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안 싸고 중국여행
짐 안싸고 중국여행
대한민국에 자리잡은
곳곳의 차이나타운 탐방기!
대림동에 이은 두번째 중국인거리 맛보기,
그 대망의 주인공은
부산역 인근에 위치한 차이나타운입니다.
부산역 차이나타운은
부산 중국 영주동 부산역 맞은편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1998년 안상영 부산시장 시절
상하이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후,
일대를 '상해가(上海街, 혹은 상해 거리)라는
이름으로 바꾼 역사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만나볼 수 있는
차이나타운은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부산역 차이나타운,
부산역 상해거리라 불리는 이 곳을
처음 찾았을 때 대림동 차이나타운과는
사뭇 다른 거리 분위기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차이나타운이라는 건축물 하나를
입구에 세워놓은 채
그 어떤 관리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듯한
삭막함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는데요.
대림역 하차에서부터
사방에서 퍼지는 중국어와
활기찬 중국사람들의 에너지가
인상깊었던 대림동 차이나타운과 달리
부산역 차이나타운은 그야말로
사방 팔방 홍등만을 줄줄이 걸어놓았을 뿐
그 어떤 자기 어필의 의욕을 상실한 모습이었습니다.
평일 점심시간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한산해보이는 거리,
중국 거리의 특색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한번 정도 들어가서 먹어볼만한
음식점들만이 즐비한 골목을 보며
제일 먼저 든 속담이 바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였는데요.
대림동 차이나타운에 비해
상주 중국인의 수와 인프라가 덜하다고 쳐도
부산역 차이나타운은
'차이나타운'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무색할만큼
자신의 특색과 개성을 전혀
드러내고 있지 못하고 있는 외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골목 내부의 모습은 어떨까요?
중국의 일상과 문화를 한껏
느끼고 맛볼 수 있었던 대림동 차이나타운과 달리
이곳은 상해거리가 컨셉인지,
외국음식거리가 컨셉인지,
헷갈릴정도로 다양한 나라의 음식점들이
즐비해있었습니다.
미국의 텍사스 음식,
프랑스 팬케잌 전문점,
러시아 전통요리,
이슬람의 할랄푸드,
우즈베키스탄의 일상음식까지
일상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세계음식들의 집합소 같은 모양새였던 것이죠.
물론, 차이나타운에 방문한 김에
다양한 세계 요리를 맛 볼 수 있다는 것이
나름의 메리트가 될 수는 있겟지만,
차이나타운의 특색은 찾아보기 힘든 와중에
이슬랍인, 러시아인, 미국인 등
중국과 관련 없는 외국인들이 꽉 채운
외국음식점만 줄줄이 마주치게 되는 상황은
이곳이 과연 부산역 근처의 하나의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주기적으로 찾는
방문객들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9할이 바로 이 녀석의 공 때문일 것입니다.
바로,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 '만두'이죠.
비록 제 값과 색이 퇴색된 차이나타운이지만
부산역 차이나타운의 명물 '만두' 2대 천왕
그래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만두 천왕 맛집은 중국 화교들이
직접 오래된 역사 속에서도 자신만의 비법으로
만두를 빚어내는 곳들로,
'신발원', '마가만두','알품향' 등이
대표적인 만두 맛집으로 꼽힙니다만,
이곳을 제외한 나머지 만두 맛집들도
맛에 있어서는 크게 뒤지지 않습니다.
골목의 다른 구역이 너무나 한산한 것과 대조적으로
만두 맛집들이 위치한 곳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몇몇의 만두 맛집들이 전체 차이나타운을 먹여살린다?
라고도 볼 수 있을 이 웃지못할 풍경을 경험하는 것이
어쩌면 부산역 차이나타운을 방문하는 묘미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 싶네요.
2시간 반, ktx를 타고 달려온
이곳에서 진정한 중국의 맛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는데요.
그 와중에 정말 다행스럽게도
여러분들께 소개할만한
은둔고수의 맛을 찾았으니,
바로, 부산역 차이나타운(상해거리)에 위치한
중식당 '락천각'의 가지튀김입니다.
마치 중식 노상 포차를 연상케하는
친근하고 세월감 느껴지는 내부 인테리어를 통해
이곳의 역사감과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곳의 대표메뉴라고 하는 가지튀김을
맛보는 순간, 왜 이곳이 만두가 아닌
중식메뉴만으로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가지튀김은 뭉텅 썬 가지 속을 파내고
그 안을 잘게 썬 돼지고기로 채운 뒤
튀김옷을 입혀 튀겨 낸 음식인데요.
가지와 돼지고기, 튀김옷의 삼박자의
조화가 매우 뛰어납니다.
바싹하고 쫄깃한 튀김옷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가지
적당한 식감의 다진 돼지고기가
매콤짭짤한 소스와 만나
자연스럽게 '칭다오 맥주' 하나를
주문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 구워서 서빙되는 양꼬치도
풍부한 두께감과 적당한 양고기향이 어우러져
다른 식사메뉴를 시키지 않고도
충분히 포만감을 가져다줍니다.
가지튀김과 양꼬치, 칭다오 맥주 한병을
함께 즐긴다면, 주객전도 된 부산역
차이나타운에서 느낄 서운함과 실망감도
상당부분 해소될지 모르겠습니다.
짐 안 싸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중국여행, 두번째 주자
부산역 차이나타운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고요.
다음 이 시간에는
대림동 차이나타운과 양대산맥을 이루는
건대 중국인거리를 소개합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