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3월 강의 자료 중 일부를 옮겨 적은 글입니다.
안거나 들어 올리면, 온몸을 맡기고 헝겊인형처럼 축 늘어진다 하여 붙은 이름 랙돌 (Ragdoll: 헝겊인형).
큰 체구에 조용하고 차분하며 느긋하고 한없이 여유로운 성격에 아기 판다를 연상케 하는 랙돌 캣은
분주히 움직이는 일이 없이 태평하며, 아기처럼 배를 하늘로 향하게 드러누워 두 다리를 쭉 펴고 늘어지는 것을 좋아한다.
실내 생활에 최적화된 고양이로 아파트나 도심과 같은 환경에서도 잘 적응한다.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낯선 사람 앞에서 긴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디에서든 머리만 대면 잠이 들고, 누구와도 금세 친구가 되는 사람이 있는데, 랙돌 캣을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후자에 해당한다.
랙돌 캣은 개나 다른 동물, 어린아이, 성인을 가리지 않고 누구 와든 낯가림 없이 둥글둥글 잘 지내는 성격(어린아이들은 반려동물을 대하는 방법이 서툴기 때문에, 경우를 막론하고 보호자의 지도와 감독은 필수)으로 유명하다.
이 모난 곳 없이 둥글둥글하고 느긋한 성품이 다른 고양이와 구별되는 랙돌 캣만의 차별성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신의 고양이가 이런 랙돌 캣의 성향과 정반대라고 말하는 랙돌 캣 보호자들이 적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랙돌 캣 전문 브리더들은 랙돌 캣으로서의 성품에 부합하는 고양이를 입양하려면, 반드시 공인되고 입증된 전문 브리더를 통해 입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랙돌 캣 전문 브리더들은 최소한 생후 12주까지는 아기 고양이들이 부모 랙돌 캣과 함께 지내면서 전문 브리더의 케어 하에 사회성을 기르도록 배려해야 랙돌 캣 다운 랙돌 캣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랙돌 캣은 무엇이든 가르치면 학습 속도가 빠르고, 집중력도 높은 영리한 고양이다.
강아지처럼 사람에게 집중하고, 곁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거나, 품에 안겨 자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의사 표현이 분명하고, 단어 습득도 빠르기 때문에,
고양이 계의 강아지, 일명 '개냥이'로 불린다.
또한 랙돌 캣은 팔방미인이다.
푸른 눈에 예쁘장한 외모, 영리한 두뇌, 스포츠 선수로 최적화된 큰 체구와 다부진 근육, 차분하고 둥글둥글하지만 한번 장난기가 발동하면 짓궂게 놀 줄 아는 매력까지 모든 것을 갖추었다.
보호자와 함께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지만, RFCI (국제 랙돌 클럽 Ragdoll Fanciers Club International)에서는 랙돌 캣을 언제나 실내에서 지내게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실내 생활에 최적화된 고양이로 번식되어왔고, 외부 위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랙돌 캣 특유의 지나치게 온순하고 싸울 줄 모르는 성품 때문이다. 성격이 너무 좋은 것도 탈이다.
랙돌 캣 입양을 고려 중이라면, 입양된 고양이가 실내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되었는지, 공간은 충분한지, 신체적•지적 자극을 충분히 줄 수 있는지, 랙돌 캣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한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랙돌 캣은 여러 종의 고양이를 교배하여 1960년대 초 '랙돌 캣'이라는 하나의 타입으로 정착시킨 고양이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최초로 랙돌 캣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랙돌 캣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사람은 페르시안 고양이 브리더로 활동하던 앤 베이커 (Ann Baker, 미국 캘리포니아)이다.
그러나 최초의 랙돌 캣이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다. 황당하거나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로 유명했던 앤 베이커의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도 좋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앤 베이커는 1960년대 초, 우연히 길에서 조세핀을 구조하였던 것이 시작이라고 주장하였으나, 실제로 조세핀을 구조했던 것은 제삼자라는 설도 있다. 어찌 되었든 조세핀으로 이름 붙인 길 고양이가 랙돌 캣의 시발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조세핀 (페르시안-앙고라)과 버먼 계열, 그리고 버미즈 계열의 고양이가 합쳐져 랙돌 캣이 탄생된 것으로 사료된다.
