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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angPolang Oct 28. 2016

반려견을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줘


그녀와 그녀의 반려견

"반려견이 불안정하고, 심하게 짖고 경계가 심하며 통제가 되지 않는다. 도움이 필요하다."

는 요청을 받았다.

그녀의 설명이 없었어도, 전문가가 아니라 누가 그녀의 반려견을 보았더라도

그녀의 반려견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반려견의 얼굴에 쓰여있었다. "나는 불행하다."라고.


도움을 요청한 보호자, 그녀는 다름 아닌 반려견 훈련사였다.

그녀는 자신을 '긍정적 훈련을 하는 포지티브 트레이너'라고 소개했다.

강압적 방법은 사용하지 않으며, 긍정적 강화를 통해 훈련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반려견만큼은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그녀가 말하는 교육

그녀는 간식을 들고 반려견을 유도했다.

간식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반려견에게 앉으라고 시키고

간식을 들고 반려견에게 엎드리라고 지시했다.

반려견은 쉼 없이 눈으로 간식을 좇으며, 앉고 엎드리고 구르고 빙글빙글 돌았다.


'간식=긍정적 훈련'이라는 잘못된 상식

언제부터 간식을 들고 유인하는 것이 '긍정적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하고 있는 것은 훈련도, 교육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보상이 나쁜 것이 아니다. 올바른 보상은 필요하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그녀의 경우 간식이 올바른 보상으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반려견이 '선택한 행동'에 대해 보상을 주지 않고

'행동을 유인'하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출석하여 정해진 기간 동안 성실히 임무를 완수한 공으로 '상을 수여'하게 되었다면 그 상은 

선택과 행동에 대한 보상이다. 

상을 받은 사람은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비슷한 선택을 하며 인생을 가꾸어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매일 주머니에 10만 원씩 찔러 넣어주어야 마지못해 자리에 앉아서 시간을 때운다면, 그 10만 원은 잘못된 보상이다. 그 보상은 이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 또한 이 사람은 앞으로도 자발적으로 출석하여 자신의 맡은 바를 다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돈을 찔러 넣어주어야 움직이는 척이라도 할 것이다. 



그녀의 반려견은 

그저 어떻게 하면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간식을 입에 넣을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뿐이었다.

머리를 쓸 필요가 없는 일이므로, 당연히 반려견의 뇌에서 교육이나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녀의 반려견은 언제나 간식만 바라보거나, 자신의 보호자의 손이 언제 간식 가방으로 들어갈지에만 관심을 둘 뿐이므로, 당연히 보호자와 연결이나 신뢰 같은 것은 애초에 둘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나, 무엇을 하든, 그들 사이에는 간식이 필요했다.


언제나 간식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학습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견 복종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앉아' '엎드려'를 시키던 훈련이

단순히 이름만 '긍정적 강화 훈련'으로 바뀐 상황인데

이런 방법으로 자라고, 늘 이렇게 관계를 맺고, 이렇게 생활하고 있는 반려견들 중 많은 수가 

'불안, 집착, 산만함'을 보인다.


이런 방식의 교육을 받았던 반려견보다 

이전에 전혀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반려견을 교육하는 편이 훨씬 쉽고 빠르다.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쉽고 빠르게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목줄을 잡아당기거나, 간식을 들고 반려견을 유도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보호자가

기존의 습관을 버리고 다른 것을 몸에 익히도록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오감과 두뇌로 이해한 내용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근육에 저장되어 무의식 중에도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는데

이미 근육에 저장된 습관을 바꾸려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상당한 저항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저항을 이겨내는 일은 만만치 않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대체로 3일 안에 자기 자신에게 지고 만다. 

그러니 진정 변화의 의지가 있다면 3일에 한 번씩 마음을 다시 다잡으며 채찍질해야 한다.

작심삼일(作心三日)= '3일에 한 번씩 마음을 다잡으라'는 뜻으로 이해해라.


(그런 면에서 반려동물이 사람보다 영리하고 효율적인 동물이라고 해야겠다. "와우 이 방법 좋군!"하고 느끼면

아주 신속하게 기존의 습관을 탈피하고 변화하니까 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강압적으로 바꿀 수 없다.

자신 스스로가 '바꾸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돌진하지 않는 한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타인의 선의의 충고나 헌신적 도움은 '개 발에 편자'다. 

(도와주려고 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것은 시간 낭비다.)

값어치를 모를 뿐 아니라, 도우려는 사람에게 되려 쓴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


샤키와 같은 케이스들 (복종훈련으로 산만하고 불안정해진 반려견들)을 

시간이 갈수록 자주 접하게 된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는 하지만,

간식을 들고 반려견을 유도하는 훈련법이 가져오는 문제점이라던가

교육법이 가져오는 차이를 보호자에게 설명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논쟁은 불필요하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다만 보호자가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생각을 바꿀 유연성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말이다.


"혹시 호흡에 대해서 배워본 적 있어? 호흡이 바뀔 때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라는가 그런 거."

"숨쉬기 운동 같은 거?"

"응 그렇지. 호흡은 우리의 건강에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있을 때 정말 중요한 의미를 가져.
반려견은 우리의 바디랭귀지, 호흡, 체온, 근육 변화, 호르몬 변화, 체취 등을 CSI 요원처럼 읽고 있거든."

"CSI 요원이라고? 하하. 재미있네."

"응.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샤키는 지금 아주 미세한 너의 호흡 변화까지 읽고 있어."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테스트해볼래? 재미있을 거야. 지금부터 머릿속으로 최근에 가장 기분 나빴던 일을 떠올리면서, 얕고 빠르게 숨을 쉬워봐. 준비됐니? 시작!"


