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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하는 삶

내가 비즈니스를 한다면- 접근법

What & Why로부터 찾기

by 투명물고기

지난번에 쓴 "조직생활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글이 설 연휴 동안 구글에 노출되었는지 3일 연속 조회수가 천 단위를 기록했다. 어디도 알리지 않고 혼자 일기처럼 쓴 글이 다들 바쁜 대 명절 기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산 것이 의외였다. 그만큼 많은 직장인들이 마음속에 품고 있는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직장인에서 'N잡러 노마드' 혹은 '나의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의 전환을 좀 더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하고 있는 요즘, '언젠가는'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두었던 막연한 '나의 비즈니스'에 대해 고민해본다. 그런데 대체 “세상의 그 많은 것들 중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나의 접근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무슨 사업을 하든지 ‘시장과 고객’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라고 다들 말하지만, 나는 그보다 먼저 '나'를 잘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데 남을 계속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 어렵듯이, 무엇을 하든 일차적으로는 '내'가 어떤 이유로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가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스스로의 성향을 생각해 보건대, 많은 부분에서 어쩌면 실리보다도 '스스로의' 명분이 더 중요한 사람이다. 그러기에 비즈니스에 관한 접근법도 '내가 생각해온 어떤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내가 늘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회의 문제들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카테고리로, 1) 환경오염 2) 코리아 디스카운트 3) 급격한 디지털화로 인한 소외 계층의 문제이다.


1) 환경오염 문제


나는 기존에 출간을 할 때에도 POD (Publish on Demand, 주문 시 제작)의 방법을 썼던 가장 큰 이유가, 세상에 얼마나 필요할 지도 모르는 책을 미리 대량으로 찍어내서 억지로 굳이 팔리도록 밀어내기를 하고 싶지 않았었다. 마케팅 비용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실물 디스플레이도 어디에도 하지 않았지만, Yes24 카테고리 20위권 베스트에도 올랐고, 22주간 Top 100에도 올랐다고 되어있으니, 어쩌면 광고 빵빵하게 진행하고 온오프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 판매 채널을 적극적으로 다 활용하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었다면' 훨씬 많이 팔렸을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대량으로 미리 찍어내면 생산 단가도 싸지니 책 값도 낮출 수 있고, 각종 오프라인에 깔리면 그만큼 더 노출이 되고 당장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더 많이 팔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블로그를 찾아와서 시중 서점에서 바로 구매 가능한 방법이 없는지 문의가 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에 책을 까는 것도, 창고와 매장 사이 어딘가에 몇 부가되었든 재고가 남는 것도 모두 환경 오염, 에너지 효율 낭비라고 생각했다. 몇 부 더 팔리는 것보다 불필요하게 환경을 덜 오염시키는 것이 더 나에게는 중요했다.


나의 최근 커리어 탐색 여정에서도 환경 오염에 일조하는 분야에서 근무하는 것을 졸업하고 마지막으로 그린피스에서 나의 열정을 바치고자 하는 진심이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이런 진심이나 산업계에서의 마케팅력보다는 실제로 대 정부 로비나 정책 입안을 통해서 업스트림적인 문제해결을 해본 리더를 원했다. 개인 비즈니스로는 몇 년 전부터 생각했던 환경 관련 사업 아이템 중 하나가 '퇴비장'이다. 이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 등으로 환경 오염시키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급속도로 발효시켜 며칠 만에 진짜 '흙'(퇴비)으로 만들어 진정 자연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장례법이다. 이 기술은 이미 개발이 되어있지만, 서양에서조차도 사람이 며칠 만에 퇴비로 바뀌는 것에 대해 여전히 거부감이 많이 있다고 한다. 뿌리 깊은 유교문화에 여전히 효가 중요한 우리나라 정서에는 더욱 시기상조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 부모 세대가 아닌 우리 세대가 주로 무덤에 가는 시대가 될 즈음이면 자식이 없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환경 문제가 더 심각해지니 조금은 더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단은 이것은 분명 아직은 때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2) 코리아 디스카운트 (Korea Discount)


나는 만 20살이 될 때까지 비행기를 단 한 번도 타본 적이 없었지만, 이후 기를 써서 어렵게 기회들을 만들어 20대엔 파리, 30대엔 뉴욕에 살아보았다. 그렇게 전 세계인들의 로망인 도시에서 1년 이상씩 살아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의 가치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서울이 파리나 뉴욕에 비해서 경쟁력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약 8년 전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koreagram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시작해서 출산하기 전까지 한국의 곳곳을 다닐 때마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영어와 불어로 올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공유하였다. 일본의 벚꽃이 유명하다기에 시즌 맞춰 오사카를 가보니, 여의도나 진해의 벚꽃보다 오히려 못한데 전 세계인들이 보는 인터넷 세상에서 벚꽃은 온통 일본뿐이었던 게 안타까웠던 마음이 시작점이었다. 정말 최근 몇년래야 한국 문화가 정말 신기할 정도로 급부상한 것이 다행인 마음이 들긴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들이 눈에 밟힌다.


