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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Nov 02. 2017

“한반도에 전쟁은 절대로 안 됩니다.”

안녕하세요. 날이 추워졌는데, 마음은 따뜻하신가요.     

 

요즘 들려오는 소식들 접하면서 걱정이 많으시지요? 올해 초 4월 전쟁 위기설이 등장했지만 5월에 한국 정부가 바뀌면서 긴장이 다소 완화되었습니다. 남북 사이의 긴장은 완화됐지만 요즘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긴장감이 더 고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없애버리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북한도 미대륙을 때릴 수 있다며 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로는 마치 내일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듯이 하고 있지만 전쟁은 그리 쉽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해외 순회 강연을 하는 동안 미국에 한 달 가까이 머물면서 알게 된 것은, 해외에서 느끼는 전쟁의 위기감은 국내보다 훨씬 높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전쟁 준비를 거의 마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획도 거의 다 마련되어 있고, 북한에 있는 미국 사람들도 9월 1일을 기점으로 모두 귀국시켰습니다. 한국에 있는 미국 사람들도 빠르게 귀국시킬 수 있는 준비가 다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일본도 한국에 사는 일본 사람들을 귀국시키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은 북한 내 폭격 지점도 750여 곳으로 이미 다 정해두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시·군·구의 숫자가 250여 개 정도 됩니다. 북한이 우리와 비슷한 수의 시·군·구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한 군에 폭격 지점이 3개씩 되는 겁니다. 그리고 각 폭격 지점에 대형 폭탄을 탑재한 미사일을 2개씩 조준한다고 해요. 최신식 고성능 폭탄 1,500개면 북한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고도 합니다. 북한에 반격할 여력을 주지 않으려는 거지요.     


이런 움직임에 러시아, 중국 모두 긴장하여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중재하려고 합니다. 프랑스와 독일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를 재고하고 있을 정도예요. 자국 선수들의 안전이 보장되는지에 대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한국 사람들만 태평이에요. 부동산이나 주식은 계속 오르고, 사재기하는 사람도 한 명 없어요. 이런 위기설을 접하면서 저도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 사람들이 세긴 세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좋게 말하면 면역이 되어 있어서 겁이 없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안전 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 정부가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태도여서 안심되는 점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정부와 논의를 하지 않고 북한을 바로 타격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을 움직이는 것은 한국 정부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미국 본토나 괌,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을 움직이는 것은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북한이 어디를 공격할 가능성이 높을까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는 아직 어려울 것이고, 북한이 반격한다면 남한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그러면 남한도 북한을 공격하겠지요.     


지난 5, 60년 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서 일궈낸 나라인가요. 세계 최빈국에 속했던 나라를 오늘날 총규모로 보면 세계 13위, 1인당 GDP로는 세계 28위의 나라로 끌어올렸는데, 이 나라를 한 번의 전쟁으로 혹은 우발적인 충돌로 망가뜨릴 수는 없잖아요?     


북한이 겁나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게 많고 지켜야 할 게 많기 때문에 손실이 매우 큽니다. 남한에는 핵발전소도 많은데, 이 중 하나라도 전쟁 중에 터지게 되면 핵폭탄이 터지는 것과 같은 피해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에 이바지하는 중요 기업들이 전쟁 중 피해를 입으면 당장 발생하는 피해도 막대하지만 피해를 복구하는 동안 중국 기업들에 시장 점유를 모두 내어주고 맙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서울이 입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서울은 북한과 가깝기 때문에 고도의 미사일도 필요 없이 장사포로 때려도 되는데, 북한은 현재 서울을 겨냥해서 장사정포 600문(門)이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나 선제 공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북한이 자꾸 도발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남한도 ‘김정은 참수 작전’ 등을 언급하며 북한을 자극하는 요소도 없지 않습니다.     


이번에 이야기를 들으니 트럼프 대통령의 UN 연설문을 준비할 때만 해도 보좌진들은 가능하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도록 준비했다고 해요. 가령, ‘북한을 없애겠다’는 말은 준비된 연설문에는 없던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보좌진들이 그렇게 준비를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즉흥적으로 발언을 하는 성격이니까 이런 즉흥적인 발언에서 생기는 위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는 전쟁만은 안 된다는 입장을 단호히 해야 합니다.     



나라가 위기에 있을 때 진보와 보수가 어디에 있고, 여야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평소에는 어디로 가야 할 지 서로 다투더라도,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모두가 같이 힘을 합해야 합니다.     


지금 침묵하고 가만히 있으면 전쟁의 비극이 도래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전쟁은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걱정하기 보다는 뭔가 작은 것이라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나 상·하원 의원에게 전쟁은 안 된다는 내용의 편지를 많이 써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쟁 반대 시위가 있으면 시위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여론을 조금씩 바꾸고 전쟁도 막을 수 있습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촛불 시위에서 우리 국민들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시위를 했는데도, 그 중 다친 사람이나 잡혀간 사람 하나 없고, 쓰레기 하나 버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시위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세계적으로도 모범이 되었어요. 우리는 이렇게 저력이 있는 국민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전쟁 위기가 높아진 측면도 있지만, 70년 가까이 지속된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전쟁 위험도 높아지고 타결 기회도 높아지는 두 가지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쟁 위험은 줄이는 쪽으로, 협상 타결 기회는 높이는 쪽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은 지금 새로운 비전의 기회도 주어져있고, 전쟁 위험도 동시에 맞이한 상태입니다. 위험은 막고 기회는 살려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의 기회를 맞이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법륜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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