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도착해서 가장 급한 일 중 하나가 계좌를 개설하는 일이었다. 환전을 해오긴 했는데, 영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국처럼 현금을 잘 안쓰고 카드로 모든 거래를 했다.
영국에 도착하자마자 영국의 카카오뱅크로 불리며 핫하다는 몬조(monzo)를 신청했다. 하지만 unfortunately라는 문구와 함께 쿨하게 계좌개설 거절.
영문도 모른채 계좌개설이 거절당하고 멘붕에 빠졌다.
쉽게 계좌를 개설하고 한국에서 송금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첫단추부터 엉망이 되버리다니...
부랴부랴 다른 메이저 은행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후보는 프리미어리그 축구를 통해 잘 알려진 Barclays, 그리고 Nat west, Lloyds Bank였다.
코로나 여파로 모든 은행들이 온라인으로 계좌신청을 받았다. 신청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이 주소를 증빙해야했다. 영국 은행은 기본적으로 거주지가 확실한 사람에게 계좌를 열어줬다. 주소 증빙은 보통 공과금내역 등 공공기관에서 집으로 보낸 우편물을 사용하고, 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보증해주는 Bank letter를 이용하기도 한다. 나는 거주한지 얼마 안되서 Bank letter를 이용하기로 했다.
Barclays의 경우 어플로 신청을 하면 해당 주소로 보안코드를 우편으로 보내주고 그 코드를 입력하면 계좌개설 진행이 되게끔 했다. 모든 신청이 완료되고 은행지점에 가서 Bank letter와 학생신분 증빙만 하면 되는데, 지점 예약이 안됐다. 콜센터를 통해도 리스시티센터는 안된다고 하고 멀리 있는 동네로 가야한다고 했다. 지점에 직접 가면 전화로 예약하라고 하며 문전박대를 당했다.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리고 번호표 뽑고 기다리면 되는 한국 은행이 다시한번 존경스러워 졌다.
Barclays를 포기하고 Nat west를 신청하기로 했다. Barclays와 다르게 Nat west는 온라인으로만 신청하면 모든 절차가 끝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학교에서 발급해준 Bank letter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실패.
마지막 희망인 Lloyds Bank는 앞선 두곳 은행의 장점만 가지고 있었다. 어플로 신청하고 지점에 관련 서류를 가져다 줘야하는데, 예약이 필요하지 않았다. 부랴부랴 정보 입력을 하고 시티센터에 있는 지점에 갔다. 조금 기다리니 상담실로 안내해주고 친절하게 계좌를 개설해줬다. 세번째만에 성공한 거라 직원에게 한풀이를 했다.
나: "영국에서 계좌만들기 너무 힘들어..(영어로)"
직원 : "맞아, 우리가 좀 엄격하게 심사하긴해, 지난번에 어떤 사람은 이름에 '-' 가 빠졌는데, 위에서 승인을 안해줬어...(물론 영어로)"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로이드 뱅크 Debit 카드가 도착했다. 이제 한국에서 송금도 받고 가지고 있는 현금도 입금해서 쓸수 있게 되었다. 로이드 뱅크의 마스코트인 검정말이 너무나 멋져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