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Tech Insight Program 유니크월드
안녕하세요. 한 주 잘 보내셨나요?
5월 2일 (목)에는 김태용 영화감독의 <현재 영화의 시간> 주제로 유니크월드만의 아홉 번째 강연이 펼쳐집니다.
여덟 번째 이야기는 작곡가 최우정 교수님의 강연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작곡,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소리'라는 본질적 접근을 통해 들려주시면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음악과는 다른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관점을 제공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현대'라는 단어에 붙는 '예술'이라는 단어, 그리고 예술을 아우르든 각 장르의 본질적 의미와 각 정의를 다시금 들여다보게합니다.
오늘은 유니크월드의 스타, 김태용 감독님께서 <현재 영화의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유니크한 강연을 준비하셨습니다. 강연 제목을 지을 때를 떠올리면 감독님의 강연이 더욱 설레여집니다. 특히, 6월 오랜만의 작품 개봉을 앞둔 감독님이기에 많은 참여자들의 관심이 더 집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연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유니크월드, 어느덧 9회차를 맞이하였습니다. 조금 일찍 오셔서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진 얼굴들과 인사 나누며 식사도 챙기시길 바랍니다.
혹, 부득이하게 참여가 힘들거나 늦으시는 경우 연락 주시면 확인해두겠습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 매주 목요일 저녁의 유니크월드가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도록
성심껏 준비하여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태용 감독님의 최신 인터뷰를 공유드립니다. 말도 향연할 수 없는 감독님의 심연의 이야기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테고요. 공유드리는 두 편의 인터뷰 내용만으로도 인간 '김태용', 그리고 나아가 영화감독 '김태용'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1. 인터뷰 <인공지능 시대, 아름다움을 묻다>, <나는 고뇌한다, 영화적 친절함을>_톱클래스
o 주요경력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호주국립영화학교 졸업
o 대표작
<만추> 베를린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가족의 탄생> 청룡 영화제 감독상, 대종상 작품상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
예술은 아름다움을 다루잖아요.
인간이 표현하든 안 하든
아름다움에는 실체가 있는 것 같아요.
석양이 지는 바닷가 같은.
모든 아름다움 앞에서는 감흥이 있어요.
그리고 그 감흥은
나의 욕망과 바람을 건드립니다.
그 욕망과 바람은 내 삶을 건드리고요.
요즘 문명 발달 속도를 보면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지요.
영화감독은 대중에 가장 민감한 직업 중 하나입니다. 지금 대중과 무엇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합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말 한마디를 하기 전에 세 가지 요건을 충족했는지 살핀다고 하지요.
진실한가, 필요한가, 친절한가.
영화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이 세 가지 질문을 곱씹으면서 영화 제작에 임합니다.
진실한가, 필요한가는 납득이 되는데, ‘친절한가’에서 고개가 갸우뚱해져요. 영화적인 친절함이란 뭔가요.
영화는 극단의 대중예술이에요. 관객을 극장 안에 두 시간 정도 가둬두고 집중해서 보게 하는 장르죠. 그 시간을 폭력적으로 장악합니다. 제작 과정도 그래요.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투입되고,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입니다. 그렇다 보니 소통이 엄청 중요해요. 스태프와의 소통, 배우와의 소통. 재밌는 건, 소통 과정에서 늘 대중의 입을 빌려서 말한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이 장면에서 콜라를 더 좋아할 것 같아’라고 하죠. 감독인 저도 마찬가지예요. 배우에게 디렉션을 할 때 ‘이건 좀 과한 것 같아. 감정을 숨겨도 사람들은 알아’라며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얘기해요. 끊임없이 대중을 의식하죠.
결국 관객을 염두에 둔 친절함인가요.
그것일 수도 있지만, 영화의 문법이기도 합니다. 이제까지 봐온 문법 안에서 움직여야 하니까요. 중절모 쓰고 바바리를 입고 있다면 옷깃을 열 때 총이 나와야 하잖아요. 이게 영화적인 문법인데 이 문법을 깨고 총 대신 꽃이 나오면 재밌어 하죠. 그래서 영화적인 친절함이란 역사에 대한 존중도 있어요.
'친절'이 품은 언어의 광의에 대해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친절함 같아요. 이것저것 여러 개를 말하지 않고 관객이 길을 잃지 않도록 필요한 지점만 정확히 말하는 것. 대화도 그렇잖아요. 설명적인 대화가 아니라 ‘이 상황엔 이런 것 같다’라는 짤막한 말이 더 친절할 수 있어요.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쉽게 완성도 높은 언어를 획득할 수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어요. 과연 인간만의 창의성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이며, 아름다움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커질 수밖에 없지요.
진짜 어려운 질문이에요. 개인적인 관점으로 말씀드릴게요. 예술은 아름다움을 다루잖아요. 인간이 표현하든 안 하든 아름다움에는 실체가 있는 것 같아요. 석양이 지는 바닷가 같은. 모든 아름다움 앞에서는 감흥이 있어요. 그리고 그 감흥은 나의 욕망과 바람을 건드립니다. 그 욕망과 바람은 내 삶을 건드리고요.
어떤 영화를 보고 나서 연인에게 헤어지자고 전화를 할 수도 있고, 책을 읽고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전화를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규정합니다. ‘엔터테인먼트는 지금 움직이게 하고, 예술은 다음에 움직이게 하고,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와 예술 사이 그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인공지능과도 정서적 교감이 가능하다는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존재와 존재가 직접 만나 눈을 바라보면서 나누는 대화의 힘은 그 무엇도 대체하지 못할 텐데요.
절대로 대체하지 못하고, 다만 그 경험이 적어지겠죠. 그건 한 사회가 발전해가는 방향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는 흥미로워지는 쪽으로 발전하는 게 아니라, 그 사회의 폭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잖아요.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가《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그 내용을 데이터로 증명한 것처럼 말이에요. 그렇게 본다면 직접 만남이 줄수록 폭력은 확실히 줄어요. 다만 인생의 재미도 줄어드는 거죠. 이런 방향이 옳으냐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에요.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953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31954
정답이 없지만 끝나지 않을 질문들. 정답도, 대답도 없는 질문은 김태용 감독의 영화를 닮아 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진실에 닿기 위해 끝없이 말하기보다 차라리 삼키는 쪽에 가깝다. 산문의 언어보다 시의 언어로 말하고,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진실을 관객이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 그가 과작의 감독인 이유다.
출처ㅣ톱클래스(http://topclas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