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리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 출판사 서평단을 통해 제공받은 책이지만 주관적으로 작성한 감상평입니다:)
에세이나 소설을 읽고 그 작가가 좋아지면
관련 책을 더 찾아보곤 하는데 조승리 작가도 그중 한 명이었다.
2024년에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으라면
조승리 작가의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와
이슬아 작가의 <새 마음으로>라고 할 만큼 전작을 재미있게,
아니 마음에 울림 있어서 신작이 나왔다고 했을 때
서평단에 주저 없이 신청했고, 꼭 되고 싶었다.
책을 받았을 때는 전작과는 다른 파랗고 빨간 색감의 책과
뜻을 알 수 없는 제목이 좀 낯설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에는 책 안쪽에
표지에 대한 설명이 쓰여있어서 작가가 참 친절하구나,
생각했었는데 친절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전작과는 좀 다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목차 안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작가는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청소년기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간다는 판단을 받았고,
지금은 낮과 밤을 구분하는 정도
그리고 빨간색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작가는 마치 모든 것을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녀는 보지 못했다고 했지만
어떤 사람보다 더 풍경을, 사람을, 그 상황을 잘 관찰하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조승리 작가의 이야기에서 특히 좋았던 것은
그녀가 '화를 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그녀는 화가 날 때 꽤 참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한 번씩 날리는 독설은 이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었고,
무례한 사람들이 반성해야 하는 이야기였다.
이 책에서도 그녀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겠다고 말했다.
그녀가 말한 저런 사람들이란 식당 주인이 칭한
자신과 같은 장애가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겠다는
그녀의 다짐이 이 책 가득히 담겨있다.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의문의 일 패'인데 작가는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던 미용실 원장님이 가진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과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근데 자기는 장애인인데 왜 이렇게 못됐어?"라고
말했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그녀는 웃프게도 그런 말을 들었지만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어서 만족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글로 담담하게 써 내려가지만
그녀가 대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제목의 비밀은 가장 마지막 화에 나온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누구나 마음속에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읽고 나니 이 책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인 것 같다.
그녀가 자신이 가진 사명을 가지고
어디까지 자신을 데려갈지 모르는 운명과 끊임없이 싸우고,
또 화해하며 글을 써주면 좋겠다.
당당히 어깨를 펴고 바르게 앉았다. 불쾌했지만 상처로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다짐했다.
'당신들이 말하는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써야지.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릴 거야.
그게 내가 정한 나의 사명이야.'
-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중, 조승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