얀 도화지가 되었다.      


하늘에는 얼마나 큰

눈 공장이 있길래

산과 들을 금방 덮을 만큼

눈송이를 저렇게 만들어낼까?     


내 마음에도 펑펑 눈이 내려

친구들과 다투고 잘못한 일들

슬프고 속상했던 일들을 모두

하얗게 지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하루종일 펑펑 눈을 맞고

하얗게 되어

착하고 예쁜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저녁놀
 



누가 저녁 하늘 한쪽에

붉은 물감을 엎지른 걸까요?
 
하늘 학교 미술 시간이었나 봐요
어느 학생이 수채화 물감으로
꽃을 그리다가 물감을 엎질렀나 봐요
 

구름이 지나가며

흘린 물감을 닦고 있네요.
 
점점 묽어지더니
말갛게 저문 하늘에 점점 점
별들이 꽃처럼 피어나고 있어요.
 
나도 그림을 그리다가 아차!
다 그린 그림 위에 실수로
물감을 흘린 적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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