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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스트 Mar 21. 2023

무용공연의 첫 단계, 기획안 작성

Task

: 아래 첨부된 서울문화예술재단 창작지원서를 기반으로 '작품제목, 기획의도'까지 작성해 오기


: 3월 27일 강의시간에 순차 발표 예정


* 2023년 1학기 동안 기획안 작성과 이를 기반으로 10-15분 정도의 솔로작품 완성을 목표로 함






Record


대표작품 두 개 (신작, 레퍼토리)의 작품 기획안을 보여주셨다. 기획서는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환경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지원서가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자가 상상하고 있는 작품의 토대가 되는 구상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고민하며 직접 작성해 온 기획서의 공유는 공연을 보는 것 이상의 가치를 나눠주는 시간이다. 지원서 작성이 처음인 친구들에게는 다소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좋은 결과물을 보고 듣는 것만큼 큰 배움이 없기에 이 시간을 통해 기획안에 대한 구조에 조금이나마 눈을 뜨게 되는 기회가 되었을 것 같다.


기획안을 직접 읽어주셨는데 보고 들으며 텍스트 자체의 감상만으로도 이미 좋았지만, 텍스트가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오면서 다양한 생각이 연속적으로 떠올랐다.

글을 잘 쓰는 안무가가 안무를 잘하게 되는 걸까? 안무를 잘하는 안무가는 글을 잘 쓰는 걸까?

신기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안무가들은 하나같이 글 실력이 좋았다.

그렇다면 안무가의 자격요건에 글쓰기 능력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떻게 글 쓰기 능력이 길러졌을까?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훈련이 있다면? 안무가가 추천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등등 내가 존경하고 좋아하는 안무가들의 글쓰기적 소양과 소양을 위한 노력, 그리고 안무와 글쓰기의 관계성에 대한 물음이 이어졌다. 그래서 우선 내가 좋아하는 안무가인 언니에게 질문해 보았다.


"원래 글을 잘 쓰는 사람이었는지, 잘 쓰기 위해 한 노력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잘 쓴 글을 모아서 많이 읽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글을 쓴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고 내 언어로 변환하는 작업과정을 거쳤다.

띄어쓰기, 맞춤법, 글의 문단 간 맥락이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디테일 체크를 여러 번 거친다.

논문에서는 인용구, 각주, 출처 등을 달아야 하는데 논문을 쓴 것이 글쓰기 능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글 잘 쓰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

한 선생님의 말씀이 큰 도움이 되었는데 두 가지가 있다. 반복되는 어구를 제외시키고 최대한 간결, 명로하게 작성할 것. 그리고 제일 강력한 한 문장을 찾아볼 것.

안무가가 원하는 것에 대한 표현은 안무가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보통 스스로 기획서를 다 작성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을 더 잘 쓰고 싶어지고 쓰다 보니 조금씩 나만의 표현이 가능한 글쓰기가 되었다.


언니의 말을 들으면서 모든 일의 기본은 결국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우선 많이 읽어야 하고, 그런 다음 많이 써봐야 한다.

좋은 춤을 추기 위해서는 좋은 춤을 보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그런 다음 연습을 통해 잘 출 때까지 춰야 한다.

좋은 안무를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연과 안무를 보고, 그런 다음 나만의 안무를 계속 만들어봐야 한다.


관찰, 행동, 반복. 이런 깨달음 속에서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와 보면, 모든 안무가가 글을 잘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각기 다른 능력이 있기에 서로가 가진 재능을 연결하고 연대하는 것. 그렇다면 꼭 글쓰기 능력이 아닌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명료해야만 다른 이들의 능력이 사용되고 함께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명료해지기 위한 공부가 더 선행되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평소에 다양한 경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리해 두면 훗날 작품 구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글쓰기가 어렵거나 싫다는 이유로 배제할 것이 아니라 내 작품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인 글쓰기에 대해서도 꾸준하게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요니팁 : 일상에서 공연, 전시, 영화, 책 등 관람을 하고 감상문 또는 좋은 글귀, 장면 등을 기록해 두는 아이디어 노트의 습관화가 좋은 방법이 된다.


