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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륜 Oct 19. 2018

남편에게는 함부로 하게 돼요_법륜스님 즉문즉설

71화

* 즉문즉설은 질문자의 조건이나 상황을 고려한 대화입니다. 보편적으로 적용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남들에겐 잘하는데, 남편에겐 함부로 하게 돼요.”


질문자 “저는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잘 보이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에게는 그런 마음이 잘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편에게는 기분대로 화내고 짜증내고 미워하고, 내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늘 다른 사람에게만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지 남편에게는 잘해야 된다는 생각을 못하고 나밖에 모르는 삶을 살았습니다. 남편에게 내가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면 남을 의식하고 잘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도 내려놓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남편은 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려야 해요. 


법륜스님 “내 남편이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남한테는 잘한다고 했지요? 그러면 남편도 내 남편이 아니라 남이라고 생각하면 노력할 것도 없이 저절로 남편에게도 잘하게 될테니까요. 오늘부터 집에 가서 ‘남편은 남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따지고 보면 남편이 원래 자기 남자가 아니잖아요? (모두 웃음) 자기 사람이에요?”


“...”


“죽을 때 데리고 갈 수 있으면 내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질문자가 죽을 때 남편을 데리고 갈 수 있어요?”


“아니요.”


“그러면 남편을 내 남자라고 착각할 때마다 ‘참, 이 사람은 내 남자가 아니다’ 하고 알아차려야 해요.”


“알아차리려고 해도, 잘 알아차려지지가 않습니다.”


“무엇을 알아차리려고 하고, 무엇이 잘 안 알아차려지나요?”


“그 순간에는 ‘내가 옳다는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해요. 그런데 머리로 생각만 하지 마음은 여전히 괴로워요.”


“생각으로만 하는 것은 알아차리는 게 아니에요. 그건 그저 생각이고 망상입니다. 남편에게 함부로 하는 그 순간에 ‘아, 내가 내 남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이렇게 함부로 하는구나. 이 사람은 내 남자 아니지. 그저 한 사람일 뿐 내 남자는 아니다. 그런데도 내가 결혼이라는 이름 때문에 혹은 한 집에 산다는 생각으로 인해 착각하고 있구나.’ 이렇게 내 마음 속에 일어나는 일들을 인지하고,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게 알아차림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도 스스로에게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서 뭘 하려는지 물어봐야 해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서 뭐하려고 해요?


“저도 그 부분이 궁금해요. 제가 잘 보여서 뭘 하려고 하는 건지...” (모두 웃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남들에게 잘 보여서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자신에게 물어보고 모르겠으면 잘 보일 이유가 없으니까 더 이상 잘 보일 필요가 없어지잖아요?”


“네, 스님께서 ‘남한테 잘 보여서 뭐하나?’ 하는 말씀을 들을 때마다 맞는 말씀 같은데, 저도 답은 잘 모르겠고 그 질문의 끝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그 질문의 끝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스스로 생각을 해봐서 잘 보일만한 이유가 있으면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도 괜찮아요. 그런데 지금 ‘잘 보여서 뭐하게?’ 라는 질문에 모르겠다고 말했잖아요. 그 말은 잘 보일 이유가 없다는 말이잖아요.


저 사람에게 잘 보여서 뭐하지? 잘 보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잘 보이려고 하지? 남편한테는 잘 보이면 용돈이라도 생길 가능성이 있는데, 남한테는 그런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잘 보이려고 해요? (모두 웃음)


실제로는 남에게 잘 보일 이유가 없습니다. 잘 보일 이유가 없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내려놓을 수 있는 거예요. 잘 보여서 돈이 생기거나 다른 이익이 생기면 잘 보이는 노력을 할 만 하죠. 그런데 잘 보일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으면 잘 보일 이유가 딱히 없는 거예요.”

“들으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제 마음에서 그게 잘 안 되는 것은 제가 잘 보여야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가요?”


“그래요. 결국 오랜 습관이에요. 무슨 이유에서든지 어릴 때부터 잘 보이려고 하는 습관이 남아있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남편에게도 함부로 하는 것도 비유하자면 우리 집 토끼는 이미 잡혔으니 잘 안 해주고, 남의 토끼를 잡으려고 어디 나가서 잘 하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집 토끼가 나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모두 웃음)”


“지난 며칠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다가 남편에 대한 내 마음이나 행동을 달리하면 제가 남들에게 하는 것도 해결이 될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제가 남편에 대한 것을 내려놓으면...”


