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끝났음을 깨닫는 순간
표본을 한답시고 아이들이 냉동실에 넣어둔 장수풍뎅이 사체.
날것 그대로의 동심은 때로 너무 순수해서 섬뜩함을 준다.
아침에 비몽사몽 냉동실을 열다가 이놈의 물건이 눈에 들어오면 잠이 확 깬다.
그때마다 어깨가 먼저 들썩이며 반응하고 잠시 후 전신에 불쾌감이 밀려든다.
한때는 곤충젤리를 빨아먹는 행위만으로도 온 관심을 독차지하던 녀석이건만
생명력이 끊기는 순간 딱딱하고 꺼림직한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어느 아침,
한때 좋았던 사람으로부터 걸려온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을 때
화면에 남은 이름 석 자를 보는 순간 꼭 그와 같은 불쾌감이 일었다.
이로써 그와 나의 관계를 이어주던 매개가 끊기었음을 알았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들은
냉동실 윗칸에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장수풍뎅이 사체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구척스럽게 그 시간을 표본해
두고두고 꺼내볼 생각같은 건 요만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