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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Oct 13. 2016

[드라마 스페셜] 전설의 셔틀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 뭐든

어쩌면 이건 '셔틀'인 사람의 발칙한 상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상을 응원하고 싶다. 누가 학교 안에 짱과 셔틀을 정한 것일까. 짱이 되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셔틀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건 남학생만 우글우글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이다.


서울에서 전학 온 전학생 강찬(이지훈)은 무성한 소문을 몰고 다니는 고독한 파이터지만 어딘가 허술해보인다. 학교의 짱인 조태웅(서지훈)과 절친한 친구가 되지만 항상 불안해하고, 주먹보다는 입으로 보든 상황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던 중 찬이 전학 온 학교에서 서재우(김진우)가 전학 오고 찬은 재우가 자신에 대해 아이들에게 무슨 얘기라도 할까봐 안절부절못한다.

이 작품을 보면서 정말 슬픈 현실은 셔틀은 전학가도 셔틀이라는 사실을 숨겨야하고, 짱은 전학을 가도 짱이라는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학교 폭력 사건이 일어난다면 짱은 가해자이고 셔틀은 피해자인데 피해자가 더 그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해야하는 것이다. <전설의 셔틀>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대체로 코믹하게 보여주지만 생각해보면 참 슬픈 현실이다.

작품 속 찬과 재우는 같은 아픔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서로를 피한다. 표면적으로는 서로 과거를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만 더 깊은 곳에는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도와주지 못하고 외면해야만 했던 과거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재우가 자꾸 찬에게 삐딱하게 구는 것은 찬이 진정한 학교 생활이 아니라 거짓된 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안타까워서였지 않을까. 

결국 찬은 거짓된 학교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진다. 그의 거짓말은 많은 '셔틀'들을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 된다.

'전설의 셔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유쾌하게 셔틀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모습을 보여줘서 참 좋았다. 누군가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는 이야기면, 어느 한 명에게라도 조금은 손을 내밀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이야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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