그녀의 호흡이 바뀌고 나자 샤키의 시선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고, 몇 초 지나지 않아 샤키가 안절부절못하며 몸을 떨기 시작했다.

"이럴 수가. 믿기지가 않아."


"그럼 반대로 해볼까? 지금부터 천천히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쉬는 거야. 

숨을 내쉴 때마다 근육을 조금씩 더 지면(地面) 쪽으로 내려놓는다고 상상해봐. 

팔이 점점 길어진다. 어깨가 점점 내려간다. 나무가 되고 있다고 상상해 봐. 점점 뿌리를 내리는 거야."


호흡이 바뀌면서 점차적으로 샤키의 호흡도 보호자의 호흡과 리듬을 맞추며 따라간다는 것을 우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카피캣처럼 샤키는 보호자의 호흡과 근육 변화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었다.


훈련사인 보호자는 자신의 반려견의 모습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 이제 다시 평상시 호흡으로 돌아와 보자. 지금 샤키의 반응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았지?

평소에 간식을 손에 들고 유인하던 너의 모습을 머리 속으로 떠올려봐.

샤키의 코 앞에서 간식을 들고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너의 호흡이 지금처럼 편안할 수 있을까?

너의 호흡이 편안하지 않은 순간에, 샤키는 편안하고 즐겁다고 느낄까?

샤키가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교육에 참여하고 배우는데 집중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훈련사들은 다들 간식을 사용하잖아."


"훈련사들이 과거에 복종훈련(Obedience training)을 하던 시절에는 간식을 들고 반려견을 유인했었지.

지금도 여전히 그런 방식을 사용하는 훈련사들이 곳곳에 많은 것은 사실이야.

그렇지만 그 결과물이 지금의 불안정한 반려견들과 반려견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도 기억해야겠지.

가르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다른 방법으로 가르칠 수도 있어. 

먹을 것을 절대 사용하면 안 되는 게 아니야. 맛있는 것을 먹는 건 기분 좋은 일이잖아.

좋아하는 이성이나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생기면 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고 초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인 걸. 그렇지만 상대방에게 '나를 만나줄 때마다 명품백을 사 줄 테니 지금 나와라.'라고는 하지 않지. 그것처럼 잘못된 관계가 어디 있겠어? 

간식은 반려견이 선택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사용할 때 의미를 갖게 돼.

나 너랑 같이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어떠니? 관심 있니?"


우리는 먹을 것을 사용하지 않고, 샤키가 스스로 앉도록 가르치는 것을 함께 해보기로 했다.

"절대 하지 않을 거야. 간식이 없으면 절대로 안 하니까. 그리고 간식 먹고 나면 바로 일어나버려."

"기존에 배웠던 방식이 그랬다면, 처음 배우는 아이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지. 그렇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이게 너한테도, 샤키에게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라는 사실이지." 


결과는?

샤키는 채 10분도 되지 않아서 스스로 앉고, 엎드렸다.

그 사실보다 보호자의 마음을 더 흔들어 놓은 사실은 샤키가 보호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샤키는 자신이 선택한 행동에 보호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고 싶어서, 보호자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듣고 있었다.



나는 보호자에게 세 가지를 부탁했다.

1. 샤키에 대한 생각을 바꿀 것. 

과거의 믿음 = '샤키는 먹을 것이 있을 때에만 말을 듣는다.'에서

앞으로는
'샤키를 믿는다. 샤키는 지금 그렇듯이 앞으로도 스스로 좋은 선택을 할 것이다."


2. 보호자의 습관을 바꿀 것.

근육에 저장된 습관이 완전히 바뀌려면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지금 이 순간 이후로는 과거의 습관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 그리고 새로운 습관을 다시 근육에 저장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라.


3. 반려동물의 욕구와 느낌, 반려동물의 신체를 존중할 것.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하등한 존재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동물보다 우월하지 않다.

반려견은 먹을 것만 있으면 무엇이든 하는 하등한 미물이 아니다.
사람이 그들을 그런 시선으로 대하고 있는 것뿐이다. 



보호자를 만나거나 강의를 하면서

'개는 간식만 있으면 뭐든지 한다.'는 무의식적 믿음을 갖고 있는 이들을 만나는 순간은 마음이 참 슬프다.

아무리 애써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습관, 근육 깊이 박혀 있는 습관의 뿌리가 보일 때면

높디높은 벽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으로 손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많다.

그러나 그중 단 0.01%의 사람이라도

이 보호자의 경우처럼 자신의 반려견에게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이 있는 한, 나도 나의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마음을 추슬러본다.


 5-6년 전만 해도

'초크 체인'이 반려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것이 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도구인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 말을 비웃었다. '초크 체인은 전문가의 도구인데, 뭘 모르고 하는 소리' 라면서 말이다.

지금은 초크 체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으니, 그 인식이 바뀌기까지 5-6년이 걸린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먼저 그 말을 받아들이고, 그 말을 자신의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바로 '훈련사들'이었다.


https://brunch.co.kr/@polangpolang/18


일반인들은 미디어를 통해 '초크 체인으로 반려견을 개과천선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에 세뇌되었을 것이지만

훈련사들은 스스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도구로는 훈련은커녕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쉬운 점은 그들이 '초크 체인'은 버렸으나, '간식'을 들고 초크 체인으로 하던 똑같은 훈련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이란 총을 들고 협박하는 것도, 뇌물을 들고 유인하는 것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이 적절한 행동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칠 때

반려동물의 뇌에서는 학습이 일어난다. 그것이 교육이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다.

"함께 있는 것이 즐겁다"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

"스스로 선택한 행동의 결과에서 얻는 만족감이 크다"라고 느낄 때 교육의 효과는 지속된다.

지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기뻐하고 서로의 존재를 감사하는 관계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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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www.polangpolang.com
    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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