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잘 몰라서 무지한 게 아니다

[절각획선 4] 우치다 다쓰루,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샘터사)

by 장은수

무지란 지식의 결핍이 아니라

지식으로 머리가 빼곡하게 채워져

새로운 지식을 더 이상 받아들일 여지가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중략)

인간은 잘 몰라서 무지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세상사를 잘 알고 있어도

지금 자신이 채용한 정보 처리 시스템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몸소 나서서 무지해집니다.

자신의 지적 틀을 바꾸도록 요구해 오는

정보의 입력을 거부하는 아집이 바로

무지라고 불리는 것이지요.



『하류지향』(김경옥 옮김, 민들레, 2013)을 읽은 이후에

우치다 다쓰루의 책을 틈날 때마다 챙겨 읽는 중이다.

우치다의 사상이 특별히 탁월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의 '수업론'만큼은 대단히 매력적이어서

마음에 오래 담아 두고 싶다.

우치다에 따르면, 공부란, 결과를 미리 예측하거나 정해 두지 않는 일이다.

배우고 나면 그때 가서 비로소 앎을 깨닫는 사후적인 행위다.

따라서 수업하기 이전에 미리 성취할 것을 정해 봐야 별 소용없다.

실제로 공부란 앎이 아니라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치다의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박재현 옮김, 샘터사, 2015)를 완독했다.

몇 줄 구절을 옮겨 적어 마음의 공감을 표시한다.

아아, 나는 지금 엄중한 사태 앞에서 낡은 정보 처리 시스템을 고수하는 것은 아닌가.

어떻게 공부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시대의 밤은 깊고, 마음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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