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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광주 '화담숲'을 산책하다

by 김인철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화담숲'을 다녀왔다. LG상록재단이 2013년 공익사업의 일환으로 개원한 생태 식물원이다. 내 발걸음을 이곳으로 이끈 것은 한 인터넷 신문사의 여행 기사였다. 화담숲 관람료는 10,000원이다. 광주 시민은 50% 할인이다. 100퍼센트 온라인 예매로 10퍼센트 할인을 받았다. 현장에서도 온라인 예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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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和談) :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

예정에 없던 여행지라 도란도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상대는 없었다. 하지만 산책을 하면서 꽃과 나무들이 조용히 속삭이는 소리에 요 며칠 해찰 부리던 감정을 달보드레 하게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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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담 숲 산책로 초입이다. 등산로가 아닌 산책로다. 걷다 보니 이유를 알 것 같다. 약속의 다리에는, 연인들, 가족들, 소중한 사람들이 걸어 놓은 자물쇠가 걸려있다.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한 데크와 계단식으로 선택할 수 있어서 좋았다. 걷는게 힘든 노약자들은 모노레일을 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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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원을 지나 자작나무 숲, 소나무 정원 가는 길이다. 산책로는 흙이나 콘크리트보다는 나무데크로 조성되었다. 길목에 돌담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걷다 보니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벌이나 풀벌레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럴 리 없지만 새소리도 보이지 않는 나무 스피커에서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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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로마다 작은 계곡들이 있어 시원한 계곡물이 졸졸졸 소리를 내며 숲 아래로 흘러내린다. 중간중간 휴게소와 화장실이 있어서 산책하는 길이 훨씬 수월했다. 여기서도 느끼지만 우리나라 화장실은 어딜 가든지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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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가장 많았고 손을 잡은 연인들도 종종 보였다. 산책을 시작한지 오십분 남짓 지나서 화담숲 전망대에 올랐다. 중년의 사내 한 명을 포함한 일행 여섯이 전망대 앞에서 한껏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찍어, 남는 것은 사진뿐이야"


일행 중 한 명이 멋지게 포즈를 취하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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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세요."


이 소나무를 가장 잘 보는 법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란다. 설명처럼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본 소나무가 오후의 햇빛을 받아 신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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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정원이다. 단정한 소나무 정원의 풍경에 눈이 맑고 시원해진다. 그렇지만 평소 산행을 하면서 보던 소나무와 다른 느낌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소나무마다 가지치기를 했다. 솜씨 좋은 미용사가 예쁘게 이발을 하듯 나무마다 솜씨 좋은 정원사의 손길이 닿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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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채색화라기보다는 짙은 포스터물감 느낌이다. 걷는 동안 화담숲 풍경이 대체로 그랬다. 어딘가 한 곳 헝클어진 모습도 있을 법 한데 그렇지 않았다. 시골 소녀의 수수한 화장이라기보다는 도시의 셀럽들이 화려하게 치장을 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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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걸으면 한 시간 삼십 분 남짓 걸린다. 전망대를 지나 반시계 방향으로 숲 테마원 코스를 지나 양치식물원, 분재원, 전통 담장길, 무궁화동산, 수국원을 거닐었다. 이정표도 잘 되어 있고 산책로가 복잡하진 않았지만, 중간중간 가이드 북을 보며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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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나무도 보았다. 규화목이다. 돌인 듯, 나무인 듯 신기한 나무화석이다. 손으로 살짝 만져보니 대리석처럼 미끈하고 단단했다. 광물이 오랜 시간 나무에 스며들어 원래 재질이었던 성분이 사라지면 규화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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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동산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얼마 전 읽은 책(이소영의 도시 식물 이야기)에서 무궁화 원산지가 우리나라가 아닌 중국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주변에서도 무궁화를 잘 볼 수 없다. 묘목을 심은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 꽃은 피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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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앙 연못이다. 비단잉어들이 연못에서 자유롭게 헤엄을 치고 있다. 분수가 시원하게 공중으로 물줄기를 쏘아 올린다. 연못 넘어 전통음식을 파는 주막이 보인다. 숲 산책을 마친 여행객들이 식혜, 파전, 막걸리와 빈대떡으로 허기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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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간, 어느 위치에서도 자연과 사람이 정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설계된 화담숲만의 매력입니다."


광주 화담 숲을 한 바퀴 산책하는데 한 시간 조금 더 걸렸다. 숲이 리조트 안에 있어서 그런지 일반적인 산행을 할 때와는 다른 체험이었다. 홈페이지에 설명된 내용처럼 어느공간, 어느 위치에서건 사람과 자연이 정다운 대화를 나눌수 있는 숲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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