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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Jul 11. 2017

"말기 암 친구에게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을까요?"

진정한 위로란


질문자 “친구가 폐암 말기 선고를 받았는데, 3개월 이상 살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그 친구를 만나서 제가 뭐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먼저 가는 친구에게 제가 어떤 식으로 위로해 줘야 할까요?”     


법륜스님 “그 친구보다 질문자가 혹시 먼저 갈지도 몰라요.(모두 웃음)      


“예?”     


“그 친구는 병원에 가만히 있을 거니까 교통사고 나서 죽을 일은 없잖아요.”     


“예.”     


“그런데 질문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니까 교통사고 나서 죽을 확률이 있잖아요.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질문자가 그 친구를 위로할 일은 없어져요.”     


“아, 예. 그래도 뭐라도 한마디 해 주고 싶은데요.”     


“뭐라고 하고 싶은데요?”     


“모르니까 스님께 여쭙는 겁니다.”     


“할 말이 없으면 안 하면 되잖아요. 할 말이 없는데 굳이 왜 남에게 물어서 하려고 해요? 친구한테 왜 가식적으로 대하려고 해요?”     


“그래도 스님은 경험이 있으실 것 같아서요.”(모두 웃음)     


“저 같으면 아무 얘기도 안 하지요.”  

   

“아, 안 하십니까?”     


“저는 할 말이 없으면 안 하고, 할 말 있으면 해요. 질문자는 왜 그 친구를 위로하려고 하나요? 친구가 아파서 누워있는 병원에 가보고 싶으면 가보는 거고, 친구를 만나서 중고등학교 때 생각이 나면 그때 옛날 얘기 좀 하는 거고, 밥을 같이 먹게 되면 먹는 거고, 할 말이 있으면 하는 거고, 할 말이 없으면 안 하면 돼요.”     



 즐거운 대화 그게 위로예요      


친구를 억지로 위로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그 친구는 이미 아파서 누워있는데요.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을 텐데 찾아오는 사람마다 ‘아이고, 이래 누워 있어서 어떡하니?’라고 한다면 나중에는 신경질이 날 수도 있을 거예요.(모두 웃음)    

  

친구들이 찾아와서 한 친구는 고등학교 때 같이 놀던 얘기 한참 하다가 가고, 또 다른 친구는 대학교 때 있었던 얘기 한참 하다가 가고 그런다면, 그 순간만큼은 죽음에 대해 잊어버리고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요?”     


“예.”     


“그게 위로예요. ‘위로’라며 따로 말을 만들어서 할 필요가 없어요. 질문자처럼 따로 위로의 말을 만들어 하면 그 친구는 계속 슬퍼해야 돼요. 예를 들어 저를 찾아오는 사람마다 위로한답시고 ‘아이고, 스님. 혼자 살려니까 힘들지 않아요?’(모두 웃음) 이렇게 말한다면 제가 뭐라고 말해야 되겠어요?      


그러니까 위로할 이유가 없다는 거예요. 친구 사이니까 그냥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얘기하면 되는 거예요.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보니까 괜찮아 보이네.’ 이렇게 말하고 싶으면 그렇게 말하면 돼요. 그런데 그 친구가 질문자에게 전화해서 ‘나 병원에 있다. 네가 와서 위로 좀 해 달라’고 요청했어요?”    

 

“안 했습니다.”     


“그런데 왜 위로하러 가겠다는 거예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그 친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자 자신을 위해서, ‘친구가 죽으면 더는 못 볼 테니까 친구가 죽기 전에 미리 좀 가봐야겠다’ 하는 마음으로 가세요.”     


“예, 알겠습니다.”     


“엄마가 죽어서 슬픈 건 엄마를 위해서예요, 나를 위해서예요?”     


“(청중들) 나를 위해서.”     


“예. 엄격하게 심리적으로는 나를 위해서예요. 질문자가 친구를 보러 가는 것도 다 자기를 위해서예요. 그렇게 안 하면 친구가 죽은 후에 질문자가 계속 후회할 것이니까요. 그래서 질문자가 그 친구한테 가는 건 자기 자신을 위하는 일, 자기 위로가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그 친구를 위해서 병문안 간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질문자 자신을 위해서 가는 것이니까요. 자신을 위해서 가면서 따로 더 할 말이 뭐가 있어요.”     


“예. 감사합니다.”     


친구 병문안은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일

특별히 따로 할 말이 필요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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