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더>, 결말 포함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다른 아이들과는 좀 다른 외모를 가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
엄마, 아빠, 누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지만 엄마와 하는 홈스쿨링 대신
5학년으로 학교에 가게 된 것은 두렵기만 하다.
그런 어기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가족들.
하지만 엄마 '이사벨'(줄리아 로버츠)는 어기가 한 발자국 더 세상에 나아갔으면 한다.
우주조종사가 된 어기를 보며 모두가 환호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발걸음을 내디뎌 보지만
역시나 차갑기만 한 아이들의 시선에 주눅 드는 어기.
하지만 좋아하는 과학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며 어기는 학교생활을 꿋꿋이 이어나가고
그런 어기의 모습에 친구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유전적 질환으로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27번의 수술을 했어야 하는 어기.
그렇지만 어기는 그런 힘든 상황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만큼 단단한 아이다.
과학을 좋아하고, 우주에 가는 것이 꿈이며, 가족들을 사랑하지만
그런 어기도 사람들의 시선과 놀림이 괜찮은 건 아니다. 그냥 괜찮은 척하는 것일 뿐.
그런 어기에게 친구가 생긴다. '잭 윌'(노아 주프)는 과학 시험을 도와준 어기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어기는 처음으로 친구를 집에 초대한다.
잭의 존재만으로 학교에 가는 것도 즐거워진 어기는
특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할로윈데이를 맞아 들뜬 마음으로 등교를 한다.
(모두 가면을 쓰고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기와 편견 없이 인사해 줘서
할로윈 데이를 좋아하는 어기ㅠㅠ)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할로윈 데이날 오히려 가면을 쓰고 있던 탓으로
잭과 친구들이 자신의 뒷이야기를 하는 것과
잭이 자신에게 친절한 이유가 교장선생님이 시켜서라는 것을 알아버린 어기는 다시 절망 속에 빠진다.
영화는 어기의 시점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어기의 누나인 '비아'(이자벨라 비도빅)의 이야기도 나온다.
어기를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엄마, 아빠의 관심이 다 어기에게 쏠려있는 상황이 못내 아쉬운 비아.
그럼에도 자신이 남동생을 생일선물로 갖고 싶다고 말했고,
어기가 아니라 자신이 유전적인 질환을 앓았을 확률도 있었다는 무거운 마음에 짐을 가지고
혼자 씩씩한 척 지내고 있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제일 사랑한다고 말했던 할머니도 떠나고,
베프라고 믿었던 미란다도 학교에서 자신을 모른 척하기 시작하면서 비아는 혼자 힘든 시간을 견딘다.
<결말 포함>
순탄하지 않은 생활이지만 단단하게 뭉친 가족애로 모든 일을 당당하게 헤쳐나가는 풀먼 가족.
그리고 그런 노력은 비아의 훌륭한 연극 무대와 친구가 생기고 밝아진 어기의 모습과
그런 어기가 졸업식에 당당하게 대표로 상을 받으며 보상받는다.
그리고 이자벨 역시 어기가 태어나며 마치지 못했던 논문을 완성시키며
어느 것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잭과 멀어진 후 어기의 학교생활은 더 힘들어진다. 특히 선생님들 앞에서만 착한 척하고
뒤에서는 어기를 괴롭히는데 앞장서는 '줄리안'(브라이스 게이사르)은 어기에게
나쁜 말이 담긴 쪽지를 보내거나 친구들을 선동해 피구 시간에 피구 공을 던지는 등
어기를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물론 마지막에 보면 줄리안도 어기를 싫어한다기 보다 자기보다 똑똑하고,
친구들이 자꾸 늘어나는 어기를 질투했던 것 같다.
잭과 싸웠을 때 어기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또 한 명의 친구 '썸머'.
썸머는 정말 순수하게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어기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잭과 어기가 화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도 한다.
어기는 점점 자신의 외면이 아닌 내면을 알아주는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에 다니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샬롯도 좋은 친구인 것 같다.
샬롯은 어기에 대해 특별히 편견을 가지는 것 같지 않다.
한결같이 자기 이야기만 할 뿐ㅎㅎ
영화는 어기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이나 함께 힘들어하는 주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현실을 미화하진 않지만 어기가 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사랑을 받는 존재로 변해가는 것은
너무나 바라고 싶은 기적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영화처럼 어기 같은 친구들이 세상과 잘 동화될 수 있는 현실이라면 참 좋을 텐데.
영화를 보며 내가 어기의 친구라면,
혹은 내 아이 주변에 어기 같은 아이가 있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봤는데
나 역시도 잭의 엄마처럼 '불쌍하니가 잘 챙겨줘'라는 말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미 그 말 자체가 나를 어기보다 우월한 존재로 인식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만 곁에 있다면 누구보다 성공한 삶일 것이다.
그건 선천적으로 모든 걸 우월하게 갖고 태어났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니까.
+ 시작부터 끝까지 지루한 부분 하나도 없이 재밌게, 감동적으로 봤다.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재밌다. 넘나 추천!!
+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어기 캐릭터는 아역 배우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분장하고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정교하고 연기를 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