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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Oct 11. 2016

[드라마 스페셜] 빨간 선생님

당신에게는 진짜 선생님이 있었나요?

KBS 드라마스페셜이 2016년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시즌의 시작을 알린 첫 작품은 2015 KBS 극본공모당선작 권혜지 작가의 <빨간 선생님>. 이 작품은 1985년도 한 여고를 배경으로 한 유쾌하지만 슬픈 이야기이다.


드라마의 시작은 어느 학교에나 있을 법한 아이들의 머리 길이를 지적하는 수학 선생님과 그런 그를 당황시킬 만큼 당당한 한 여고생의 말싸움으로 시작된다. 여고의 수학 선생님인 태남(이동휘)은 학생들에게 일명 '변태남'이라고 불리며 교감에게는 아부를, 맞선에서는 진상을 부리는 노총각 선생님이다. 그런 그에게 골칫거리가 있었으니 바로 그의 옆집에 사는 순덕(정소민). 순덕은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에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그래도 기죽지 않는 당당한 소녀로 항상 태남에게 지지 않는다.

어느 날 태남이 우연히 동네 서점에서 발견한 '장군부인의 위험한 사랑'이라는 금서에 푹 빠진다. 하지만 어디서도 2권을 찾을 수는 없어 답답해하고, 태남이 동네에 버린 '장군부인의 위험한 사랑'은 우연히 순덕의 손에 들어간다. 순진한 여고생들에게 어른들의 은밀한 사랑 얘기는 충격적이지만 흥미롭기 그지없고, 2권을 원하는 친구들에게 순덕은 생각나는 대로 다음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자신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작품 속에서 태남은 학생들보다는 자기 자신의 출세를 먼저 생각하는 선생님으로 보인다. 그런 그를 움직인 것이 순덕이의 글인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곳에 존재하던 선생님의 마음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선생님이었다는 것뿐.


정말 재밌게 웃으면서 보다가 결국은 눈물 나게 만드는 <빨간 선생님>. 80분이라는 시간 가득 한 작품이 채워져 그 시간이 길게도 느껴지고 짧게도 느껴졌다. '장군부인의 위험한 사랑'이란 책을 드라마로 표현해 주는 것도 좋았고 그 속에 이동휘가 작게 등장해 훔쳐보는 연출도 재미있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대본은 극본공모 당선작이니까 신인작가가 썼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다면 정말 대단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보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스페셜을 보면 좋겠다. 그래야 또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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