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나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

귀정사 템플스테이 마지막날, 혼불문학관을 가다

by 김인철

귀정사에서의 템플스테이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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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를 함께 시작한 두 사람은 아침 일찍 떠났다. 상진씨는 이곳에서 일주일을 더 머물 생각이다. 점심공양을 하고 짐을 챙겼다. 산사는 내일 있을 봉축 법요식 준비로 바쁘다. 처사님께 인사를 하고 공양깐과 쉼터의 식구들과도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점심 공양마다 살갑게 굴던 보리와도 안녕을 했다. 산동이는 동네 마실을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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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씨와는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화엄사도 같이 동행하며 친해졌다.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지라도 내 삶의 한 영역에서 때마다 작은 파도를 칠 것이다. 떠나기전 내 단편이 한 꼭지 들어간 창작 소설집 한권을 선물로 줬다. 상진씨는 산책중에 주웠다며 새의 깃털을 하나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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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비우고 채울게 더 남았던 것일까? 발길은 성남으로 향하지 않고 남원의 한 자락에 자석처럼 붙어있다. 아고다에서 숙소를 검색했다. 남원의 한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했다.


남원에 있는 '혼불문학관'을 찾았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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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혼불'을 읽지 못했다. 문학관을 둘러보며 작가 최명희의 문학과 생애를 살펴보는데 책을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 조금 부끄러웠다. 더욱이 나는 지금껏 혼불의 작가를 남자로 알고 있었다. '임꺽정'을 쓴 홍명희와 착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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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형태로 지어진 문학관 안에는 최명희 작가의 육필원고와 유류품과 집필 과정이 담긴 사료가 잘 정리되어 있었고 생전 작가가 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던 장면과 육성이 조용히 흘러나왔다.


1590974716708.jpg 남원 혼불문학관


혼불의 주요 인물과 스토리, 공간적 배경의 일부를 '디오라마'로 꾸며놓은 전시실이 인상적이다. 소설의 주요 인물인 청암부인, 서효원, 율촌댁, 그리고 이강모와 이강실의 어린시절의 '디오라마'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무너져 가는 양반 가문의 기품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거멍굴 사람들의 반목과 갈등, 그리고 강모와 강실의 이루어 질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 혼불의 주요 스토리다.


한시간 남짓 문학관 관람을 마치고 나왔다. 혼불의 문장이 새겨진 석돌 앞에서 셀프 인증샷을 찍으려는데 문학관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분이 자청하여 사진을 찍어주겠단다.


책은 읽으셨어요?

아니오, 아직. 이제 읽으려고요.

꼭! 읽으세요.


문학관을 관람 하면서 들었던 부끄러운 마음을 문학관 직원이 다시 한 번 확인 시켜준다.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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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모텔이다. 초콜릿모텔.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투숙을 했다. 필요한 짐을 풀고 모텔 근처 식당에서 돼지국밥으로 허기를 채운 후 편의점에서 캔맥주 한개와 새우깡을 샀다.


온수로 샤워를 하고 스킨과 로션을 바르고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 지난 일주일 산사의 불편함에 익숙했던 몸이 모텔의 편리함에 시나브로 녹아든다. 난 어쩔수 없는 도시인이다. 침대에 누워 채널을 돌리다가 잠이 들어버렸다. 캔맥주와 새우깡은 냉장고에 넣어둔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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