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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과나무 Dec 11. 2023

망고광인의 근황입니다

2023년 12월 11일

당신에게


저는 막 출장지에서 아주 덥고 숨막히는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찬물로 샤워를 하고 해변에 접한 호텔 까페에 들어와 시원한 망고 주스를 마시며 이 글을 씁니다. 이곳은 디에고라는 마다가스카르 북부 도시입니다. 에머랄드색 바다가 있고, 몽타뉴 데 프랑세 라는 멋진 국립공원이 있는 곳이죠. 휴가로 와야지 매번 다짐하면서, 출장으로만 벌써 세 번째네요. 여행객들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곳입니다.


두 잔째 망고주스를 시켜 먹으며, 이놈의 망고는 왜 질리지도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망고의 계절이 시작된 11월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망고를 먹어치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12월이 시작되고 리치와 자두의 계절이 찾아오면서 잠시 두 과일에 한눈 팔긴 했지만, 저의 망고 사랑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킬로당 이삼천 원의 싼 가격에 이렇게 맛있는 망고를 먹을 수 있다니요. 두 달 남짓한 짧은 망고철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얼마 전엔 지선과 이틀 간 자체 망고 세미나(?)를 열기도 했습니다. 마트와 과일 가게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종류의 망고를 사다가 비교하며 먹어보았습니다. 웬만한 종류의 망고는 다 먹어봤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장을 보니 새로운 망고가 또 보이더군요. 망고의 세계는 대체 어디까지일까요.


2023년도 제1회 망고 세미나


과일로 계절을 나는 건 마다가스카르 생활의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사계절 구별 없이 연중 온화한 기후 탓인지, 저는 과일가게 앞에 쌓인 과일들의 색감으로 계절의 변화를 감지합니다. 이곳에선 제철 과일을 맛보는 기쁨이 유독 큰 것 같습니다. 품종 개량도, 비료도, 온실도 없는 후진한 농업 기술 덕분에 자연의 순리 속에서 자란 과일들을 딱 그 계절에만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2월을 맞은 요즘 과일가게 앞은 망고와 리치와 자두와 복숭아로 울긋불긋합니다. 새해가 지나면 아보카도의 계절이 찾아오겠습니다. 어휴 아보카도는 또 얼마나 신선하고 맛있는지 몰라요. 마다가스카르의 아보카도는 한국에 수입되는 아보카도와는 달리, 짙은 연두색의 표주박 모양입니다. 과일가게 앞은 온통 연둣빛으로 가득하지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네요. 제철 아보카도로 토스트를 만들어 먹으며, 당신의 안부를 묻는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해가 지네요. 숙소로 복귀하기 전에 제 최애 망고 3대장을 알려드립니다. 제 마음 속 1위는 이륀느 망고(Mangue Irwin) 입니다. 상큼함과 달달함이 섞인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하죠. 2위는 벨-엘렌 망고(Mangue Belle-Helene)입니다. 상큼함이 거의 없는 단맛파인데요, 과즙이 연해서 청순하고 산뜻한 맛이 납니다. 3위는 발렌시아 망고(Mangue Valencia)입니다. 과즙이 진하고 아주 자극적인 단맛이 나요. 크기도 큰 편이라 과육도 과즙도 넘쳐납니다. 망고철에 마다가스카르를 방문하신다면, 꼭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2023년 12월 11일

사과나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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