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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조 6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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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칠리아정 Nov 26. 2022

갓바위의 엔터Enter

얼마나 많은 문장들이 먼 길을 걸었을까!


일천삼백 계단을 오르는 동안에

머릿속 수천 회로들에

걸러졌을 바람 하나.


태어나 걷는 법을 처음 배운 아가처럼

비척이며 오르는,

저 가려린, 또 단단한.


해가 곧, 앞산을 넘어

몸 밖으로 비추었다.


땀방울로 발효된 딱 하나 소원이

갓바위 앞에 봉분처럼 제 몸을 부풀리고

침묵은 사원이 됐다


- 전송 -


그래 엔터Enter





엔터는 '완결', '마침'으로 주로 쓴다. 특히 긴 글을 쓰고 난 후 마지막으로 치는 '엔터'는 그간의 모든 작업을 마치고 '전송'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받는 입장에서는 'Ok~!'와 더불어 승락,  승인에 해당 된다.

수많은 간절함을 듣는 갓바위의 마음이 바로
'Ok~!'하며 최종 '승인'으로 결재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갓바위는 딱, 한 가지 소원을 들어 준다는 불상이다. 머리에 넓적한 바위를 이고 있어 갓을 쓴 모양과 비슷 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이름은 관봉석조여래좌상.

대구는 두 번 갔었고 팔공산도 두 번 올랐다. 갓바위의 엔터가 대구의, 세상의 소연을 들어 주길 바란다. 더불어 내 바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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