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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의 '탑건 매버릭'연상되는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

아닌밤중에 홍두깨?....일요일 새벽에 감행한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

by 김인철

[선요약 입니다.]


2022년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은 지하 핵시설을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전투기 조종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며 박진감과 감동을 전한다. 그러나 2025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을 기습 폭격한 사건은 영화의 서사와 유사하면서도 국제법과 절차를 무시한 현실의 폭력을 보여준다. 이란은 피해국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보호를 받지 못하며, 국제질서가 여전히 '힘의 논리'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제법의 원칙과 균형을 지키려는 노력만이 세계 평화의 실낱같은 희망이 된다.



2022년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은 전설적 조종사 매버릭이 신세대 탑건(Top Gun) 졸업생들을 이끌고, 가상의 적국에 설치된 지하 핵시설을 폭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이다. 전작 <탑건>(1986)에 이은 이 영화는 박진감 넘치는 비행 장면, 엘리트 파일럿들의 인간적인 갈등과 화해의 서사로 평단과 관객 모두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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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건탑건_매버릭 영화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 영화가 전하는 감동과 박진감의 이면에서 우리는 현실의 불편한 그림자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바로 2025년 6월 21~22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감행한 이란 핵시설 폭격이다. 트럼프는 B-2 전략 폭격기와 벙커버스터(MOP)를 투입해 포르도(Fordow), 나탄즈(Natanz), 이스파한(Isfahan) 등 산악 지대 지하에 위치한 이란 핵시설 3곳을 기습 타격했다. 국제사회나 미 의회의 승인 없이 진행된 일방적 군사행동이었다.


이란 핵시설 폭격, 아닌 밤중에 홍두깨?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 작전명은 'Operation Midnight Hammer'이다. 그야말로 아닌밤중에 홍두깨였다. 이란은 예고 없이 날아든 B2 전략 폭격기와 벙커버스터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내에서도 의회의 승인 없는 일방적 군사행동에 대해 민주당과 일부 공화당 의원들조차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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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전략 폭격기미국이 B2전략 폭격기를 사용하여 이란의 핵시설 3곳을 폭격했다. ⓒ YTN관련사진보기


탑건 매버릭과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 모두 산악 지대에 위치한 깊은 지하 핵시설을 고난도 공습으로 파괴한다. 영화에서는 "미사일 포위망을 뚫고 초음속으로 진입-타격-탈출"이 핵심이고, 트럼프 또한 B-2 전략폭격기와 벙커버스터를 사용하여 이란 핵시설 3곳을 정확히 타격했다. 영화에서 말하는 "세계 안보 위협 제거"와 트럼프의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예방적인 타격"이라고 주장하는 명분도 비슷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미 의회의 승인도, 국제법의 정당성도 없이 일방적으로 감행한 군사행동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세계 안보를 구한 영웅이지만,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국제법과 절차를 무시한 '정당하지 않은 힘의 사용'에 불과하다. 이란의 핵개발 의도는 비판할수 있지만, 일방적인 군사행동은 정당화 될 수 없다. 더구나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가입국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도 충실히 받아왔다.


국제사회에서 약자의 현실


트럼프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국제사회에서 다시 한번 '힘이 없으면 왕따 당한다'는 냉혹한 진실을 보여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여기에 개입하는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행동과 외교까지, 이 모든 것은 단지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만의 갈등이나 분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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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도이란 핵시설중 하나인 포르도가 미국의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 YTN관련사진보기


현재 상황에서 가해자는 이스라엘과 미국이다. 그렇지만 국내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중동 정세는 제한적이다. 급변하는 중동 정세에 공정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CNN과 알자지라 등 해외 언론을 비롯 다양한 자료를 찾는다. 단편적인 시각으로는 진실에 접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란은 신정체제를 가진 국가이고, 핵무기 개발 의혹도 충분히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곧 무차별적인 군사 공격을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 이번 사안에서만큼은, 이란은 피해자다.


