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정사 템플스테이, 넷째 날
오늘은 귀정사 경내와 내 숙소인 '연분'에서 유연자적으로 하루를 보냈다. 점심공양 후 찾아온 한 시간의 오수가 초콜릿처럼 달다. 저녁 공양후 템플스테이 동기인 창원에서 온 상진 씨의 제안으로 사찰 아래에 있는 쉼터(인드라망) 카페를 찾았다.
쉼터 카페에 들어서자 실내에 녹차 향이 은은히 풍긴다. 대학 때 차 동아리를 했다는 젊은 청년이 오늘 딴 녹차를 열심히 덖고 있다. 머문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단다. 금요일에 올라가기 전까지 보살님이 쓸 수 있도록 충분한 양을 만들어 놓아야 한단다.
기억에 녹차 티백이 아닌 원형의 녹차 잎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 듯싶다. 구증구포의 인내와 노력이 들어간다는 녹차는 인덕션에서 덖어질수록 향이 진하게 풍긴다.
쉼터 카페를 나왔다. 어둑하다. 상진 씨가 묶고 있는 황토방을 찾았다. 황토방은 사찰 아래 좀 떨어진 곳에 있다. 황토방은 세 개다. 밤이 되면 화장실 가기가 불편할 것 같다.
전기 난방을 하는 요사채와 달리 가마에 장작을 때서 난방을 한다. 타닥타닥. 작은 가마에서 시뻘겋게 타고 있는 장작을 보니 어린 시절 부엌에서 풀무질을 하고 고구마를 구워 먹던 생각이 난다.
장작불로 따듯해진 황토방 온돌에서 서로의 인생사를 주고받았다. 차분한 어투의 상진 씨는 여행을 많이 다닌다. 자전거로 해외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한다는 그는 잠깐의 만남으로 전부를 알 수 없지만 삶의 내공이 가볍지 않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밤 열 시가 넘었다. 내일은 점심을 먹고 그와 실상사를 함께 가기로 했다. 사위는 깜깜하다. 사찰을 안내하는 조명이 어두운 길을 밝힌다. 인공의 빛이 없는 하늘을 보니 우주의 어디선가 수백, 수천만 년을 날아온 과거의 빛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