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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빼고

2025.09.03

by 나침반
2025.08.14

골프를 잠깐 배우면서 자주 들은 말이 있다. '끝까지 고개를 들지 말고, 공을 보면서도 마치 공이 없는 듯이 힘을 빼고 채를 휘두르라'라고 했다.


공에 온 신경을 집중하면서 공이 없다는 느낌으로 스윙을 하라니. 슈뢰딩거가 골프 코치였다면 했을 법한 말이다.


하지만 깃발을 향해 최대한 멀리 보내겠다는 강한 의지로 잔뜩 힘을 줘서 공을 때리려고 하면 한 번도 제대로 맞지 않았다. 심할 때는 공도 못 맞추고 애꿎은 잔디만 잔뜩 파서 허공으로 날려 보냈다.


그래도 어쩌다 운이 좋게 잘 맞을 때는 힘을 빼고 치는 게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처럼 모든 일에 힘을 빼는 방법을 계속 익히는 중이다.


힘을 뺀다고 아무런 노력을 안 하는 건 아니고, 허무주의에 빠져서 모든 의지를 상실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서도 결과에 대한 고집이나 욕심은 내려놓는 태도일 것이다.


어차피 생각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 되돌아보면 원했던 대로 되지 않아서 감사한 일들이 오히려 많다. 통제할 수 있는 건 자신의 태도뿐이니, 그거라도 지킬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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