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 문학

#1. 중국청년시인 후쌍으로부터 온 편지 - 허무와 침묵을 지키는 시

어느날,

필자의 친구이자,

중국청년시인인 후쌍胡桑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과 중국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서로 각자 번역하여

소개해봄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80년대 생 후쌍의 한국 문학작품에 대한 관심은 생각보다 높았고, 필자 역시도 상해 화동사범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하며, 누구보다 중국 젋은 작가들의 작품에 깊은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반갑고 신났다.

처음 중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의 먹었던,

"한중문학교류지기가 되자"는 초심이 다시 한 번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중국문학을 전공하고 막 돌아왔을 때, 주변의 시인과 작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물어봤던 질문도 떠올랐다.


"요즘, 중국 시는 어때? 지금 중국 문학이 궁금해".


그래서, 시작한다.

"지금 중국" 시리즈 1탄으로, "지금 중국어"

그리고 그에 이은 "지금 중국" 시리즈 2탄,


바로, "지금, 중국문학"이다.


동시대 중국문학에 관심이 많고, 특히 현재 중국을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시인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과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은 그 첫 시간으로, "허무와 침묵"을 주제로, 현재 중국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80년대,90년대 생 청년 시인 3명의 작품을 소개하고, 덧붙여 "허무와 침묵을 지키는 시"라는 후쌍의 편지를 통해 "진정한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任性的人

제멋대로인 사람


胡桑

후쌍

窗外是城市,释放着争执的夜。初夏的薄雾

被吸入每一个人的肺部,它不懂得什么差别

有时候我们只是忘记了:我们,来自不同的省份

微凉的风,到底是无法修复身体与身体之间的裂缝。

창밖에는 도시가 있네, 고집스런 밤을 풀어놓는,

초여름의 옅은 안개가

행인들의 폐 속으로 들어가네, 그것은 다름이란 것을 알지 못하니까

우린 그저 자주 잊곤 해. 우리들이, 모두 다른 곳에서 왔다는 걸 말이야

선선한 바람은 육체와 육체 사이의 균열을 메울 길 없고


口音中的方言醒着,未闭合的铝合金窗醒着,

镜子在诉说着容忍,试图翻译人们的无知与傲慢

桃浦西路已经认识了我,静默的大门却上着锁。

近处的桃浦河并不渴望什么,然而它醒着,醒着。

말투 속에 방언이 깨어나면, 닫혀지지 않은 알루미늄 창문이 깨어나면

거울은 끊임 없이 참으라 말하네, 사람들의 무지와 오만에 대해 번역하려 애쓰면서

타오푸시루*는 이미 나를 알아봤어, 대문은 그저 입을 꼭 다물고 침묵하고 있을 뿐

근처를 흐르는 타오푸허*는 무엇도 바라지 않아, 그저 깨어나고 또 깨어날 뿐이지.


楼上,两个从不失眠的人促膝长谈,彻夜。

不为什么。大多数人活着,有时相互取悦,

有时相互伤害,于是,肉体醒来又睡去。

只有一封未拆的信,才能够守护那一团晦暗。

위층에서, 두 사람이 잠을 잊고 밤새 이야기를 나누네, 온 밤을 지새네.

그냥, 이유는 없지, 다들 그렇게 사니까, 때때로 서로를 유혹하면서

혹은 때때로 서로를 다치게도 하면서, 그러면서 육체는 깨어나고 또 잠들곤 하지

단지 뜯지 않은 한 통의 편지만이 이 어둠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니


*타오푸시루: 상해 푸퉈구에 위치한 길

*타오후허: 타오푸시루를 끼고 흐르는 강


胡桑,1981年生于浙江省德清县。哲学博士,德国波恩大学访问学者。出版诗集《赋形者》、散文集《在孟溪那边》、诗学评论集《隔渊望着人们》、译著《我曾这样寂寞生活:辛波斯卡诗选》等。现任教于同济大学中文系。


후쌍, 1981년 절강성 덕청현 출생. 철학박사, 독일 본 대학교 교환교수. 작품집<실형수>, 산문집 <맹계곡 그쪽에는>, 시평론집 <저 연못이 우리를 볼 때>, 번역시집<신보스카 시선집>등. 현재 상해동제대학교 중문과 교수.




