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갤러리 헤이리 기획 전시
빠링허후(80년대생)의 시선으로 만나는 중국 MZ세대의 초상, <꾸즈 개인전>
파주 헤이리에 새로 문을 연 이랜드 갤러리(A관)에서 오는 7월 10일(일)까지 중국 신진작가 꾸즈(谷梓)의 개인전이 열린다. 86년생 여성 작가 꾸즈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공필화 작품 30점이 전시 중이다.
공필화란 동양화 기법 가운데 수묵화와 대비되는 회화 기법으로, 공을 들여 대상물을 세밀하고 정교하게 그리는 화법을 말한다. 형광등 밑에서 세밀한 붓으로 오랜 시간 그려야 하는 고된 노동 탓에 중국에서도 나이 든 작가는 많지만 젊은 작가는 드물다고 한다.
전통 기법으로 모던한 그림체를 선보이는 꾸즈의 작품은 장지에 채색임에도 불구하고 판화 같기도 하고 디자인 일러스트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섬세하게 표현된 중국 전통문양은 지독하게 화려하다.
꾸즈의 그림 속 인물들은 개인주의, 디지털 네이티브, 소비 지향성으로 특징되는 중국 빠링허우의 전형을 보여준다.
중국 전통 문양이 가득한 복식을 하고 루이뷔통 가방과 아이폰, 코카콜라, 스타벅스 커피 등 서구 문물의 아이콘을 든 인물을 통해 작가는 '융합과 차이'를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시대의 변화 속에서 개인이 지키고자 하는 것과 바꾸고자 하는 것에 대해 더욱 깊이 탐구하게 된다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다.
작품 속 사람들은 개성이 거세된 것처럼 한결같이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다. 무심한 표정이거나 고개를 돌려 표정을 숨기고, 심지어는 눈마저 없는 경우도 있다. 귀에는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끼고 바깥의 시끄러운 무언가에 귀를 닫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에피소드, 기쁨’ 시리즈에서는 무심한 표정과 대비되는 가벼운 발걸음의 여성들이 동일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어디에서도 '환희의 기운' 따위는 느낄 수 없는 그들에게 '기쁨'이라는 것은 그저 음악을 들으며 세상 일엔 무심하게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일까?
‘에피소드. 시작하다’에 이르면 급기야 똑같은 표정과 차림새의 사람 머리 위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목에는 가누기 힘들 만큼 치렁치렁한 술이 달린 머플러가 둘러져 있다. 전통의 구속과 정체성의 혼란, 혹은 자유를 옥죄는 체제에 대한 풍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꾸즈의 작품은 경제적 풍요와 사상적 통제가 공존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주의 세대, 중국 현대 젊은이들의 초상이다.
<이랜드 갤러리 헤이리>
위치 : 파주 헤이리 마을 2번 게이트 좌측 건물 1층(A관) 및 우측 건물 지하(B관)
관람료 : 7천 원 (A+B관 관람, 갤러리 카페 음료 1개 제공 포함)
<꾸즈 개인전>
기간 : 2022.6.22(수)~7.10(일) 10:00~18:00 (월, 화 휴관)
장소 : 이랜드 갤러리 헤이리 A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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