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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백하 Jun 23. 2024

<너와 나>를 필두로 세월호 관련 영화 주저리

 난 이런 것도 한다고 과시하는 듯한 물컵이라든가. 초반의 꽃 너머의 세미 정도가 담백하고 좋았는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죽음의 이미지가 강조되는 후반부라든지. 이런 연출상의 불만도 꽤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려고 쓴 글은 아니고 영화가 취하는 태도에 대한 대충 주저리


 일단 난 <너와 나>가 정치가 탈색된 영화라는 얘기 자체를 납득 못 하겠음. 서로 異性인 하은과 선배가 대화를 나누는 틈 사이에 껴 관망하는 소외자 '세미'가 그러하듯 영화 전반이 소외된 청소년 퀴어의 고민을 전반에 깔아두고 있음. 하은과 세미라는 '너와 나'가 꿈을 통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이걸 아예 세월호 희생자의 전반으로 확대함. 세월호 사건 당시의 희생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소수자인 동성애자들처럼 사회적으로 소수자성을 지니고 있음을 전제하는 것.


 조현철 차기작 소재가 명백하게 희생자들을 낳은 광주 5.18 민주항쟁과 4.3 사태라던데, 이 맥락에서 난 조현철이 세월호 사태를 어떠한 종류의 국가 폭력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적이지 않다는 게 어떠한 행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뜻이면 이해하겠는데 어떤 요소도 정치적이지 않다고 하는 거면 좀...


 이런 맥락의 영화라면 재작년에 나와서 엄청난 혹평을 들은 <비상선언>이 그러합니다. 오래된 기록 영상 내지는 모형으로 보일 정도로 줌을 당긴 오프닝으로 시작해 뉴스 화면을 연상시키는 부감숏으로 끝내기. 너와 나가 안산역을 제시해 주듯이 영화 말미에 항구를 넣는 친절함까지. 사건 당시 말 많았던 정부의 대처와는 대비되는 이상적인 사건 대처를 넣는 동시에 하지만 이것은 현실이 아니라는 방식을 취해 당시 정부를 비판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려 함은 그 내용에 동의하느냐를 떠나서 굉장히 좋은 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신파라고 지적을 받는 걸 넘어 심지어는 모 평론가가 '전체주의적'이라고 비난한 후반부의 전개가 결국에는 문제겠지요. 세월호 희생자와 유족이라는 소수자들이 사회의 여론과 정치권에 의해 스스로를 원망하고 파괴하려는 정서를 가지게 된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비상선언>이나 <너와나>나 결국에는 국가 폭력과 소수자라는 얘기로 이어지는데 나는 이 담론의 소수성을 개인적으로 납득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인지라 그 정서 자체가 납득이 힘들었습니다.


 세월호 영화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작품을 뽑으라면 <부재의 기억> 뽑습니다. 현실 사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은 앞서 말한 두 영화와 다르게 아예 퇴진 시위와 헌재 탄핵 통과까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어찌 보면 훨씬 정치적인 영화인데 그래도 이건 납득이 가는 영화예요. 모 대통령에 대한 논란과 탄핵이 소위 '국정농단'이라지만 세월호라는 참사가 분명히 작용한 결과물이거든요. 참사 당시의 정부 부재 ~> 정부의 불충분한 해명 ~> 시민 사회의 노력으로 탄핵까지 이어지는 분명한 이야기.


 더 나아가서 세월호 소재 자체가 정치적이지 않을 수가 있나 싶습니다. 만드는 사람들도 딱히 정치를 탈색하려는 의지는 없는 것 같고. 故이선균 배우가 주연인 <악질경찰>처럼 아예 정치색을 빼 차용한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 영화는 참사를 다루는 방식이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들었던 걸로 압니다. 악질경찰의 선례가 그러하듯 <타이타닉>처럼 아예 희생자에 대한 현실의 이야기를 싸그리 무시하기에는 너무 최근 사건이고... 희생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결국 정치 얘기를 하게 되는 사건이니.



(2024년 1월 21일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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