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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핀란드를 간다면.

by kokwangsoo

핀란드 하면 으레 떠올리는 낱말이 무엇이 있을까. 아마 여럿 가운데 으뜸은 '산타클로스'일 것이다. 이내 하얗게 눈 덮인 성탄절 풍경을 떠올리고 나아가 누군가는 미리내, 그러니까 오로라도 함께 떠올리리라. '산타의 고향', '산타 마을'이라 일컬어지는 로바니에미(Rovaniemi)는 핀란드의 유명 겨울 관광지다. 핀란드 땅에서 제법 북쪽에 자리하여 겨울에는 눈 내린 자작나무 숲 경치와 더불어 미리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는다.


무릇 핀란드는 사계절 가운데 겨울을 상징하는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저절로 여름 여행 선택지에서 소외되곤 한다. 그저 더운 날씨를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여름을 조금 더 시원하게 나고 싶을 때 꼽아보는 정도일 뿐이랄까. 따라서 만약 누군가 여름 핀란드를 찾는다면 틀림없이 싱그러운 자연은 물론 스스로 관심 두는 특별한 주제가 따로 있는 것이 틀림 없다.


건축과 집치레에 관심이 있는 나와 먹거리와 부엌세간에 관심이 있는 나의 아내에게 핀란드는 둘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은 나라이다. 자연과 사람의 어우러짐을 늘 화두로 삼은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의 건축을 오롯이 보기 위해. 또한, 신선한 산딸기류 과일을 비롯한 여러 먹거리를 누리기 위해서 우리는 여름에 핀란드를 찾았다.


핀란드의 여름은 사실 관광객보다 토박이들이 반기는 계절이다. 여러 북유럽권 국가들은 하지(夏至) 절기를 기념하여 명절을 쇤다. 보통 'Midsummerholiday'라고 영어로 쓰고, 핀란드에서는 유한누스,'Juhannus'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른다. 하지는 한 해 가운데 해가 가장 오래 떠 있는 날을 가리킨다. 위도가 우리 땅과 다른 북유럽권 국가들은 이때 해가 지지 않는 밤 '백야(白夜)'를 누린다.


우습게도 우리는 일정을 세운 뒤 비행기표와 숙소를 모두 결제하고 나서야 이 명절이 일정 마지막에 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유럽 사람들은 쉬는 날만큼은 아낌없이 쉬는 것으로 유명하다. 명절을 장사의 대목으로 여기는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하필이면 헬싱키 여행을 일정의 양 끝으로 붙여놓은 바람에 가고 싶었던 밥집과 가게가 혹시 그때 문을 여는지, 그렇지 않다면 잠깐 열어줄 수 있는지 미리 헤아려 물어야 했다. 그곳이 예외 없이 열지 않는다면, 두 말하지 않고 헬싱키에 다다른 첫 일정에 모두 몰아넣어야 하는 것이었다.


만약 여름에 핀란드를 찾게 된다면 미리 이 명절 날짜를 꼭 따져봐야 바람직하다. 이때는 큰 식료품 가게나 편의점 그리고 기념품 가게를 제외한 많은 곳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만 누릴 수 있는 풍경 또한 있으므로 핀란드 토박이 문화와 특유의 분위기를 누려보고 싶다면 반대로 꼭 이때를 여정에 껴보면 좋다.



Juhannus에 문을 닫은 헬싱키 스타벅스. 이곳에 어울리도록 ARTEK 사의 69의자를 스타벅스를 상징하는 빛깔로 따로 주문하여 마련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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