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가슴에 상처낼 필요는 없잖아
"누나 가슴에 삼천원쯤은 있는 거잖아요!"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있는 거라던
어느 혀 짧은 배우의 절규처럼.
누구나 가슴에 상처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런 상처들을 끌어안고 다시는 상처받지 않으리라,
상처를 주면 주었지 받는 쪽이 되지는 않으리라,
결심해 보기도 했다.
상대의 말에서 공격의 조짐을 감지하면
즉시 세네마디씩 날선 말들을 쏟아내어
상대의 속을 헤집어놓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래놓고 돌아와선 내 말 때문에 내가 앓았다.
내가 뱉은 날카로운 말의 칼 끝이 나를 향할 때
이런 잔인함이 내 속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섬뜩하게 아팠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조금만 감정을 내려놓고 조금만 시간을 들이면
내 입장을 이해시킬 수 있었다.
그도 나도 같은 사람이니까.
생계를 잇는 생활의 연속이 지긋지긋해도
오늘 하루를 살아내는 보통의 사람이니까.
어쩌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타인을 위해 쓰는 나의 시간과 감정에 인색해지는 것.
돌려 말하기가 귀찮아지는 것.
해마다 나이를 먹을지언정
공으로 처먹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오늘도 돌려 말하기에 힘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