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사회복지사가 되었나요?
일 년 긴 휴식을 마치고 고양의 한 지역아동센터 시설장으로 복귀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십 년을 넘게 하던 방과후 공부방 일이라 업무는 금세 익숙해지겠지만 새로운 선생님들과 아이들, 달라진 업무 환경에 적응하기가 녹록치 않다. 게다가 내가 시설장으로 오기 전에 이곳에서 있었던 복접한 상황 때문인지 센터 선생님들이나 학부모, 아이들의 분위기가 미묘하다. 뭐랄까, 새로 온 시설장을 향한 불안과 기대감. 출근을 하고 나면 마주해야 하는 상황들이 감전이라도 된 듯 찌르찌르하다.
집은 성남, 직장은 고양 출퇴근 거리만 왕복 백 킬미 터다. 어쩌다 보니 두 도시를 넘나드는 경계인의 삶을 살고있다. 평일중 하루는 센터 일이 늦게 끝나거나 피곤할 땐 아예 사무실에서 잘 때도 있다. 출퇴근을 하면서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타는데 운전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사고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어제도 퇴근길에 유독 길이 막힌다 싶더니 일 차선 도로에 차량 한 대가 전복되어 있고 맞은편 갓길엔 부서진 차량 두 대와 부상당한 사람들이 공포가 스민 표정으로 선채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통사고라는 게 혼자만 조심한다고 안 나는 게 아니니 아침에 차를 몰고 나서면 불안하다. 길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삶이다. 운전 중 사고 현장을 목격하고 나면 정신을 가다듬고 핸들을 잡은 두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간다. 충분히 쉬었고 내가 선택한 삶이니 하루빨리 이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겠지. 그래도 비었던 통장 잔고가 채워지고 매일 아침 시야에 시원하게 들어오는 출근길의 강변은 나름 볼만하다. 나는 지금 반경 3킬로의 좁았던 삶에서 반경 50킬로의 넓은 세상을 살고 있다.
2018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