友伴

李琬

리완


我常和你走一段

难以理解的里程。

나와 너는 자주 함께 걸었다

이해할 수 없는 그 길을


海面的石头打滑而我们

愿意承受分离的缓慢。

바다 속의 돌이 우리를 멤돌았다

헤어짐의 느린 속도를 천천히 받아들이면서


从起伏不定的气温里

剥开无用的火。

불안정한 기온 속에서

의미 없는 불을 벗겨내네


交谈平阔,如远处桌形山,

缝合引人发笑的裂谷。

이야기는 마치 원형 모양의 산처럼 둥글게 퍼진다

우스워 보이는 열곡을 꿰매어가면서


并且你处处回过身

照料易碎之物。

너는 곳곳을 뒤 돌아보곤 했지

마치 깨지기 쉬운 물건을 돌보듯이


小雨在上方,透过桂树筛落,

像爱中的矛盾或窘境,

不多也不少。

가랑비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계수나무를 체 삼아 미끄러져 떨어진다

마치 사랑을 할 때의 모순과 곤란함처럼

많지도,적지도 않게


李琬,女,1991年11月生于武汉,毕业于北京大学中文系,居住于北京。从事散文、诗歌的写作,兼事翻译和批评。作品见于《诗刊》《飞地》《上海文学》等刊物。著有诗集《瞬间和决定》。获2015年第九届未名诗歌奖。

리완, 1991년 11월 무한출생, 북경대학 중문과 졸업, 현 북경시 거주. 산문과 시 창작을 주로 해오고 있으며, 번역과 비평가로도 활동 중이다. <시간>, <비지>, <상해문학>등의 잡지에서 작품을 발표했으며, 시집 <시간과 결정>을 발간했다. 2015년도 제 9회 무명시가상(북경대학 주최의 전통있는 문학작품상)을 수상.



失眠

불면

厄土

웨이쓰


他躬身,双肘撑起泛白的窗台

像俯瞰的教宗。黑暗攒动,等待一场降福

그는 두 팔꿈치를 흰 창턱에 괸 채 몸을 굽혔다

어둠이 몰려오자 강복을 기다리는,

마치 종교가 그렇게 우리를 내려다보듯


一夜两次,从鼻息匀称的缺席中醒来

对视微亮的事物——意义的天花板

하룻밤 두 번, 고른 숨소리의 빈자리 속에 깨어나다

미미하게 빛나는 사물을 바라보았지,

그것은 유의미한 천장 같은 것


偶尔,会被窗外无声的梦话拖拽

翻身下床,拉开一半的窗帘。

가끔씩, 창 바깥의 소리 없는 잠꼬대에게

끌려가기도 했지

그리곤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 와

창을 반쯤 열어두기도


他和时间共枕,恐惧于相爱的感官,一种

纯粹的匮乏。甚至,都不敢在梦中说一句话

그는 시간과 함께 베개를 베고 있지만,

사랑의 감각기관을 두려워하네,

일종의 순수함의 결핍이랄까.

심지어 꿈 속에서조차 말 한마디 꺼낼 수 없으니


被触碰的每一秒,都会分娩无数的自身

黧黑的头顶轻轻晃动,夜晚无边。

부딪히는 매 초마다 무수한 자신을 낳다

검디 검은 정수리가 가볍게 흔들리네

이 밤은 끝이 없고


他想祈求一些光,一些说话的理由,

然而,更沉重的力量似乎要消逝了。

그는 한 줄기 빛을 원했을 뿐

이를테면 말할 자유 같은 것

그러나 더 무거운 힘이 사라지려 하는 듯 해


他沉沉睡去,像躺在黑暗里的

一把提琴,等待一双犹疑的手掌,弹响。

그는 조용히 잠이 들었네, 마치 어둠 속에서

가만히 누워있는 바이올린처럼,

망설이는 두 개의 손, 그 선율을 기다리면서.