앤은 홍보에 재능이 있었던 듯하다. 그녀는 구조 당시 조세핀이 사고로 두개골 부상 및 골반 골절 등 심각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부상에서 회복되는 과정에 낳은 고양이들이 최초의 랙돌 캣이며, 그런 연유로 랙돌 캣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immune to pain)고 공표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비상식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었으나, 이야기는 순식간에 전파되면서 대중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당시는 고양이 브리더들이 자신의 고양이를 인정받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도적이고 계산적인 전술로도 보이는데, 어찌 되었든 랙돌 캣을 홍보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주목시키는데 상당히 효과적이었고, 랙돌 캣의 인기는 급등한다.
앤은 단순한 브리더로 머물지 않고, 랙돌 캣을 통해 비즈니스적 성공을 거두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 낸 고양이였기 때문인지, 앤은 랙돌 캣과 관련된 모든 것을 독점하고자 했다.
그녀는 소수정예의 브리더들과 계약을 체결하고 랙돌 캣의 번식부터 입양까지 모든 과정을 통제했으며, 브리더들로부터 수익에 대한 로열티를 받았다. 지금의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프랜차이즈 사업에 해당한다.
그녀는 랙돌 캣을 두고 비과학적인 주장들을 펼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조세핀이 정부의 비밀 실험에 사용되었다거나, 랙돌 캣이 느긋한 성격인 이유는 조세핀과 스컹크를 교배하여 랙돌 캣이 태어났기 때문이라던가, 랙돌 캣이 인간과 외계인 사이를 연결하고 있다거나, 랙돌 캣에게 인간의 유전자가 들어있다는 등의 주장이었다.
앤의 발언들과 그녀가 제시하는 계약조건 및 규제 등에 그녀에 대한 신뢰를 잃은 브리더들은 결국 앤과의 계약을 파기하기에 이르렀고, 데니 데이튼(Denny Dayton) 등을 필두로 브리더들이 독립하게 된다.
앤 베이커가 랙돌 캣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이라면, 데니 데이튼은 랙돌 캣의 표준을 정립하고 공식적으로 인정받는데 기여한 사람이다. 그의 노력 덕분에 랙돌 캣은 1967년 TICA (국제 고양이 협회: The International Cat Association)의 공인을 받는다.
자신의 노력과 공을 빼앗겼다고 느낀 앤 베이커는 1971년 자체적으로 IRCA(International Ragdoll Cat Association)을 설립하고, 자신의 랙돌 캣만이 정통임을 알리기 위해 싸웠다.
앤은 기존의 고양이 브리더들과 전혀 다른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그녀는 1975년 '랙돌(Ragdoll)'이라는 이름을 상표로 등록하고, 자신이 설립한 IRCA에서만 이 이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그러나 데니 데이튼은 상표권이 등록되기 이전에 앤으로부터 랙돌 캣을 입양했으므로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계속 그 이름을 사용하였다.
데이튼은 1975년 랙돌 소사이어티 (Ragdoll Society)를 설립하고, 독자적으로 랙돌 캣의 표준 정립 및 대외적 인증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 그가 세운 랙돌 소사이어티는 해외에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제적 규모의 RFCI(국제 랙돌 클럽 The Ragdoll Fanciers Club International)로 성장했다. RFCI는 현재 랙돌 캣 관련 협회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명망 있는 협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앤 베이커의 상표권은 그녀가 사망하고 2005년 이후 권리의 연장 신청이 없어 소멸되었다.
앤이 설립한 협회 IRCA는 비 공인단체로 현재도 미약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IRCA의 랙돌 캣은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IRCA 고양이들은 다른 종류의 고양이들과 이종 교배를 통해 라가 머핀 (Ragamuffin)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기도 했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500여 명이 넘는 브리더들이 랙돌 캣 전문 브리더로 활동하고 있으며, 랙돌 캣은 CFA, FIFe, GCCF 등의 주요 협회에 공인된 품종(breed)으로 등록되어 있다.
공인 기관마다 랙돌 캣 공식 표준(스탠더드 standard)의 내용에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국제 고양이 협회(TICA: The International Cat Association) 등 모든 공인 기관이 공히 랙돌 캣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특성으로 '사랑스러운 성품, 파란 눈과 포인트'(blue eyed pointed cat with a sweet personality)을 요구하고 있으며, 파란 눈이 아니거나 포인트가 없는 고양이는 랙돌 캣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 Pointed cat
얼굴, 발, 꼬리 등에 신체 모색보다 어두운 '포인트'가 있는 고양이를 Pointed cat이라고 한다. 포인트는 샴 고양이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샴 고양이나 순종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패턴을 보이는 경우를 통틀어 Pointed cat으로 일컫는다. Pointed cat은 대체로 태어날 때는 하얀 모색을 띄다가 성장하면서 점차적으로 모색이 짙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고양이의 포인트 유전자는 체온 및 주변 온도에 따라 작용한다.
