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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숭이 Jul 13. 2022

당당해서 맹랑한 당랑권

오 마이 아이 #46




머리를 감는데

둘째가 문을 벌컥 연다.

돌아보지 않아도

뒤통수가 따갑다.


"왜?"

"......"

말없이 눈빛으로만 호소하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사고는 쳤는데 수습은 안 되고

잘못은 했는데 관심은 받고 싶은

비상 상황임을 직감했다.


어느 정도의 사고일까,

얕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둘째의 몸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내렸다.


길게 살필 것도 없이,

그는 이미 다친 손가락을 내밀어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힘껏 피력하고 있다.


"어쩌다 이랬어?"

"숨바꼭질하다가, 장롱문에 끼었어."

"왜 장롱에 들어가서 장난을 쳐! 이게 뭐냐, 손 찢어지고."

"장난이 아니고오, 그냥 한번만 들어가 보려고 한 거야아."

"그게 장난이지! 장롱이 사람 들어가는 데냐?!"


엄마에게서 도무지 동정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당황한 나머지 눈물이 쏙 들어가고 말았다.

"엄마 더 크게 다쳤음 어쩔 뻔 했어,

그나마 이정도인걸 다행으로 여겨."


맞는데...

니가 할 소리는 아니잖아...

태세전환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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