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치! 그냥 좋은 거지
얼마만인가
성향. 나이. 사는 곳. 그 어느 것도 일치점이 없는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은 것은 실로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20대에 산이라는 공통점으로 다가온 인연을 아직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살면서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연을 맺은 적은 없었다. 내향적인 성향 탓에 다가가지 못했지만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이들이 있어 좋은 인연도 꽤 많이 만들었다.
일로 만난 사이는 언제나 피로감에 기가 빨렸다. 겉으로는 좋은척하지만 시기와 이간질이 늘 있었고, 믿었던 인연의 배신으로 상실감을 맛보기도 했다. 가끔은 오만한 수강생들을 마주하며 그런 이들을 상대로 정보화 교육을 한다는 것은 정신을 아프게 했다. 그랬기에 누군가를 만나서 인연을 또다시 이어간다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멀리하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했다.
정신적 피로도가 쌓여가던 그 어느 날에 무언가에 이끌리듯 갑자기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브런치스토리에 작가 신청을 하였고 작가로 승인을 받았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라라크루가 왠지 끌렸다. 어쩌면 살면서 내가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맺은 첫 인연이었다.
라라크루 하나만 투어 2탄. 청계산으로 스며드는 일정이었다.
난 너무 좋은데, 몇몇 작가님 중에는 많이 힘들어하신 분들이 계셨기에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왜 산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하늘에서는 전투기가 굉음을 내며 날아다녀도 우리의 마음에는 더 큰 울림을 주는 여운이 새겨졌다.
글렁글렁 울렁이는 마음.
사람이 많았음에도 작가님들의 얼굴은 얼른 눈에 들었다.
산은 마음을 열게 한다. 잠깐의 동행으로 짧은 토크를 하고 어쩌면 한 발짝 다가가는 시간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산할 때까지 힘들어도 꿋꿋하게 함께 한 작가님들을 보니 내가 언제 이런 인연을 또 만나겠나 싶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일로 엮이지 않고 만나니 너무 좋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한다는 것만도 벅차다.
글 쓰는 것만큼 먹는 것에도 진심이었다. 신나게 먹고 카페에 들러서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지만 자신만의 글을 쓰는 분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책을 선물해 주신 작가님이 새삼 대단하게 생각된 건 아마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고 고민하며 골랐을 마음이 와닿아서였으리라. 생각하지도 못했던 감동적인 선물을 받았다.
좋은 책을 권유하고 글을 쓰면서 나아가야 할 방안도 생각해 보고 다음 합평회의 이벤트도 연구해 보는 그런 시간들이 평화로워 보였다.
오늘 만남은 글로 이어지고 글은 기록으로 남았다. 우리 만남의 디저트는 글쓰기이다.
산이 있고 작가님들이 있어 좋은 날. 날씨는 오랜만에 비가 그치고 활짝 개어 가을가을하다.
#라라크루 #하나만투어 #청계산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