본래 내 것이 아닌 줄 자각만하면 내려놓을 것도 없어요.  


“처음부터 내 사람이 아닌데 내려놓을 게 어디있어요? (모두 웃음) 지금 내 남자라는 생각을 하니까 이걸 내려놓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가능한데, 처음부터 내 남자가 아닌 줄 알면 내려놓을 것이 없습니다.


내 손에 있는 게 금이라고 생각을 하면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되겠지만, 내 손에 있는 게 똥인 줄 알면 그냥 아무런 고민 없이 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본인에게 금이라는 생각이 강하면 ‘그거 똥이니 버려라’라고 말을 해줘도 들을 때는 ‘네, 버리겠습니다.’ 해도 잘 안 버려지고 ‘나중에 이거 안 버려지는데 어떻게 버려요?’ 하고 다시 물어요. 그럴 때는 버리는 방법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게 똥이라는 것을 자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 자각만 이루어지면 버리는 건 하나도 힘이 안 들어요. 버리라는 소리를 안 해도 알아서 버릴 거예요.


질문자도 ‘내려놔야지’라는 결심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내 것이 아닌 줄 알면 저절로 내려놓게 되는 거예요. 그러니 그게 안 될 때마다 ‘내가 지금 내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구나’하는 자각이 필요해요. 이런 자각이 없으면 지금처럼 ‘내려놔야지, 내려놔야지’ 계속 해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아요.


남들에게 잘 보이는 문제도 ‘왜 잘 보이려고 하지?’ 하고 생각해서 이유가 보이지 않으면 ‘아, 내가 이유가 없는데도 마치 이유가 있는 것처럼 착각을 하는구나’ 하는 자각이 일어나야지, 그런 자각 없이 ‘왜 잘 보이려고 하지?’하고 평생을 물어봐도 그 답은 못 찾을 거예요. 왜냐면 이유가 없기 때문이에요. (모두 웃음) 답이 없는데 답이 어디에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평생을 찾아 헤맨들 찾아지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에게 칭찬받기 위해서 남들에게 잘 해준다면, 그 칭찬은 받아서 뭐하려고요? (모두 웃음) 남들에게 함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불편하면서까지 타인을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타인을 신경 쓴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살아온 습관, 까르마예요.


남편에게 신경질을 내는 것도 습관이에요. 남편에게 신경질을 내는 사람은 부모님께도 신경질을 냅니다. 남들에게는 잘 보여야 되니까 자기의 습관을 억누르게 되고, 도리어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기의 습관이 드러나는 거예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내 거라고 생각을 하니 그냥 내가 생긴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남편은 내 남자가 아니다’ 


대신 이런 경우에 대개 어느 순간 한계가 옵니다. 남편의 경우에도 젊을 때는 어느 정도 봐주지만, 봐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중간 중간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살 이유가 있나’ 하다가 또 하는 짓 봐서 괜찮으면 자기를 위로했다가, 이걸 반복하다가 임계점을 넘어가는 순간이 옵니다. 그러면 남편이 폭력을 행사하거나, 다른 사람을 사귀거나, 집을 나가거나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때는 감정이 상하는 임계점을 넘은 후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아무리 잘못했다고 빌어도 잘 돌아오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의 심리를 잘 보세요.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처음에는 계속 봐주다가 어느 순간 ‘그래, 이러다가는 나도 못 살겠다’ 하고 내면에서 결정이 나는 시점이 있어요. 여러분들도 남편에게 그런 일이 있죠?” 


“네.”


“그런 일이 생기면 남편에게 정이 떨어집니다. 그 뒤로는 남편과 같이 살긴 살아도 전과 같지 않고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이렇게 정 없이 사는 거예요. 남편 입장에서는 아내가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 좋은 줄 알지만 이미 끝나버린 거예요. 동거인으로 같이 살 뿐이지, 죽는다고 해도 마음에서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게 임계점이 넘어가면 마음에서 정리가 되어버립니다.


이럴 때 집착을 버렸다고 좋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외면하고 배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에서 배타하는 것은 집착을 놓는 것과 다릅니다. 집착을 놓는 것은 ‘이 사람은 내 남자가 아니다’는 생각으로 그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한 사람으로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거예요. 그러니 그가 이야기를 해도 귀담아 듣게 돼요. 평소에 ‘내 가족이다, 내 사람이다’ 하고 생각할 때는 상대를 존중하기 보다는 만만하게 대하게 됩니다.