厄土,生于1985年,甘肃宁县人,2006年毕业于南京大学。出版诗集《昨日之树》、译著《詹姆斯·赖特诗选》等。现居上海。

웨이쓰, 1985년 감수성 닝현 출생, 2006년 남경대학 졸업. 시집<어제의 나무>, 번역시집<제임스 라이트 시선집>등 출판. 현재 상해 거주.


给韩国朋友的一封信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胡桑

후쌍

这首诗写于去年我生日的那天。诗里的场景设置在上海的一个小区,也就是我居住的临街小区,那条街道就是桃浦西路,与之平行的是桃浦河。


이 시는 작년 저의 생일날에 쓴 작품입니다. 시의 배경은 상해의 한 작은 주택단지 근처, 제가 살고 있는 곳 근처의 한 작은 동네였어요, 그 곳의 길 이름이 푸타오시루였고, 푸타오강이 나란히 흐르고 있었죠.


我凝视着小区里的树林和远处的桃浦河,感觉到了与自然事物之间的熟悉。然而,相比之下,人与人之间的沟通是多么困难。也许,困难正是起源于语言。


저는 동네의 나무와 멀리 보이는 푸타오강을 응시하고 있었고, 문득 사람과 사물간의 익숙함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그와 동시에, 반대로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은 얼마나 어려운가에 대해서도 떠올리게 되었죠. 아마도, 그 어려움은 언어에서 비롯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요.


这首诗所要探寻的诗人与人之间的差异,语言的不可沟通性,爱的艰难,然而最终指向语言的幽暗与静默。这首诗只有三段,每一段都是四行,形成具有一定约束性的形式,试图传达语言的约束与自由之间的微妙关系。


이 시는 시인과 사람들간의 다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언어의 비소통성이라고나 할까요. 사랑은 어렵죠, 마지막에 다다름은 결국 언어의 어둠과 침묵이잖아요. 이 시는 단 세 연으로 이루어져있고, 매 연이 4행을 가지고 있어요, 어떤 일정한 규율감을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죠, 언어의 구속과 자유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서 나타내고 싶었어요.


在我看来,诗是对可能性的追求。在这一追求的道路上,诗牵引着我们去生活。它首先指向自身,不断试图跃入语言的绝对性和终极的静默,又一再溢出自身,潜入广阔的生活。在这出入的双重运动中,它成为生存的阴影和光芒。


저는, 시는 가능성에 대한 추구라고 생각해요. 이 추구의 길에서, 시는 우리를 살게 만들어주죠. 시는 우리 자신이고, 부단히 언어의 절대성과 마지막의 침묵을 이겨내려는 시도이죠, 자신을 넘쳐흐르게 해 광활한 생활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요. 이러한 들고 나감의 쌍방향 운동 속에서 시는 생존의 그림자와 빛이 되어주죠.


可能性也意味着承认。诗承认具体的事物,承认虚无,承认无用,也承认生活所呈现出来的各种希望、爱欲、困境和危机。


가능성은 또한 인정을 의미합니다. 시는 사물의 구체성을 인정하고, 허무를 인정하고, 무의미함을 인정하고, 또한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각종 희망과 욕망, 어려움과 위기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生活无论在时间和空间上都内嵌着限制,生活的每一个姿态都充满着束缚。诗,对抗并超越束缚,通过词语的嬉戏和想象力的运行,让人回归为自由的生物。在生机勃勃的诗中,每一个词语都秘响旁通。


생활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모두 한계를 가지고 있죠, 생활의 매 순간은 모두 속박으로 가득해요. 시는, 이러한 속박에 대항하고, 초월하는 것이며, 언어의 유희와 상상력의 운용을 통해서 사람들을 자유로운 존재로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생기발랄한 시 속에서 매 시어들은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어요.