K-beauty가 미국을 필두로 한 세계 시장에서도 핫하다는데, 가격대로 본다면 죄다 저렴한 '가성비' 포지션이다. 이렇게 좋은 제품들을 왜 싸게만 팔아야 할까? 우리는 Made in France처럼 오히려 국가의 프리미엄을 받으면 안 될까? 심지어 인사동이나 주요 문화 시설 근처에 가보면 우리나라 기념품들이 품질도 좋은데 싸게만 팔리고 있어서 속상하거나, 아니면 너무 저렴하게 만든 티가 팍팍 나는 Made in China 제품들의 도배로 한국의 이미지를 망치고 있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 비단 기념품이 아니라도 대부분의 제조 기반 공산품들이 가격으로만 승부를 보려 하니 계속 중국 싸구려에 밀려서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다. 물론 IT 제품군에서는 중국이 이제는 기술로도 많은 놀라움을 주기도 하지만, 삶에는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저품질 저가격 일반 공산품도 여전히 많다. 우리나라 업체들도 가격 공세에 비즈니스를 포기하는게 아니라 제 값을 제대로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는 없을까?


3) 디지털 디바이드 (Digital Devide)


고대시대 기록에도 남아 있듯 늘 세대 간의 격차는 컸었다. 그런데 인류 문명 역사상 이렇게 세대 간의 격차가 크고 빠르게 변한 시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디지털 전환은 큰 파장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약 2~3년 전 버거킹에서 가볍게 한 끼 때우려는 노인들이 많음에 놀랐고, 그 노인들이 디지털 키오스크에서 헤매고 있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어 당황하는 모습에 슬퍼서 브런치에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지금의 세상은 노인들에게 너무도 불친절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 윗 세대들이 이렇게 선진국으로 만들어내어 잘 살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앞선 세대에게 빚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 세대는 위로는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에게 헌신했으나 이제 자식에게 기대기는 어렵게 된 경우가 많다. 그들이 60-70년간 살아온 세상과 너무도 다른 세상이 와버렸는데, 그들에게 바뀐 세상에 대해서 그들의 속도로 차근차근 알려주거나 친절을 베푸는 여유를 가진 사람은 잘 없다.


디지털을 잘 이용하는 것은 대체적으로 크게 두 가지 정도의 이점을 준다. 1) 편리함 2) 저렴함. 반대로 말하면 디지털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은 좋은 세상이 가져다준 편리함도 저렴함도 누릴 수 없는데, 따지고 보면 그 혜택은 그 누구보다도 노쇠로 '몸이 더 불편하고' 노후의 불안함으로 인한 '재정적 여유가 덜한'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이점들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적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들은 그냥 그렇게 상대적인 박탈감과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소외감을 느끼면서 살아가야만 할까? 아날로그적인 요청들을 디지털의 장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승화시키려 한다면, 분명히 그 중간의 단계에서 그만큼의 혁신이 대신 필요하다. 그런데 기술에 따른 혜택이라는 것을 누릴 수 있도록 '그들을‘ 어렵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내'가 대신 AI의 손을 빌어서 효율화하고 자동화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걸까?


내가 해결하고 싶은 사회의 문제들은 크게 이 정도의 카테고리였다. 그 외에도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회 문제에 대해, 운전석에서 알코올 냄새가 나면 아예 시동이 안 걸리게 하는 등의 기술을 도입해 보는 방법을 생각해 본 적도 있다. 이것은 기술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탑재하고 의무화하고 이런 것들이 세계적으로 대형 제조사들의 생산 문제, 전 지구적 법제화와 규제 문제 등등 너무 큰 것들이 얽혀있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은 내가 쉽게 테스트해보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였다. 위에서 말한 환경오염, 코리아 디스카운트, 디지털 디바이드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을 지속하고 있는데, 특히 2) 번과 3) 번에 대해서는 각각 구체적으로 BM(Business Model, 비즈니스 모델)을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그중에서도 일단 나는 어르신들에게 점점 더 남은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고, 격차가 벌어지는 속도도 빠르다고 느껴져서 빠르게 마켓을 테스트해보는 것을 1월 동안 진행하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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