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나'의 삶을 무시하지 말자

이력서

by 서휘

나는 사람을 채용할 때 몇 가지 나만의 원칙이 있다. 첫 째, 목소리가 업무에 맞는지. 둘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 태도가 예의에 맞는지. 셋째, 이력서 작성과 내용.이다. 그리고 면접을 본 후 이력서 상단에 나만의 점수를 표시해 둔다. A+, A, B+, B... 이런 식.

이 원칙은 예전 강사 채용 때부터 지켜온 나만의 습관이다. '반드시'라는 원칙은 아니지만 '그래도' 정도의 생각이다.

목소리는 평소 그(녀)의 성격을 느낄 수 있고, 태도는 그(녀)의 기본자세를 알 수 있다.

무슨 대단한 직업이라고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냐고 하겠지만 나는 자신의 삶에 진심인 사람을 원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은 어떤 일을 해도 성실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에 세 명의 면접을 봤다. 한 사람은 지인의 소개고 두 사람은 모집공고를 통했다.

A는 경력은 많으나 나이에 비해 호적이 잘 못 됐나 싶을 정도로 노해 보였고, B는 나이도 많았고 몸도 약해 보였다. 그중 C가 그나마 가장 젊고 태도도 괜찮았다. 이력도 나쁘지 않았다. 당연 C를 채용했다.


그런데 C의 이력서를 보다가 의문점이 생겼다. 아무리 군대를 갔다 왔다고 해도 고등학교 졸업 후 첫 직장과의 텀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혹시 대학을 나왔냐고 물으니 C말이 나보고 무척 예리하다고 하면서 사실을 말했다.

대학을 졸업했으나 경비나 관리원직을 가는데 대학졸업이 뭐 필요 있을까 생각에 오히려 채용이 안 될 것 같아서 안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조언을 해 줬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업을 할 때 자기의 과거를 숨기거나 속이거나 아니면 경력위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는 본인의 지나온 삶을 거부하는 것이고 후자는 거짓된 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일단 합격하고 보자라는 생각이겠지만 나는 반대다.


내 삶을 사랑하고 내 일에 진심인 사람은 어떤 직업을 가졌던지 떳떳하고 당당하다. 그리고 겸손하다. 그리고 처음 해 본 직업이라도 성심을 다한다.


C에게 말했다.

"본인의 지나온 삶을 무시하지 마세요. 그리고 본인의 삶을 인정해 주는 사람과 일 하세요."


C에게 우선 합격을 알리고 이력서를 다시 써오라고 했다. 컴퓨터 활용을 좀 할 줄 아는 것 같아 실력을 보기 위해서 이력서 양식을 주고 맞게 작성해서 근무 때 제출하라고 했다.

양식이 약간 벗어났으나 복잡한 문서 작성이 아니니 그 정도면 괜찮았다.

이력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C가 말했다.

"소장님 같은 분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면접보고 집에 가면서 가슴속에서 희망 같은 게 느껴져서 빨리 출근해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일 할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한데 이렇게 저를 알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간단한 공고문 같은 작성은 할 수 있으니 시켜 주십시오. 열심히 하겠습니다."

C의 그런 진심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변함없길 바란다.

이왕이면 성실한 사람들과 오래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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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 오기 전 몇 곳에 합격 통보를 받았었다. 대부분 대기업이거나 꽤 큰 회사였다. 그런데도 이름 없는 작은 회사를 선택한 건, 내 능력을 알아주고 인정해 줌과 나의 또 다른 부케? 본케? 같은 전혀 다른 나의 이력을 높여 주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글 쓰는 사람임을 굳이 드러내지 않으려고 철저히 숨길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 없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는 걸 우리 회사에 입사하고 알았다.

그래서 난 앞으로도 우리 회사와 오래 일 할 것이고 만약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더라도 나의 모든 이력을 인정해 주고 높이 사는 회사와, 그런 사람들과 일할 것이다.

'나'자신을 인정하고 보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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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제를 놓쳤습니다. 글거리가 있긴 했는데 꼬투리를 잡지 못해 컴퓨터 앞에서 몇 시간 동안 멍 때리기를 며칠. 결국 시작도 못 했습니다. 꼬투리 잡으려고 촉을 세우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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