존중하는 것은 상대를 어렵게 대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을 놓고 그저 공손하게 대하는 거예요. 이렇게 상대에 대한 집착을 놓고 존중해야 하는데, 사람은 대개 내 마음대로 하려고 하다가 그게 잘 안 되면 외면하게 됩니다.


여러분들이 자식들에게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고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들이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임계점을 넘어가게 되면 ‘그래, 그러면 네 마음대로 해라’ 하죠. 이것도 집착을 놓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는 거예요. 전에는 내 마음대로 안 되니까 미워했는데, 외면할 때는 끊어버렸으니까 겉에서 보기에는 미움이 사라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 속에는 미움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함부로 하는 것은 이렇게 임계점을 넘어가버리면 돌아오기 어렵기 때문에 위험한 행동입니다. 그로 인한 결과가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5년 뒤에 올지, 10년 뒤에 올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달리 나타나요. 그 임계점이 언제인지는 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 자신도 모를 가능성이 높아요.


그래서 개인 간 갈등이 있는 경우에 수행을 통해 놓아버리면 괜찮은데, 대부분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아이고, 그냥 놔두자. 그 인간은 안 돼’ 하고 정리를 해버립니다. 그러니 내 입장에서는 상대방의 임계점이 넘어가도록 놔두면 안 됩니다.


질문자는 쓸데없이 남한테 가서는 잘 보이고, 정작 잘 대해주어야 하는 집 토끼에게는 함부로 대하고 있는데, 이러면 결과가 좋지 않아요. 집 토끼는 학대하고 (대중 웃음) 남의 집 토끼만 따라다니다가 결국 못 잡고 집에 돌아와 보면 결국 집에 있던 토끼도 도망가고 없는 일이 생겨요. (모두 웃음)


자신이 지은 인연의 과보는 반드시 옵니다.  


이건 나쁜 행동이 아니라 어리석은 행동이에요. 수행을 한다면 내 행동이 나쁘다고 자학할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할 때 알아차리고 안 하는 방향으로 해나가야 해요. 이치를 아는 사람은 이런 사연을 들으면 대충 언제쯤 재앙이 닥칠 지 짐작이 갑니다. 지금 재앙이 잠복중인데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 않으니까 당사자도 재앙인 줄 모르고 있어요.


이대로 살면 언젠가 재앙이 닥칩니다. 재앙이 닥치지 않게 하려면 지금부터 남편을 존중하고 내 사람이라는 집착을 내려놓아야 해요. 집착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미움이 없어지고, 미움이 없어져야 비로소 편안하게 남편에게 대응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관점을 제대로 잡고 수행을 시작해도 만약 지금까지 남편이 나에 대해 아니꼽게 보는 부분이 누적되어 있었다면 처음에는 존중하고 잘 대해주어도 도리어 반응이 좋지 않습니다. 누적된 부분이 있으면 나는 잘하려고 해도 반응은 거꾸로 드러나요. 내가 잘 대해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어차피 말을 꺼내봐야 싸움만 되니까 자기를 억압하고 넘어가는데, 내가 별로 자극을 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좋아할 수도 있지만 때론 도리어 악감정이 바깥으로 드러날 수도 있어요.


이럴 때 여러분들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고 ‘저것 봐라, 내가 잘해주니까 덤비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모두 웃음) 아이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그렇고, 억압된 감정이 있을 때는 잘해주면 거꾸로 그 감정이 겉으로 터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 덤빈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그동안 감정을 많이 억압했구나’ 하는 것을 알고 감정을 받아주어야 합니다. 그때 덤빈다고 생각하고 다시 억압하면 누적된 감정은 풀리지 않고 계속 누적되어 가다가 언젠가 더 크게 터지는 거예요.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자기가 지은 인연의 과보가 나를 찾아오면 그걸 받아내야 합니다. 내가 억압한 감정이 터질 때는 그것을 받아내야 합니다. ‘아, 내가 그동안 어리석어서 상대방의 감정을 많이 상하게 했구나’ 하고 받아내면, 그 감정도 언젠가 바닥이 드러납니다. ‘1년이 지났는데도 바닥이 안 난다’ 이렇게 괘씸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본인은 10년 동안 받아야 할 만큼의 과보를 지어놓고 1년만에 끝나기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질문자는 남편을 대할 때마다, 그리고 남편에게 함부로 대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우선 ‘내 남자 아니다, 내 사람 아니다’ 하는 것을 항상 자각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 박수)


내 행동이 나쁘다고 자학할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할 때 알아차리고 그런 행동을 안 하는 방향으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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