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코칭 에피소드(1)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카드를 이용한 감정 알아보는 활동을 했다. 씨앗 하나를 심어주면 무럭무럭 잘 성장시키는 힘이 아이들에게 있기에 나는 아이들과의 활동이 뿌듯하고 즐겁다. 아이들에게 '감정카드'를 보여주기 전에 지금 감정을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는 아이들부터 감정이 아닌 생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 '좋다'라는 단어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감정카드를 쫙 펼치고 아이들에게 지금 나의 기분을 골라보라고 했다. 어떤 아이들은 바로 선택해서 가져가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오래도록 고민하고 고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오래 고르는 아이에게 감정을 고르는 게 어려운지 물어보니 자신 안에 있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 느낌이 어떤 감정의 언어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 코칭을 할 때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이들은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어색해하는 것 같더니 이내 쭈뼛쭈뼛 잘 이야기한다. 같은 공간에 모여있어도 아이들의 '지금'의 감정은 다 다르기 때문에 왜 그 감정을 골랐는지 친구의 감정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진다.
너 지금 이런 기분이야?
그렇다! 감정을 표현하면 상대방이 어떤 상황인지 오해 없이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왜 그런 기분인지 물어볼 수 있는 호기심이 생긴다.
Q. 친구와 내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약속 당일 친구가 약속에 못 나간다고 연락이 왔다. 그때 당신의 기분은 어떤가?
1. 짜증 난다.
2. 기쁘다.
3. 안심이 된다.
이때의 기분은 '지금'의 나의 욕구를 반영한다. 내가 오늘 하루 친구와 재미있게 놀고 싶었으면 약속이 취소된 이 상황이 짜증이 날 것이다. 내가 어젯밤 잠을 잘 자기 못해서 피곤했다면 친구의 약속 취소로 인해 쉴 수 있어서 기쁠 것이다. 또 코로나 상황에서 나가서 누구를 만나고 밥을 먹는다는 게 꺼려졌는데 약속 취소의 전화를 받았다면 나는 안심이 될 것이다. 이렇게 같은 상황을 두고 우리는 '나'의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짜증 난다'는 감정은 부정적이고 '기쁘다'라는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구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일 뿐이다. 그 감정의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있는 것이다. 감정이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분리시켜 놓으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부정적 감정 아래 있는 나의 소중한 '욕구'를 들여다보지 못할 수도 있다.
활동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소감을 들어봤다.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감정에는 좋고 나쁨이 없는지 처음 배웠어요"
"나의 상황에 따라 감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해요"
"제가 지금 배고픈데 배고플 때 이런 감정이 드는지 알았어요"
아이들의 소감을 듣고 나의 마음은 뭉클하고 감격스러웠다. 아이들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인정하고 표현하면서 자기 자신으로써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코치로서 엄마의 마음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