모색(毛色)이 밍크인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모색의 랙돌 캣은 태어날 때는 하얗지만, 생후 10 여 일이 지나면 체열과 주변 온도 차로 인해 모색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모색과 패턴이 바뀌기 시작한다. 따뜻한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은 하얀 모색을 유지하다가, 온도가 낮은 곳에 노출되면 색상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랙돌 캣의 모색 중 씰 (Seal)과 블루(blue) 칼라인 경우는 생후 1주일 이내에 구분이 가능하지만, 다른 모색의 경우는 생후 3-4주 이상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어느 경우이든 생후 8-12주 이상 지나야 어떤 모색으로 성장할지 정확히 확인 가능하다. 모색과 패턴은 생후 2-3년까지 계속 변화되고, 성장하면서 색이 더욱 또렷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혈류 량이 적어 지기 때문이다. 완전히 성장한 랙돌 캣이라고 해도 겨울철 모색이 여름철보다 더 또렷하고 진한 것도 같은 연유다.
랙돌 캣의 털은 중간 길이로 토끼털처럼 매끄러운 것이 특징이다. 속털이 빼곡하여 털이 잘 뭉치고 털 빠짐이 많은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랙돌 캣은 속털이 없어 털 빠짐이 적고 털이 잘 뭉치지 않기 때문에, 털 길이가 비슷한 다른 고양이들보다는 비교적 털 관리가 편하고 손이 덜 가는 편이다.
기본적으로 하루 한 번 정도 빗질을 해주거나, 최소 주 1회 정도 뭉친 곳은 없는지 살피는 것으로 충분하다. 봄과 가을에는 겨드랑이나 엉덩이에 털이 뭉친 곳은 없는지 체크해주는 것이 좋다.
※ 랙돌 캣의 모색
앤 베이커는 삼색 패턴을 고수했으나, 현재는 총 여섯 가지 모색이 인정된다.
씰, 블루, 초콜릿, 라일, 레드, 크림 (seal, blue, chocolate, lilac, red, cream)
[참고] ★ 국제 표준에 나오는 더 상세한 내용은 일반인 대상의 포스트임을 고려하여 이 글에는 내용을 담지 않았습니다.
어떤 고양이든지 건강상 취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고양이와 마찬가지로 랙돌 캣도 비만에 주의하고, 평소 주변 환경과 건강 관리에 주의한다면 평균 20~25년 정도 함께 할 수 있다.
랙돌 캣의 경우 취약한 질환은 다음과 같다.
√ 결석
√ 전염성 복막염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
√ 비후성 심근증 (HCM: Hypertrophic cardiomyopathy)
심장 외부 근육이 두꺼워지면서 탄력을 잃어 심장을 정상적으로 수축 이완할 수 없게
되는 질환이다. 현재로서는 치료 방법은 없고, 약물로 수명 연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증상: 식욕 부진, 호흡 곤란, 무기력, 구토 횟수 증가, 의식 이상, 우울 등
√ 점액 다당류 증(Feline mucopolysaccharidosis)
체내에 아릴 설파 타아제 B (arylsulfatase B)가 부족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다.
눈에 있는 세포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시각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며,
관절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마비까지 올 수 있다.
현재 가능한 치료법으로는 골수 이식 또는 효소 요법 등이 가능하다.
사전 테스트가 가능한 질병에 대해서는 브리딩 전에 검사를 통해 질병 유전 가능성을 차단하고, 아기 고양이에 대해서는 입양 전 테스트 등을 통해 질병 유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랙돌 캣은 신체 성장 속도도 상당히 느린 편에 속하며, 생후 3-4년이 지나야 성장이 완성된다. 랙돌 캣이 3~4세가 되기까지 함께 지내노라면, 아직 아기 고양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내기 쉽다. 4세까지는 여전히 성장기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성장기에 맞는 충분한 영양 섭취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수컷은 최대 7~9kg, 암컷은 5~7kg 정도까지 자란다.
체구도 크지만 뼈대가 튼튼하고 다부진 체형이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충분한 운동과 놀이로 신체와 두뇌를 활발히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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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국내 유일의 국제 인증 반려동물 행동심리 전문가
저서 <당신은 반려견과 대화하고 있나요?>
반려동물의 감정(Feeling)과 니즈(Needs)에 공감하는 교육을 알리며
반려동물 교육 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동물행동심리연구소 폴랑폴랑의 대표로
동물과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