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보다 빠른 발
숲 속의 폭군, 길앞잡이.
몸집은 작지만 포악한 성격으로 악명이 높다.
애벌레 시절부터 어른벌레시절까지,
심지어 짝짓기를 할 때에도 놈은 한결같이 사납다.
성질머리가 더러운 종자치고 느긋한 자가 없다.
길앞잡이 또한 발이 너무 빠른 탓에
뇌가 그 정보를 미처 처리하지 못해
가끔씩 멈춰선다고 한다.
때때로 내 입도 길앞잡이처럼 나댄다.
뇌의 허가를 거치지 않고 입을 놀린다.
그러다 한참 후에 멈춰서서
나의 실수를 곱씹느라 한동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뇌의 정보처리속도를 추월하는 길앞잡이의 발.
뇌보다 빠른 나의 입.
아.
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어리석은.
길앞잡이 인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