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 밖을 자유여행으로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전 세계 여러 여행사는 '얼리버드 프로모션'이라는 별난 상품을 이따금 내건다. 먼 날짜의 비행기 삯을 부러 일찍이 예약하게끔 싼값에 파는 것이다. 핀란드의 으뜸 항공사인 '핀에어' 또한 마찬가지로 그것을 판다. 그런데 파리나 런던으로 가는 삯이 수도인 헬싱키로 가는 삯보다 싸다는 점이 퍽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으레 반타 공항을 거쳐 갈 터인데, 더 멀리 갈 일 없이 핀란드에 그치는 비행기 삯이 오히려 싸야 마땅하지 않을까.
지난 유월 첫 핀란드 여행에 핀에어 항공기를 탔다. 러시아가 저지른 몹쓸 짓으로 하늘길을 돌아가느라 무려 열세 시간이 넘게 걸렸다.-원래는 일고여덟 시간이면 갔다고 한다- 코비드 19가 막 번지던 2020년 1월 파리 출장이 나에겐 마지막 유럽 여정이었으니 네 살 더 먹고 가는 먼 거리 여행이 제법 버겁게 느껴졌다. 점점 몸을 가만히 두기 어렵다고 느낄 때쯤 창밖으로 드넓은 숲이 펼쳐졌다. 산은 보이지 않고 완만한 땅에 숲만 우거진 모습이 우리 땅과 사뭇 달라 그새 버거운 몸을 잊고 설렘을 샘솟게 했다.
이윽고 핀란드에 다다른 나는 처음 찾은 나라에서 나는 고유한 냄새를 맡으며 입국 심사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공항은 열린 가게 하나 없이 퍽 한적했다. 그러나 한적함을 넘어 허전한 기분까지 들자 문득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비행기 안을 가득 채웠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없고 고작 몇몇 남짓 보일 뿐이었다. 알고 보니 대개 환승 출구로 떨어져 가버린 것이었다. 비록 핀에어를 탔지만, 그이들이 가고 싶은 나라는 따로 있었던 모양이다. 핀란드란 이토록 인기 없는 나라인가, 이런 곳을 나는 남달리 부러 찾아왔구나 싶어 알 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항공사의 별난 상품에 파리와 런던으로 가는 핀에어 비행기 삯이 헬싱키에만 이르는 삯보다 싼 까닭은 어쩌면 비인기 나라의 비애인가라는 생각마저 뒤따랐다. 물론 그 까닭이 여럿 가운데 하나일 수는 있어도 모든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야말로 우리 삶에 무엇보다 귀한 것이 아닌가. 게다가 마음먹고 떠나는 여행에서 시간이란 더욱 귀하다. 한 번에 이르는 '직항'과 달리 목적지와 별로 상관없는 나라를 굳이 거쳐 가는 '경유'는 그만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일이기에 얼마만큼의 돈과 시간을 맞바꾼 셈이다. 더불어 핀에어 처지에서도 어차피 운영하는 유럽권 내 항공을 머나먼 아시아권 항공과 연결해 효율을 따진 셈법 또한 있을 터이다.
그런데도 입국장이 별로 붐비지 않는 모습은 모자랄 것 없이 이 나라에 대한 여행 선호도를 가름하게 했다. 그나마 나리타로부터 엇비슷하게 다다른 일본인 여행객이 없었다면 더욱 크게 느꼈을 터이다. 게다가 그마저도 함께 입국장을 나선 사람들 가운데 나처럼 핀란드에만 머물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유튜브에 핀란드 여행기를 찾아보면 '스톱오버(단기 체류)'로 헬싱키에 머물고 떠나는 영상이 많다. 헬싱키는 오래 머물 것 없이 하루, 이틀 남짓이면 볼 거 다 본다는 식이다.
그러한 '노잼', 비인기 나라를 다녀왔다. 그래서 진짜 노잼이었을까. 글쎄 오랜만에 글을 쓰고프게 한 까닭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