시오니즘과 중동분쟁의 기원


중동 분쟁의 기원을 보면 항상 유럽의 제국주의가 있다. 제국주의는 오래전에 끝났지만 그 식민 잔재는 여전히 남아 세계 곳곳의 종교·종족 갈등, 영토 분쟁, 그리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종교·종족 갈등, 영토분쟁의 근원을 따라가 보면 그 정점에는 항상 영국이 있다.


아프리카의 <수단과 남수단 종교·민족 갈등>, 중동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영토 분쟁>, <이라크, 요르단 종교 및 종족갈등>, 아시아의 <미얀마 종족 갈등, 로힝야 사태>, <인도·파키스탄 갈등> 셀 수 없이 많다. 그 결과 한때 세계를 주도하던 유럽은 도덕적 신뢰를 잃었고 정치적 영향력과 경제적 우위도 점점 쇠퇴하고 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 유럽은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특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중동 분쟁의 씨앗인 <시오니즘>은 유대 민족이 겪은 고통에서 비롯된 민족주의 운동이다. 그 결과로 유대인들은 1948년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을 건국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수천 년 살아온 땅에 어느 날 갑자기 '원래 주인'이라 주장하며 들이닥친 유대인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영국의 그림자가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 중, 영국은 전쟁 수행에 필요한 유대인 자본과 지지를 얻기 위해 1917년 '밸푸어 선언(Balfour Declaration)'을 발표해 유대인의 국가 건설을 지지했다. 그러나 그보다 앞선 1915~1916년, 영국은 오스만 제국에 맞서 아랍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 (후세인-맥마흔 서신)을 통해 아랍인들에게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 독립국가를 약속했다.


이렇듯 영국은 이중적인 외교와 분할 지배 전략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했다. 이후 중동은 민족, 종교, 영토 갈등이 끊임없이 발생했으며 현재에도 지속되는 중동 분쟁의 불씨가 되었다. 그 결과로 영국은 중동에서의 도덕적 신뢰와 정치적 영향력을 잃었고, 미국이 그 공백을 대신하고 있다.


트럼프식 일방통행의 결과?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질서를 존중하지 않는다. 그에게 최우선은 언제나 '미국의 이익'이다. 국제법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가차 없이 무시하고 파기한다. 대표적으로 WTO및 국제무역을 무시한 일방적인 관세정책이다. 트럼프는 캐나다·멕시코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등 전통적 우방국에도 무차별 관세 부과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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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이란 핵시설을 폭격 한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KBS관련사진보기


또한 트럼프는 이번 이란 핵시설 폭격 또한 국제법을 지키지 않았다.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가입국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충실히 받고 있었다. 이렇듯 국제법을 무시하는 트럼프의 일방통행과 막무가내식 외교는 약소국들에게 '국제법이 자신들에게 보호막이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러한 시그널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에게 깊은 공포로 작용한다. 핵이 없는 국가는 리비아의 카다피처럼 제거될 수 있고, 우크라이나처럼 침공당할 수 있으며, 이란처럼 기습 폭격의 대상이 될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그렇기에 이란은 핵무기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것이다. NPT를 탈퇴할 가능성이 높고 IAEA사찰도 거부할 것이다. 트럼프의 군사적 일방주의는 더 많은 국가들이 핵을 원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을것이다.


복잡한 국제정세, 우리의 역할은?


6월 23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종료되고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이란과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휴전을 확인하지 않았다. 그동안 보여주었던 트럼프의 말 바꾸기와 일방통행식 외교정책으로 볼 때 휴전 발표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나마 안심이 되는 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대한민국은 12.3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상황과 한미 관계 실익등을 고려해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복잡하고 불안한 국제정세에서 원칙과 균형을 지키려는 지도자의 존재만으로도 국민으로서 안도감을 느낀다.


세계가 하나로 단결할 때는 외계인이 침공할 때 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세계 질서는 복잡하고 어렵다. 국제법이 있지만 국제질서는 언제나 힘의 논리로 작동해 왔다. 그럼에도 세계는 국제법 안에서 질서를 지키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 같은 강대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할때 약소국은 어떻게 희생당하고 짓밟히는지 무수히 봐왔기 때문이다. 불안한 국제정세가 하루빨리 안정되고 평화의 길로 들어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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