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山情) 얼추 무한(無限)-1

태어나서 처음 가본 정읍 기행

by LEMO

2025년 10월 20~21일 이틀간 내장산(정읍)을 다녀왔다.

특이한 점이라면 초등학교 동창 두 명과 동행하였는데 모두 백수라서 평일 여행이 가능했다.(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가장 킬 포인트...)

단풍을 보기엔 며칠 이른 시점이었으나, 각자 시험 및 취준으로 서글픈 때에(그리고 30대 중반을 넘기며 건강 관련 이슈도 하나 둘 생기고...) 리프레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다들 이견이 없었다.


※본 기행문의 제목은 정비석의 산정무한(山情無恨)을 참고하였습니다.


퇴사를 하고 운전을 할 일이 줄어들다 보니 가끔 주차한 자리를 잊기도 한다. 기억을 더듬은 끝에 차를 꺼내 나서니 출근시간도 이미 지나 도로는 여유로웠다. 10월 20일 월요일 늦은 오전의 바람은 서늘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친구와 만나 간단하게 취식을 하고 도심을 빠져나간다. 자고로 여행이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이므로 이미 여행은 하고 있는 것이다. 화원옥포 IC에 차를 올리고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니 맑은 날씨와 더불어 어디든 달릴 수 있을 듯한 준비는 진작부터 갖추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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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여를 달려 함양 휴게소에 도착. 평일이었던 탓인지 고속도로는 정체구간 하나 없이 마음 가는 대로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었고 휴게소의 분위기도 한적했다. 이곳에서 들은 비보(悲報)가 있었으니, 경기도에서 출발하는 친구가 기차를 놓쳐 시간이 더욱 떠버린 것이다. 이미 개인 사정으로 인하여 연기한 기차였는데 그걸 놓쳤으니 원래라면 식대 전담 등의 강력 제재가 들어가는 것이 관례이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목적지까지 천천히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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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50분을 달려 전라북도에 진입, 남원휴게소에 도착하였다. 원래 휴게소를 자주 방문하지는 않지만 시간 여유가 생겼으니 낯선 휴게소에 방문하고 싶었다. 100km/h에 크루즈를 걸고 오른쪽 차로에 붙어서 주행하니 온갖 차들이 다 추월하였으나 연비 하나는 지켰다는 마음가짐으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지각이 확정된 친구와 접선하는 곳은 정읍역인데 대구에서 정읍으로 가는 길은 깔끔하지 않다. 광주 북부를 찍고 돌아가야 해서 효율충인 나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다 나름의 방법이 있는 법. 순창 IC에서 차를 내리고 국도를 타면서 정읍까지 가기로 하였다.


고속도로와는 다른 국도의 매력은 창문을 열고 경치를 좀 더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변에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무성한 도로를 지나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니 목적지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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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에 정읍이 나타나고도 약 30여분을 더 달려 사거리 신호등이 등장하는 거리에 입성하니 하천이 흐르고 시야 한편에 아파트가 세워져 있는 정읍 시(市)의 풍경이 나타났다.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새로운 정취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것도 운이라면 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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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km를 느닷없이 달린 이 녀석은 공영 주차장에 잠시 쉬도록 두고, 역에서 보기로 한 친구가 도착하려면 두 시간 정도가 남아서 대구에서 같이 동승한 친구와 근처를 걷기로 했다. 초등학교가 마치는 시간이었는지 아이들이 많았다. 대한민국의 미래... 어쩌면 조금은 버틸 수 있을지도?


정읍은 태어나 처음 와본 곳이어서 지도를 통해 인근 명소를 찾아다녔는데 쌍화차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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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근처부터 존재감을 과시하는 듯 은은한 한약재의 향이 퍼지더니 곧이어 조형물이 나타났다. 이미 거리의 향기로 차 한잔을 마신 것과 다름없어 보였다.


쌍화차라는 명칭만큼 심오한 음식명이 또 있으랴! 두 가지가(雙) 화합하는(和) 차(茶)라는 뜻의 쌍화차는 음양의 조화를 의미하고 있으니 혼자 마시면 내 몸이 조화롭고, 여럿이서 마시면 사이가 조화로워지는 낭만의 차가 아닐까 싶다.(이래놓고 안 마시고 거리 구경만 함)


그럼에도 시간이 남아서 또다시 인근을 걷다 보니 눈길을 끄는 붉은 기둥이 포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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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사라는 명칭에서 느껴지는 이순신 장군의 기운! 그러나 여기는 정읍인데? 이순신 하면 통영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 무렵, 과거 정읍현의 초대 현감이 이순신이었다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지난 한국사 시험에서 임진왜란 전투 문제를 틀린 나 자신을 질책하였다.(근데 이순신 장군이 아니고 처음 보는 전투라서 보기 난이도가 나름 좀 있었고 중얼중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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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한 친구와 접선하여 저녁을 먹으러 갔다. 원래라면 좀 일찍 먹고 노을과 함께 산경(山景)을 감상하고 싶었으나 배를 채우는 것 역시 거사(巨事)라면 거사가 아니겠는가? 술을 함께 즐기지(운전 때문) 못한 것이 아쉬웠으나 맛집에서 친구들과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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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숙소에 도착할 무렵 해는 완전히 기울어 경치는 보이지 않았으나, 하늘에 별이 많이 보여서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참고로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주요 국립공원에 위와 같이 생태탐방원을 운영하고 있다. 주 목적은 당연히 숙소로 사용하는 것이나, 각종 프로그램(트래킹 등)을 통하여 재정확보를 보충한다. 일반적인 펜션이나 글램핑장과의 차이점이 있는데 취사가 제한적이다. 만약 바람을 쐬면서 고기를 굽고 싶다면 생태탐방원은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대신 숙소 자체의 퀄리티만 보면 꽤 준수하며 이용 요금도 비싸지 않고, 관리가 잘 되어있어 깨끗한 인상을 받을 수 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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