이어서 오늘의 이야기에서 재미있었던 지점은, 기획서를 쓰는 안무가들이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신작 기획서 작성의 초기 설계 단계에서는 완성된 공연 형태가 없이 우선적으로 작성해야 하기에 기획안을 쓰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때 상상하면서 쓴 글이 무의식적으로 잠재되어 있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작품의 방향일 때도 있다. 그리고 때론 작성하면서 입력된 정보가 무의식적으로 추후 작업에 영향이 되어 작품 속에 실제로 담기기도 한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가는 것 같지만 어쩌면 유무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함께 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근에 읽은 책 또는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1) 현대미술 글쓰기


2) 침묵의 세계


3) 마지막 수업





Q&A


1) 무용단을 유지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요?

수익화에 대한 고민도 했었지만 수익화보다는 순수예술 창작, 춤을 추는 것에 대해 집중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단원들의 마음이 모여 유지될 수 있는 것 같다.

가진 춤의 가치관과 방향성이 확고하기 때문에 유지 가능한 것 같다.

공연 만으로 수익구조가 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없는 무용계의 현실을 실감하고 있다.

* 무용계에서의 수익화, 가치 전환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되는 지점이다.


2) 연습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기존에 만들어져 있는 작품은 1~2달, 신작 경우에는 4개월 정도 소요된다.


3) 무용계의 수익화 현실

이슈적 명목이 있어야 그나마 활동이 가능한 것 같다.

극장 또는 수익이 되는 공연이 추구하는 주류의 작품이나 장르가 있다. 발레가 그중 하나다.

컨템포 퍼러리가 가지는 한계성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 하지만 이것만이 가진 가치를 알기에 지속해 나간다.

* 김재덕, 아트프로젝트보라, 고블린파티, 안은미컴퍼니,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시나브로가슴에, 멜랑콜리댄스컴퍼니, 고스트그룹, 댑댄스프로젝트 등 다양한 컨템포퍼리 단체들의 수익구조 및 지속화에 대해 궁금해졌다.


4) 태웅이의 이야기 및 고민

단체 설립을 계획 중인데 지속적이지 않을 거면 안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하는 작업을 어떻게 하면 수익화가 가능할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니, 이것을 볼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볼지를 염두하지 않을 수가 없고, 그것을 염두하자니 내가 원하는 것을 못하게 된다.

경연보다는 내가 원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경연을 참여하지 않기로 선택했다.


* 대답 :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우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좋아하는지를 서칭 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남을 의식하기보다 나에게 집중하는 작업으로 가져가보자.


* 태웅이가 이야기하는 수익화에 대한 고민은 안무가가 창작 작업에 대한 고민의 영역이기보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포함한 기획적 측면의 고민에 가깝다. 곧 역할이 나뉘기는 하지만 안무, 기획 모든 것이 단체에게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여러 부분에 대한 고민이 서로 교차하며 단체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것이기도 해서 좋은 고민의 시작으로 보인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 나가는 개인 창작자, 단체 등이 많아질수록 무용계가 발전할 수 있을 테니. 우선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속성을 걱정하고 시작하지 않을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고 지속하게 하는 힘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태웅이라면 충분히 해낼 것 같다:)


5) 대중성이란 무엇일까?

*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오가다 중단되었다. 이야기하자면 한 수업의 전체를 다 채울 수도 있는 주제!




Finish


수원에서 출발하여 대학로까지 적게는 1시간 40분, 많게는 2시간이 훌쩍 넘을 때도 있는 거리지만 열심히 고민하고 사투를 벌이던 대학생 시절에 비하면 물리적 거리의 힘듦이 가볍게 느껴져서일까, 대학원 수업을 오가는 시간과 에너지가 전혀 힘들지가 않다. 오히려 오가는 시간 동안 영어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 정리도 할 수 있고, 특히 수업에 오면 같은 학생이었다가 이제는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후배, 친구를 보며 기존의 활동 영역들에서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재미도 있어 즐겁다. 인생 참 재미나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하며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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