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정사 템플스테이, 첫날
전북 남원에 있는 '귀정사'에 왔다. 오늘부터 이곳에서 5박 6일간 '템플스테이'를 할 예정이다. 템플스테이는 휴식형과 체험형이있는데 5박6(일요일~금요일)일에 15만원이다. 그리고 귀정사에서는 인드라망 사회연대 쉼터를 운영하는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거나 사회적약자, 소수자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을 위헌 무료 공간이다.
템플스테이는 생애 처음이다. 귀정사로 향하는 동안 반갑지 않은 비가 줄기차게 나를 쫓았다. 빗물이 흘러 내리는 차창 너머 멀리 보이는 낮은 산과 능선들은 비구름과 안개로 가려져 흐렸고 흡사 화선지의 풍경같다. 잰 걸음을 축하하는 단비라 생각했더니 온 몸에 젖어드는 축축함이 나쁘지 않다.
도착 시간인 오후 세시에서 십분 정도 늦었다. 법당엔 처사님을 중심으로 템플스테이를 신청한 사내 셋이 부채꼴 헹태로 가부좌를 틀고 읹아 있었다. 처사님과의 첫 만남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분의 삶을 알 것 같다. 처사님이 십여분 정도 템플스테이 일정과 절차를 설명 해 주셨고 이십분 남짓 귀정사의 창건과 부침, 그리고 부처와 아미타불, 미르나지 석가모니에 관한 설명을 해주셨다. 신기하게도 세 부처가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천왕에 대한 설명도 해주셨다. 어릴때 절에 가면 항상 사찰 입구에 사천왕이 무서운 표정을 하고 있어서 가기가 꺼렸는데 오늘 처사님 설명을 듣고나니 조금 이해가 되었다. 무섭긴 마찬가지지만.
점심도 대충 먹고 장시간 운전을 했더니 배속에서 꼬르륵 훼를친다. 공양시간은 6시다. 요사채에 바리바리 싸온 짐을 풀고 나서 사찰을 찬찬이 걸으며 둘러보았다. 사찰은 아담하다. 예전에 갔던 선암사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도처에 빗물을 머금은 나뭇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린다. 돌 무더기, 돌 계단, 처마, 해우소, 대나무를 길게 이어놓은 약수, 고색찬연하던 도시의 빛들에 지치고 탁한 눈을 청신하게 씻어준다.
템플스테이 참여자는 나 포함 넷이다. 첫날이라 저녁 공양을 하며 눈 인사와 출신지만 간단히 인사를 나누었다. 강원도, 창원, 한 명은 가장 젊었는데 용인에서 왔다. 무람없는 사이가 되려면 다섯끼 정도는 함께 먹어야지 싶다. 고독해 지려고 온 것이니 무람해지지 않더라도 크게 상관은 없다.
사찰답게 오늘 공양은 육류는 없고 채소 위주로 정갈했다. 바루를 쓰지 않고 플라스틱 접시와 스테인 그릇을 사용했다. 콩나물국이 조금 싱거웠고 막장에서는 약간 군내가 났다. 콩나물 무침과 묵은 껫잎이 맛 있었다. 밤 열시가 되면 배가 고플것 같다. 오는길에 컵라면과 과자 두봉지를 사오길 잘 했다.
사찰 내에서 음주와 흡연은 금지다. 흡연은 원래 안하니 상관없고 맥주는 수요일이면 조금 생각날것 같은데 청아한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맑은 공기에 취하면 그깟 며칠을 못 참을까. 조금 있으면 찾아올 어둠속에서 어떤 산사의 숨겨진 비경이 내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채워줄지 기대된다.
2020년 5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