诗,一直在返乡,一直在让人获益于虚空的世界,一直在解放着身体,一直解构着精神,一直在教导人去爱。诗无所不能,无所不干。


시는, 줄곧 귀향을 바랍니다, 시는 줄곧 우리들을 공허한 세계에서 살아남게 하고, 줄곧 육체를 해방하게 해주며, 정신을 자유롭게 하며, 우리를 용감하게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시는 무소불능하며, 하지 않는 일이 없죠.


然而没有语言的劳作,一切皆不可能。诗的自由源于勤勉的劳作。


허나, 이 모든 것도 언어의 노동이 없다면 불가능한 것이겠지요. 시의 자유는 근면한 노동에 있으니까요


那些起源于劳作的诗,或简省,或繁缛,或明澈,或深隐,或自我封闭,或无限敞开,都让人在惊讶产生敬意,并催促每一个人都改变自己,扩展自己的意志,持续地实现自己的完满。


. 노동이 바탕이 된 시는 간단하거나, 복잡하거나, 맑고 투명하거나, 깊고 은밀하거나, 혹은 자폐적이거나, 아주 자유분방해요, 이 모든 것은 우리들을 놀라움 속에서 경외를 표하게 하고 또 매 한 사람 한 사람을 변하게 하죠, 자신의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자신의 완벽함을 꾸준히 실현하죠.


存在的困境,世界的晦暗,在诗歌中得到了加强,也获得了平息与宁静。


존재의 어려움, 세계의 어둠은 시 속에서 강인함을 얻고, 동시에 안식과 편안함을 얻어요.


诗歌,需要守护的就是那不可言说的幽暗与静默。让我们再一次倾听陆机的教诲:“课虚无以责有,叩寂寞而求音。”


시가 지켜야 할 것은 바로 이 말할 수 없는 어둠과 침묵입니다. 우리를 다시 한번 이 말씀을 새겨 듣고 깨우치게 해요. “형체 없는 것에 몸을 주고, 소리 없는 것에 음을 새기다”.


必须通过虚无和静默,我们才能生活在实有与声响中,这是诗歌的使命,亦即我们生存于世的终极去向。唯有这样的诗可以化解困境。


반드시 허무와 침묵을 통해서만 우리는 실존하고 소리 가득한 생활 속에서 살수 있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시의 사명이고, 우리의 생존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방향성이죠. 이러한 시만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어요.


守护着虚无和静默的诗,才能够召唤我们打开自己,命令我们和他人联结接在一起,引领每一个人携带着自己的有限性去无限地爱。


허무와 침묵을 지키는 시만이, 우리가 스스로를 깨고 나갈 수 있게 하고, 우리를 타인과 함께 이어지게 만들고, 한 사람 한 사람 우리 모두가 자신의 한계를 품에 안고서도 나아가 무한한 사랑을 쟁취할 수 있게 하니까요.


번역,정리: 방수진시인

2007 중앙신인문학상 시부분 당선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사

중국 상해 화동사범대학교 중문과 석사(중국정부초청장학생)

전 일간스포츠 맛전문기자

현 파*다 중국어전문강사

시와 산문을 즐겨 쓰며 때때로 노래 짓고 부르는 30대 여성예술가.

카카오브런치 고정칼럼 "지금,중국어","김빵수씨의 취미생활", "사이하다" 등 연재 중

인스타, 페이스북, 유투브 "지금중국어" 인터넷강의 연재 중



후쌍으로부터 온 편지는 한국독자들의

중국 당대 시와 문학에 대한 질문을 기다립니다.


지금 중국문학 1편 “허무와 침묵을 지키는 시”에 대한 답장도, 의견도, 환영합니다. 댓글로 남겨 주시면 후쌍으로부터 온 편지 2편에서 이야기 나누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