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습작노트

내가 벌레가 된다면

카프카의 <변신>

by 독당근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어딘지 이상하다. 거울을 보니 거대한 벌레로 변해 있다. 방 안으로 들어온 가족이 깜짝 놀란다. 당신은 어떻게 반응할 텐가?






나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함께 사는 여동생이다.


동생은 나를 보자마자 기절해버린다. 나도 엄청나게 벌레를 싫어하지만 동생은 치를 떨 정도로 혐오하고 두려워한다.


올해 초 보일러를 고치러 온 기사님이 한 시간 동안 대문을 활짝 열어두었다. 그 사이를 틈타 바깥에서 바퀴벌레가 들어왔다. 평화로워야 할 저녁시간 우리는 커다란 바퀴벌레를 발견하고는 혼비백산이 되었다. 동생의 하얀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고 집안이 쩌렁 울릴 정도로 비명 소리가 났다.


동생은 벌레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패닉 상태가 되었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안 입는 옷을 바퀴벌레 쪽으로 던져 겨우 잡았다. 동생은 벌레가 된 나의 털끝 하나도 건드리지 못할 것이다. 동생 손으로 나를 죽일 일은 없어 다행이다.

어쨌든 나는 동생이 기절한 틈을 타 핸드폰을 찾아 짧은 다리를 최대한 움직여서 카톡을 남겨놓았다.

'나 언니야. 일어나 보니 벌레가 되었어'

그리고 동생이 깨어나기 전에 놀라지 않도록 이불속으로 쏙 들어간다. 눈을 뜬 동생은 자신이 방금 끔찍한 악몽을 꾼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내가 들어있는 불룩한 이불을 보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눈물이 많은 동생은 불쌍한 나를 위해 울어준다.


카톡이 왔다.


'어쩌다 그렇게 된 거야?'


이불속이라 손을 움직이기가 더 힘들다.


'나ㄷㅗ 모르게ㅅ어 '



동생은 며칠 동안 나를 위해 먹을 것을 방안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나는 더이상 인간의 음식을 먹을 수 없어 모두 토해냈다. 그리고 급속도로 말라갔다.


한 달이 지나도 내 몸은 원래대로 돌아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나는 도저히 벌레로 살아갈 자신이 없다. 차라리 죽고 싶다. 동생에게 부탁해 해충약을 아주 많이 구해달라고 했다.


동생은 내가 이 모습으로 오래 견디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순순히 해충약을 준비해 주겠다고 말한다. 평소에도 동생에게 내가 나의 기능을 온전히 못하게 된다면 안락사를 하고 싶다고 말해둔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잠을 자고 일어나니 방 안에 해충약이 잔뜩 쌓여있다. 나는 커다란 입으로 한 번에 약을 삼킨다. 그리고 흉측스럽게 죽어가는 내 모습에 동생이 놀라지 않도록 이불에 몸을 돌돌 감았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처리하기 쉬울 거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 없다.

억울하고 서러워진다.
내 마지막이 이런 모습일 줄이야.


나는 내가 저지른 실수와 잘못들을 하나씩 떠올려 본다.

그렇게 큰 죄를 지은건 아닌 것 같은데...

.

.

.

그러다 아주 천천히 눈을 감는다.

고통스럽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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