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사 / 작품 소개문 / 목차 / 당부의 말

내 마음은 누가 다 훔쳤을까?

by 이재인


1. 헌사


엘리 골드렛에게,
복잡한 시스템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법을 가르쳐준 당신에게.


데이비드 미첼에게,
시간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의 가능성을 보여준 당신에게.

라나와 릴리 워쇼스키, 톰 티크버에게,
그 이야기에 숨결을 불어넣은 당신들에게.

그리고 배두나에게,
여섯 개의 삶을 살아낸 당신의 눈빛을 기억하며.


김훈에게,

나의 영원한 문장 선생님이자 불후의 명작을 내게 보여주신 당신께.


부모님에게,

내 생애 첫 번째 거울이자 우산이었던 당신들께.





2. 작품 소개문


오천 년을 살아온 한 할머니가 있다.

그녀는 죽지 않는 것이 아니다. 평범하게 죽고, 새로운 몸으로 다시 태어나며, 어느 순간 오천 년의 기억이 깨어난다. 수메르의 신전 창고에서 곡물 대출 기록을 보았고, 바빌론에서 함무라비 법전의 예외 조항을 목격했다. 그리스 환전상의 저울을 지켜보았고, 로마 동전이 얇아지는 것을 손끝으로 느꼈다.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의 장부를 엿보았고, 암스테르담에서 은행이라는 것이 탄생하는 순간을 보았다. 런던에서 금세공업자가 '없는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거기 있었다.

1929년 검은 목요일, 1971년 닉슨의 발표,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그녀는 모든 것을 보았다.

이 책은 그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돈이란 무엇인가. 은행은 어떻게 '없는 돈'을 빌려줄 수 있는가. 왜 우리는 일하고 또 일해도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위기가 올 때마다 은행은 구제받고 서민은 집을 잃는가.

할머니는 경제학 교과서를 읽어주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이야기한다. 수메르의 농부가 어떻게 신전의 빚에 갇혔는지, 런던의 금세공업자가 어떻게 현대 은행 시스템의 원형을 만들었는지, 지킬 섬의 밀실에서 어떤 남자들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어렴풋이 느껴지는 하나의 존재. 5천 년 동안 빚(부채)의 구조가 유지되는 한 영원히 살아온 누군가. 할머니는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있다고 말한다. 믿거나 말거나.

이것은 경제 해설서가 아니다. '어른을 위한 동화'다. 하지만 동화 속 모든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다. 인물의 이름만 바뀌었을 뿐, 시스템의 논리는 그대로다.

할머니는 말한다. "게임의 규칙은 알아야 하지 않겠어?"

그리고 덧붙인다. "그래도, 너희는 죽으니까, 바꿀 수 있어."




3. 목차


규칙: 오래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점토판에 새긴 약속: 신전의 창고에서

금화가 태어나던 날: 왕의 도장이 찍힌 금속 — 사르디스의 대장간에서

데나리우스의 몰락

아브라함의 장부

금고 속 비밀

1694년, 쓰레드니들가

잠깐, 숨을 돌리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금고

여섯 명의 남자

1933년 4월 5일

창문이 닫히던 밤

리먼이 쓰러지던 날

사토시의 꿈

다시, 카페에서

다음 오천 년을 위하여

맺는 이야기

연대기

참고 자료




4. 당부의 말


이 글은 오로지 소설로서만 읽히길 바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이름은 실제로 언젠가 살았던 실존 인물들의 이름이다. 그러나 이 이름에 대한 많은 허구의 이야기들이 얽혀 있으므로, 소설 속의 인물들은 그 누구도 온전한 실존 인물이라 할 수 없다.

그 밖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작자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들이다. 그러나 소설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역사 속의 시간과 공간을 실제로 살아냈던 사람들의 삶과 죽음의 파편들이 그 허구의 인물들에 뒤섞여 있다. 여러 실존 인물들의 이 구석 저 구석을 뜯어내고 합쳐내 한 명의 허구를 지어내기도 했으니 이 인물들의 허구성 또한 온전하지 못하다.

책 뒤에 붙인 연대기는 소설이 아니다. 연대기는 소설과 관련된 여러 시대의 정황을, 기록을 통해서 재구성한 것이다. 기록과 사실에는 많은 편차가 있다. 그러므로 수많은 기록을 재구성한 결과 역시 온전한 사실은 아닐 것이다.

참고 자료를 붙여 이 소설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의 소설적 신빙성과 타당성을 보충한다. 그러나 참고 자료에서 다루는 사실과 진실과 여러 이론의 조합이 반드시 사실이거나 진실임을 보증할 수는 없다.

이 당부의 말은 작자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인 소설가 김훈 선생님의 '일러두기'를 거의 고스란히 차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