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은 족히 넘은 어르신을 고이 모셔두었다
어제 + 오늘 = 기대
내일 + 모레 = 도약
매일 + 엑스 = 희망
엑스(X)에
땀,
노동을 대입시킨다
주판 위에서 엄지 검지가 부산히 움직인다
도르륵 통통 신나는 음률
그저 춤출 뿐이다
저장되지 않는 오늘의 부
저축 없이 딱 하루씩 소진되어 간다
엄지 검지 춤춘다
위의 주판알이 내려올 때마다 감탄, 오오
왼쪽으로 밀려가는 알들이 오르락내리락
일이요 둘이요 삼이요
입은 세고 손가락은 알을 가른다
달그락, 알이 올라갈수록
입가에 웃음이 진다
그래도 저장은 못한다
오늘만 산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드르륵 알을 털어버린다
받지 못한 외상
호의는 돌아오지 않고
낡은 주판은 다시는 계산하지 않는다
나무주판은 어르신이다
내 삶보다 훨씬 긴 어른이다
아무리 두드리고 올리고 내려도
인생은 답이 없다
엑스(X)에 꿈을 대입시켰다
낡은 주판도 답은 모른다
주판알로도 계산은 못한다
여백으로 희망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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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판알이 쉴 새 없이 바삐 움직일수록 웃음이 쌓여갔다. 엄지와 검지가 춤추고 일상 속에 숨겼던 숫자들이 투덜대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느새 드러난 오늘의 계산.
저장할 수 없는 오늘이 쌓이고, 내일에는 더 많이 움직이고 넘치기를 소원한다.
모든 게 빠르게 계산되는 요즘. 저장도 쉬운데 왜 허텃한걸까
주산 몇 알이 춤을 추며 들려주던 둔탁하고 정겨운 음악을 잊지 못한다.
저장할 수 없으니 매일 웃어야만 했다.
주판이 많이 계산할수록 행복이 쌓여갔다.
모든 게 쉽게 저장되는 세상.
꿈도 웃음도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을까
저장만 하고 웃을 일이 줄어들었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행복도 찾으려 하면 없다.
행복은 명품도 싸구려도 아니다. 내가 가치를 너무 높게 책정하는 것뿐이다.
그저 주판 위에서 놀릴 수 있는 알만큼만 계산해도 차고 넘쳐서 다 품지 못한다.
그런 거지...
저장되지 않는 오늘의 부는 저축 없이 딱 하루씩 소진되어 간다.
낡은 주판을 버리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어린 시절의 행복한 나날을 담고 있으면서, 낡아서도 버티면서 알이 흩어지지 않는 게 이루지 못한 꿈과 희망 같아서일지도 모르겠다.
왜 시골 책상서랍에서 잊은 듯 있던 낡은 나무주판을 들고 왔는지는 모르겠다.
옛날부터 알들이 나무를 치는 소리가 좋아서 매일없이 주판을 튕겨보기도 했기에 그냥 들고 왔나 보다.
알이 서로 부딪치며 수를 움직이는 소리가 듣기 좋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릴 때 아이들이 예쁜 주산을 들고 주산 학원을 다니는 걸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혼자 독학을 하다가 투박함에 정이 들어서 그랬던 건가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이 어르신을 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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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OO의 개똥철학>
그리여, 나무주판의 개똥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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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주판 #공감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