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징크스
2018년에 나는 졸업 후 백수, 나이만 먹어가는 무기력함 등으로 그저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친구에게 새해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했었다.
원래 아침형 인간도 아니었고 특히 새해 일출을 보러 가는 사람들을 보며 '굳이 왜 저런 고생을 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냥 왠지 가고 싶었다.
포항의 유명한 일출 명소 호미곶에 가서 해가 뜰 때까지 추위에 벌벌 떨며 친구와 바다를 보며 서 있었는데 사람들이 늘어나니 마치 펭귄 무리 같았다.
아무튼 2019년에 인생 첫 새해 해돋이를 보게 되었고 그 해에 나는 인근 학교에서 먼저 연락이 와 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다. 같이 갔던 친구는 결혼을 했다.
다시 19년 말에서 20년으로 넘어가는 해에 해돋이를 보러 갔다. 20년에도 나는 다른 학교에 기간제교사로 채용되어 공립학교의 맛을 보게 되었다. 이때 같이 간 친구도 결혼에 성공했다.
21년 해돋이는 보러 가지 않았고 그 해에 나는 백수였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시는 분? 해돋이를 보러 가니까 일자리가 생기더라, 그리고 나랑 같이 해돋이를 보러 간 사람은 결혼을 하게 되더라 이 말이다.
22년 해돋이를 보고 나는 최근 자진퇴직한 학교에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 같이 갔던 동생은 남자 친구와 결혼했다.
그 이후로도 해돋이와 고용유지, 동행한 친구의 결혼이 또 있었다.
25년은 해돋이를 보러 가지 않았고 25년 9월부터 나는 백수가 되었다.
솔직히 타이밍이고 우연이다. 그런데 사람은 우연이 겹치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것이 마음가짐에 에너지를 줄 수 있다면 꼭 무의미한 행동은 아니지 않을까?
25년 말에(이틀 전) 나는 친구와 또다시 호미곶을 찾았다. 결혼을 아직 하지 못한 친구를 섭외하려니 이제는 거르고 걸러지긴 했지만 혼자 가는 것보단 낮고 그 친구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
25년 12월 31일의 마지막 10분 무렵. 많은 인파가 호미곶에 운집했고 각자 자신의 희망을 위해 이곳에 모였을 것이다.
물론 갔다고 잘 풀리는 것 아니고, 안 갔다고 인생이 꼬이는 건 아니지만 인간의 행동은 기계적인 효율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니까.
26년 새해가 되자 몇 분간의 폭죽이 발사되었다. 이제부터는 일출까지 인고의 시간이 지나간다.
주차장에서 어떻게든 버티고 상생의 손이 있는 펜스 앞에 서면 시간은 오전 5시를 살짝 넘긴다. 그리고 일출까지 펭귄처럼 서있어야 한다.
같이 간 친구는 틈이 날 때마다 이게 뭔 짓이냐며 투덜거렸다. 내가 그 친구를 강제로 끌고 온 것도 아니었지만 그냥 참았다. 새해에는 감정을 다스리는 것도 나의 목표 중 하나였으니...
아무튼 고생 끝에 26년 일출을 이렇게 담을 수 있었다.
지구의 시간에서 이 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이클의 찰나일 뿐이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그저 한낱 인간일 뿐이고 앞으로도 이곳은 새해가 되면 여느 새해처럼 인파들로 북적일 것이다.
추운 날 무슨 허튼짓이냐는 생각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1년에 딱 하루 저곳에서 한 해의 더 나은 삶을 희망하고 마음가짐을 새로고침할 수 있다면 그것이 꼭 허튼짓은 아닐지도 모른다.
모두들 새해엔 좋은 일들이 일어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