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순자 씨들에게 박수를
딸이 오전 수업을 하고 있을 때 순자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웬만해선 일하는 중에 전화하는 법이 없는 순자 씬데 어쩐 일일까 싶어 수업을 중단하고 받았다. 순자 씨는 배가 너무 아프니 데리러 올 수 있겠냐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딸은 수업 중이라 못 간다고 말했다. 순자 씨는 그래... 알았다...며 수업 중에 미안하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딸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오는 중에 순자 씨가 위에 구멍이 생겨 길에서 쓰러졌고 급하게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긴급으로 위적출수술을 받았고 입원 중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딸은 그냥 콱 죽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웬만해선 전화하지 않는 순자 씨가 오죽 급했으면 전화했을까, 얼마나 아팠으면 목소리가 그렇게 힘이 없었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마 몸이 아픈 것보다 올 수 없다는 딸의 대답에 더 아파했을지도 모른다.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깡마른 송장 같은 순자 씨를 헐거운 가운이 덮고 있었다. 순자 씨는 딸이 온 것을 보고 수술이 잘 되었다고 웃었고 의사들도 간호사들도 다 잘 보살펴 준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딸은 다행이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죽을 만큼 죄스럽게 미안해서 순자 씨의 등만 쓸었다.
그날 이후 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순자 씨가 최우선이다. 수업이고 뭐고 순자 씨의 일이라면 무조건 OK, 달려간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