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망상 소품1
흐린 창가에
회색 햇빛이 비쳤다
눈을 감고 바라본다
세상...바깥은
일요일이다.
차 소리, 바퀴 소리,
너일 것 같은 발자국 소리.
너?
귀를 막고 듣고 있다
두 다리는 달리 할 짓이
없어서이다.
녹슨 내 철창
그 평안한 난간 위에
잿빛 날개를 단 침입자가 하나
푸드득하고 내려와
빤한 눈으로 나를 본다.
나오라고
나오라고
나오라고
나오라고.
너의 이름은 어찌하여
비둘기
"비둘기"
그 따위인 것이냐.
날 빤히 보다말고
날아간다
결투를 신청하듯 날개 깃으로
창턱을 한 대 치고선
날아간다.
길바닥엔
빗자국이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