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5
첫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인턴분들이 작성한 문서를 종종 첨삭했다. 바꾼 부분을 볼 수 있게 변경 내용을 추적하고, 첨삭을 마치면 파일을 보냈다.
그때 일을 같이했었던 인턴을 몇 년 후에 다시 만났다. 인턴십을 하면서 맡았던 과제를 돌려받을 때마다 마치 오답 노트를 작성하듯 첨삭된 부분을 빠짐없이 살펴봤었고, 덕분에 영어 작문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말해줬다.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였다. 첨삭을 하면서 이 부분은 왜 이렇게 바꿨는지 설명을 거의 하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따로 시간을 내어서 질문을 받은 적도 없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물어보세요,라고 말을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바쁜 와중에 바뀐 부분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다음번에는 어떻게 개선할지 혼자서 고민했던 것이다. 뒤늦게 후회했다. 그렇게 자세히 살펴보는 줄 알았으면, 첨삭하면서 짧게라도 설명을 해줄걸.
일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상사의 경험을 흡수하는 것이다. 경험이 쌓이다 보면 직관으로 업무를 처리하게 된다. 초보자는 오래 고심을 해야 하는 결정도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직관은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설명해 주지 않으면 습득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타인에게 전수하기 전에 스스로 그 암묵적인 지식을 먼저 정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신의 경험을 체계화한 다음에 시간을 내서 가르쳐주는 건 결코 쉽지 않다.
이번 여름 동안 다시금 인턴의 위치에서 글을 쓰고 다듬는 기술을 배우면서 10여 년 전 같이 일을 했었던 그 친구가 문득 떠올랐다.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그동안 받은 수정본들을 모아서 다시 살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