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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Oct 15. 2018

나이들어 자꾸 힘든 일이 생겨요_법륜스님 즉문즉설

70화


*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조건이나 상황을 고려한 대화입니다.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나이 들수록 자꾸 힘든 일이 생겨요.”

질문자 “50대 중반 주부입니다. 아이를 어렵게 대학 보내니 제가 난소암에 걸려서 5년 넘게 고생했어요. 또 저희 남편이 병원에선 아무 이상도 없다는데 머리가 너무 아프다고 해서 약 먹고 1년 휴직하다 새 직장에 다니는 상황이고요, 이번 추석 무렵에는 친정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계시다고 연락이 왔는데 옛날 같지 않으신 것 같아요.


남편은 항상 모든 것에 감사하라고 하는데 저도 감사하는 마음을 내지만 어떤 때는 화가 나기도 해요. 저희는 시댁이나 친정이나 항상 생활비 보내드리고 열심히 한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아플 때는 쳐다보지도 않더라고요. 너무 많이 서운하고요. 그런 것이 제 마음속에 쌓여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살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요즘은 자꾸 힘든 일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왜 자꾸 낙엽 떨어지는 것을 봐야합니까?


법륜스님 “이런 말이 있어요. ‘오동잎 한 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오는 줄 안다.’ 질문자는 지금 오동잎이 떨어지는데도 가을이 온 줄 모르는 사람이에요. 질문자는 늙어가고 있는데 스스로는 늙는 줄 모르고 있어요. 질문자가 이야기하는 건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지듯 늙으면 당연히 일어나는 일이에요.


어릴 때는 아프거나, 죽는 사람 이야기를 들을 일이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친구 부모나 내 부모나 시댁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는 일이 점점 생깁니다. 그건 질문자가 늙었다는 증거예요. 질문자가 50대 후반이면 부모님은 70대 후반이나 80대 초반이니까 중환자실에도 가고, 돌아가시기도 하는 것은 자연의 현상이에요. 이것은 가을의 문턱에 와서 낙엽 떨어지는 것을 보고 ‘어제도 떨어지고, 오늘도 떨어지고, 내일도 떨어지고, 왜 자꾸 낙엽 떨어지는 것을 봐야 합니까?’라고 질문하는 것과 똑같아요.


너무 당연한 현상을 가지고 문제 삼는 겁니다. 왜 문제를 삼는 걸까요? 그것은 질문자가 아직 유아적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신이 어릴 때 살아왔던 경험을 기준으로 지금 변화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에요.


어머니는 연세가 질문자보다 20~30세 더 많을 것이고, 그럼 돌아가실 때가 된 것이지요. 아이들은 크니까 당연히 질문자 곁을 떠나지요. 어릴 때는 내 품에 있었지만 크면 내 품을 떠나야 될 것 아니겠어요. 


키우는 일은 부모의 일이지만, 자식들도 나가서 제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서 키우고 살아야할 것 아니에요? 질문자가 살아왔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도 여유가 있으면 나를 가끔 보러 올 것이고, 여유가 없으면 못 오겠지요. 내가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돌봐드리는 것은 내 일이지만, 내가 아픈데 부모님이 나한테 신경 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사람은 다들 자기 관심만 갖고 살고 있어요. 


보통 이렇게 이야기 하잖아요. ‘저 인간은 꼭 자기 필요할 때만 전화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다 그렇잖아요. 그 사람만 그럴까요?


저도 아는 분 병원에 가면 의사가 ‘스님은 꼭 아플 때만 찾아오세요?’ 이렇게 이야기해요. 그러면 제가 ‘아플 때만 병원에 가지 안 아픈데 왜 가겠어요’라고 말합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왜 꼭 괴로울 때만 저한테 물어요?’라고 물으면 어떻겠어요. 괴로울 때나 제가 필요하지 다른 때 제가 필요하지 않잖아요. 이렇게 사람이 뭐든지 연락을 할 때는 거의 90%가 자기가 필요할 때 연락을 합니다. 그게 인간사회예요.


그런데 질문자는 그걸 기분 나빠하잖아요. 질문자가 어머니께 돈을 드린 것은 질문자의 일이고, 질문자가 아프면 그건 질문자 본인의 일이에요. 본인이 아프면 본인이 알아서 해야 하잖아요. 지혜롭다면 ‘우리 어머니가 나를 믿으시는구나. 걱정을 안 하시는 것이 참 고맙다’ 이렇게 생각해야지요. 계속 전화 와서 울고불고 하면 질문자가 무엇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어머니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해야겠지요. 걱정 안 해주니 얼마나 좋아요?(웃음)


질문자는 지금 온갖 것을 섭섭해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면 질문자 고민은 고민할 거리가 아닙니다. 나이가 60이 넘어서 암이 있다는 건 너무 당연한 거예요. 나이 들면 무슨 암이 생겨도 하나씩 생기게 되어있는 거예요. 나이가 들면 혈관이 굳어지기 때문에 혈관 질환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요. 뇌경색이라는 것도 나이가 들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나이가 들면 지인들의 부모님이나 내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나이가 들면 아이들이 집을 떠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고, 가을이 오면 낙엽이 떨어지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만약 부모님이 영원히 안 돌아가시면 어떡합니까? 돌아가셔야죠. 천년만년 살 수 있을까요? 그리고 부모님이 아프다가 돌아가시면 좋은 점도 있어요. 많은 분들이 저한테 ‘아이고, 죽을 때는 밤에 잠자듯이 죽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라고 질문합니다. 그러면 제가 ‘안 돼요. 그럼 어르신 아들, 딸들이 어르신 때문에 너무 힘들어해요’ 이렇게 답변합니다.


부모가 갑자기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면 자식들이 울고불고 난리에요. 그래서 늙어서 아픈 건 자식들과 정을 떼려고 그러는 겁니다. 그건 자연스러움이에요. 그래서 조금 아프다가 돌아가셔야 해요. 통증이 있으니까 싫어할 수가 있지만 자식들을 위해서는 좀 아파줘야 해요. 옛날에는 자식들이 한 3년쯤 아파해야 정을 떼 주는데, 요즘 자식들은 효자라서 3개월만 아파도 정을 떼 줍니다. 오래 안 아파도 돼요.(청중 웃음)


질문자는 본인한테 일어난 일이 본인에게는 하나 하나가 엄청난 일인 것 같지만 모든 인간이 겪는 일들이에요. 가을에 낙엽 떨어지듯 자연스러운 현상을 본인만 미워해서 막 재앙을 주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어요.


그런 이야기를 자꾸 하면 종교인들이 그걸 이용해서 돈벌이로 써요. ‘삼재가 끼었다’, ‘굿을 해라’, ‘무슨 기도를 해라’, ‘천도재를 지내라’ 이렇게 하면서 접근해 옵니다. 여러분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이용해서 보험 들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는 거예요. 질문자한테서 오늘 돈 좀 벌어볼까요?”(청중 웃음)


“하하하. 감사합니다.”(질문자 웃음)


나이가 들면 죽고, 아이들이 집을 떠나는 것은
낙엽 떨어지듯 당연한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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