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구백 냥
2025. 7. 15.(화) 갑분글감
-- 눈(目)--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전자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단연 눈(目)이다.
물론 안 좋은 유전자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가족력이 항상 나를 괴롭히는데 눈(目)은 아니다.
병원 가면 뭐 안 좋다는 이야기만 잔뜩 듣는데 안과 가면 뿌듯하다.
시신경이 아직도 또렷하다.
직업 특성상 컴퓨터로 일할 때에는 안구건조증과 시력저하로 고생했고, 비염으로 고생할 때는 알레르기로 인한 결막염으로 애를 먹었고, 그 외에는 바람만 불면 뭔가가 잘 들어가서 눈을 괴롭히고, 스트레스로 핏줄이 터져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짱짱하니 기특하다. 물론 노안도 오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저하되었던 시력이 다시 좋아져서 컨디션이 좋은 날은 1.0까지 나온다. 앗싸! 기분이 업된다.
얼마 전에 선글라스를 사려고 안경점에 간 적이 있다.
대뜸 시력 검사부터 해 주겠다고 한다.
안 해도 돼요 시력 안 넣을 거니까요
그래도 한번 해 보세요
그렇게 간단한 검사를 하였다.
라식하셨어요? 시력이 좋으시네요
아니요 제 눈입니다
라고 말하는데 뭔가 뿌듯하다.
병원에서는 늘 뭔가 죄를 지은 것도 없는데 위축되어 의사쌤이 말씀하실 때마다
왜 그럴까요? 뭐가 문제일까요?
이런 말들만 했는데 나의 눈은 아직도 짱짱하다.
우리 집에서도 내가 시력이 제일 좋다. 그렇다 보니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칼이 한 개만 있어도 눈에 띄니 피곤하다. 청소를 안 할 수가 없다.
머리카락이 방바닥에서 자라는지 치워도 치워도 또 나오기 때문에 한번 앉으려면 그냥 앉는 법이 없다.
눈에 띄니 버리고 나서야 앉을 수가 있다.
그러면 애들이 그런다
이럴 때는 시력 안 좋은 게 좋아 엄마는 언제 앉는 거야?
그랬다 애들은 눈앞에 있는 것도 잘 못 볼 때가 많다.
눈뜬 당달봉사! 마음이 아프군
시력을 닮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부모님이 물려주신걸 애들에게는 물려주지 못했다.
얼마 전에 맥노트북을 큰딸이 가지고 와서 쓰란다
얘들아 글씨체 크게 할까?
아니 엄마가 많이 쓸건대 그냥 둬도 될 거 같아
맞아! 엄마는 시력 좋지. 니들이 문제지. 엄마가 제일 잘 봐! 니들도 라식해. 하니까 좋아
시간이 흘러 더 나이가 들어서 잘 안 보이게 되면 얼마나 답답할까
지금은 마음껏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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