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된 밥과 따스한 된장찌개, 그 힘으로 오늘을 살아가다.
언젠가 라디오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외국의 어느 연구 사례였는데 가출 청소년들이 가장 집으로 돌아오고 싶을 때가 바로 집에서 한 음식의 냄새를 맡을 때라는 내용이었다. 그때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난 문득 성냥팔이 소녀가 생각이 났다. 창문 너머로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모습에 성냥팔이 소녀는 성냥에 불을 붙이며, 따뜻한 식탁을 상상했다. 아마 가출 청소년들 역시 화목한 식탁과 정성과 사랑이 담긴 음식에서 가족의 사랑을 그리워하며 컴백홈을 하는 경우가 아닐까?
굳이 가출 청소년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나를 생각하는 누군가의 손길이 담긴 음식을 먹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본 사람은 더더욱 잘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 그리고 깊은 마음을 들이는 일인지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그 한 끼로 더 많은 힘을 낼 수 있다. 본인의 힘과 더불어 음식을 만든 사람의 힘을 얹어서...
잘 뜸 들여진 밥에 구수한 된장찌개가 나를 크게 했다. 가끔씩 몸이 안 좋을 때면 특별히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로 입맛을 돋우게 해 줬다. 20년이 넘도록 나에게 힘을 줬던, 그러나 그때는 알지 못했던 집밥의 힘. 할머니의 정성과 어머니의 마음이 담겼던 집밥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고, 그 집밥의 힘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나 역시 오늘도 집밥을 짓고 있다.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게 느껴질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집밥. 날마다 만나는 그 집밥 속에 숨은 이야기를
지금부터 하나씩 꺼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