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20
“삼십이립”이라고 했던가. 만 서른을 코앞에 둔 지금, 사회생활에서는 처음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는 느낌이다.
어떤 전환점을 지날 때마다 "드디어 끝났다"라는 안도감은 매번 "이제 겨우 시작이구나"라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금세 바뀌었다. 페이스북을 보니 학부를 졸업하고 워싱턴에 도착한 지 정확히 8년이 지났다. 그때도 그랬었고, 다시 워싱턴에 돌아온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족함 없이 건강하게 자라고, 좋은 친구와 스승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공부를 대학원까지 할 기회가 주어지고,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을 찾았으니 이미 일생에 허락된 행운을 다 소진했는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이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8월 말, 허준이 교수가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남긴 말이다. 시간이 흐른다고 경력이 저절로 쌓이는 것도 아니고, 순간적인 깨달음이 종종 찾아온다고 해서 누구나 지혜로워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진심으로 오늘 하루를 대할지, 가끔이라도 자신에게 물을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